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27.해날. 흐림

조회 수 325 추천 수 0 2020.11.15 11:31:06


 

어제부터 한가위연휴인 셈이었네.

아직 이틀의 평일이 있지만 이 골짝으로서야 벌써 시작된.

코로나19로 움직임이 많지 않을 올해라.

고향에 내려오지 말라는 어르신들의 당부를 언론매체들이 전하고 있었다.

그래도 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대신 제주행은 표가 동이 났다지.

 

이웃에서 선물을 전하고도 갔다.

과일도, 주방세제며도 넉넉해졌다.

교문에 두고 갑니다, 우체통 아래.”

마을을 돌며 전하는 기관의 선물을 들고 온 이는

대문에 걸린 코로나19로 출입제한이라는 말에 그리 놓고 갔다.

 

대처 나가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들어왔다.

예정대로라면 내일과 모레 이웃마을에 품앗이를 가기로 했고,

학교아저씨는 명절을 쇠러 떠나니

학교가 비지 않도록 아들이 들어와 있기로 한.

일정은 바뀌어 학교아저씨도 대해리에서 한가위를 쇠고

품앗이 일도 10월 중순께 거들기로 하였지만

들어오기로 한 결에 내처 들어온.

내일과 모레 수업은 이곳에서 온라인으로.

아들이 들어오면 여기저기 늘 살펴주듯

이번에는 교무실 컴퓨터의 수은전지도 갈고 키보드도 바꿔주기로 했네.

 

후두둑 한 번에 떨어져 내리기 일쑤이던 학교 마당 감이

올해는 튼실에서 매달렸다.

막 떨어진 감을 주워 먹기도 하고,

가 쪽으로 등장하는 하나씩 익은 감을 따서 먹기도 한다.

이제야 더디게 풀섶에서 발견된 풋호박을 챙겨서 부엌으로 들어오기도.

마을 할머니가 안고 와 내려준 풋호박도 세 개나 된다.

긴 장마 끝이라 장보러 가서 비싸 쥐었다가 내려놓던 풋호박.

고구마줄기 따 먹어요!”

올해 물꼬는 심지 못했던 고구마였다.

학교 앞에 풍성하게 뻗은 줄기가 부럽더니.

우리가 키우지 못해도 마을이 나눠주는 것들.

한아름 따와서 껍질을 벗긴다.

 

긴 연휴라면 대개 그간 손을 대지 못한 일들을 잡고는 할 테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보며 노는 명절이기도 하지.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혹은 지나간 좋은 드라마가 있을까.

뒤적여보면 오래되어도 좋은 작품들이 있을 테고.

그야말로 풍요로운 한가위이겠네.

설과 추석에 한 주 혹은 열흘 명절을 쇠러가던 학교아저씨도

올해는 코로나19에 갇혀 대해리에서 보내게 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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