계자 104 닫는 날, 6월 26일 해날 꾸물꾸물

조회 수 1194 추천 수 0 2005.07.08 17:27:00

계자 104 닫는 날, 6월 26일 해날 꾸물꾸물

아이들이 갔습니다.

"오랜만에 왔다, 2년만인가. 정말 반갑다.
많이 달라졌다. 장구꽂이며 작은 화장실이며 닭에 강아지에 흑염소에
잠깐 보긴 했지만 황소도 봤다."
너무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던 나은이는
반딧불이 못본 게 못내 아쉽다 합니다.
어제 동화 보고 있을 적 반딧불이 하나 지나갔더랬는데
아이들 집중을 해칠까 장작불가에서야 말해주었거든요.
고생 무지한 숲탐험이 재미났다는 선재,
잘 구운 호떡(보글보글방) 그림을 내 논 지원이,
이곳에서는 요리를 직접해서 재밌는데
저네 학교는 교과서만 하니까 재미가 없다는 지윤,
물에 누웠더니 공기가 바지에 들어가 방귀소리가 나서 웃겼다는 한슬,
보글보글방과 한껏의 자유가 좋았다는 지호,
힘들게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만난 경이를 들려주던 준영
(아, 준영이는 예가 책상이 없어서 자유롭고 좋다 했어요),
오디 먹고 앵두 먹고 살구가 맛났다던 재혁,
지선이는 참 용감무쌍했지요,
고래방에서 동화 볼 때 너무 움직이고 싶었다던 용빈,
가는 게 못내 아쉬운, 전학하면 좋겠다는, 숲탐험에서 고생 많았던 설이,
경단을 열심히도 빚던 수형,
엄마가 여기 또 가라고 할지(보내주실지) 궁금하다는 준희,
연이어 오고 있어 눈이 더 가는 자갈돌(좀 반듯해야 말이지요) 동희,
(세상에, 동희도 엄마 아빠한테 혼난답디다.
"너 야단칠 게 어딨다고오?")
오빠에게 누나 노릇하던 지수도 있었네요,
천지를 모르겠다 싶다가도 진지하게 얘기를 잘 나누던 영빈,
똘똘똘똘 느리게 제 할 말 다하던 재욱이,
큰 형아답게 마음을 잘 나누고 돌아간 민형이,
그리고,
사람 많은 게 싫다며 웬만하면 계자 같이 안하고 싶다던,
공동체에 있으니 거의 계자에 빠지는 일 없던 류옥하다가
처음으로 계자가 좋다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학교를 안내하며 공동체식구로서 한몫 한 것도,
이제 1학년이 돼 좀 컨 것도 까닭일 수 있겠으나
서로 서로 좋은 관계를 맺은 이 계자의 모든 사람들 기운 때문 아닐까 싶데요.
오랜만에 본 물꼬와 류옥하다와 자연과 대해리와
예쁜 아이들이 참 반갑고 너무 좋았다던 선아형님은
첫 새끼일꾼 자리를 잘 치러냈답니다.

아이들이 적으니 먼지풀풀도 갈무리글(평가글)도
마친보람(졸업식)도 시간이 창창 남습니다.
샘들도 주욱 늘어서 아이들이랑 하나 하나 인사를 다 하였지요.
도시락 김밥도 여유로이 먹고
하느작하느작 운동장을 거닐다가
시골 외가에 놀러왔다 돌아가는 아이들마냥 대해리 버스를 타고 멀어져갔습니다.

어제 모닥불 가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삶의 어느 순간 한 가닥 피워 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 많이 불편한 곳이지요, 화장실도 자는 곳도 씻는 곳도.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이 살고 어른들이 살고 있습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가지면 다른 사람이 가질 게 모자라지 않을까
사람이 너무 많은 걸 쓰고 살면
거미가 지렁이가 새가, 다른 존재들이 쓸 게 없어지진 않을까를 생각하며
덜 쓰고 사는 이곳이지요."
생각하며 '써'(의식적 소비)자 하였지요.
"숲을 빠져나왔을 때처럼
여러분들이 만나는 슬픔에서 그리 빠져나오길,
예서의 즐거웠던 그 기억들,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도 그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교에 남아야할 식구 몇을 빼고
영동역에서 아이들 보낸 뒤 샘들 갈무리가 찻집에서 있었지요.
물꼬에 온 큰 목표는 전체에서 계획했던 것을 배우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와서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합니다, 지영샘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인성적인 부분이 공감이 갔다 덧붙이셨다지요.
생계와 교육을 병행한다는 것, 무리 없이 굴러가는 것,
프로그램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답니다.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 같아..."
지영샘과 경애샘한테 캠프를 진행할 구체적인 도움이 되었다 하니
것도 고마울 일이지요.
인숙샘은 가마솥방 무대에 걸터앉아 그랬습니다.
"자원봉사자들(품앗이) 보며
한 대학의 동아리랑 연계되어있는 방식 정도로 생각했는데..."
정말 정말 여러 곳에서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더라며 놀라워하셨지요.
누구의 마음 안에든 선함이 들앉아있고
그것이 일깨워지는 자리, 물꼬가 너도 고맙고 나도 고마운 거지요.

모다 모다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계자 아이들이 나간 자리에
열둘의 상설학교 아이들이 들어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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