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나무날 흐림

조회 수 1069 추천 수 0 2005.07.16 03:45:00

7월 7일 나무날 흐림

목공실(창고)을 부수는 날입니다.
벽을 헐고 바닥을 깨고...
시끄러운 속에도 연필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다가
곶감집으로 오르자 했네요.
나가서 감나무 아래 평상에서 먼저 모여 가자 했는데
큰 마당으로 나가니 아이들은 일하는 포크레인에 넋을 빼고 있었답니다.
산골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겠지요.
빠질세라 섰는 아이들을 보는 게 더 재미났다지요.
나온 콘크리트들은 어제의 약속대로 대동개발 주식회사에서 실어내 주었답니다.
(그 자리에 콘크리트 기초가 다시 다져졌지요.
'짚풀문화나눔장'이라는 사랑방이 생겨날 텝니다.)

곶감집, 궁궐이데요.
나중에야 알았지만 어른들이 청소 한 바탕 잘 해주어서 더했겠지요.
밥알 김영규님과 신동인님이 심혈을 기울여놓은 모기장이
이야, 굉장하데요.
'물이랑'은 지난 봄학기와 여름학기 내내 한 공부들을 들춰보았습니다.
제(자기)가 정리한 노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기억을 살리는 게지요.
"자, 그럼 우리가 배운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낼까?"
읽어주고 있는 동화 책의 어느 장도 읽고,
무서운 이야기 6탄도 한 뒤
나머지 공부는 아이들에게 맡겨둡니다.
아이들이 그동안 한 공부 가운데 무엇을 중심에 놓을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지,
과정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클지요...

리어커도 경운기도 들어가기 어려운 길이라
신씨 할아버지는 언덕밭에서 감자를 져내
경운기로 부리고 계셨습니다.
이런 풍경을 우린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요.
아이들끼리 하는 작업을 두고 곶감집을 나오다
얼른 달려가 지게를 받치며 콘티를 내려드렸습니다.
아이들 멕여보라며 손 하나 보태주지 못한 이웃을 위해
한 콘티(노란 플라스틱 큰 상자) 보내도 오셨네요.
어르신들 그늘로 늘 사는 물꼬라지요.

어른들이 바빠 포도밭에서 몸을 못빼
저들끼리 논에 들어가 피살이를 한 아이들은
죽지 않은 기세로 대동놀이를 외치며 대문을 들어섰지요.
상범샘 등 떠밀어 내보내고이 불려나가고.

식구 모두 한데모임이 저녁에 있었습니다.
"감자 캐요."
누구집에 캐더라, 캘 때가 됐다, 우리는 아직 잎이 너무 싱싱하다, 좀 더 말라야 해,
농사 지어봤다고 가늠들을 해대는 아이들입니다.
곶감집 청소가 너무 흐지부지하다 하니
아침마다 일찍 일어난 이가 책방에 먼저 가 머물게 아니라
같이들 깨워 청소도 하고 내려오기로 합의점을 찾습디다.
더도 안바랍니다, 이 아이들만큼만 하고 살고프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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