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흙날 흐리다 개다

조회 수 1267 추천 수 0 2005.06.06 00:38:00

6월 4일 흙날 흐리다 개다

"이번에 아이들 데리고 가면서 밥알들도 다 가야지 않나..."
밥알 회장 김주묵님이랑 김상철님이 전화 주셨습니다.
"그럴 것까진 아니구요,
다른 일들이야 여기 손 되는대로 하면 되지요, 다만 논일이 걱정이라서..."
전화 한 통으로도 일이 준 것처럼 마음이 가벼운 아침입니다.

낼은 나갈 일이 있어
아이들 돌아오기 전 오전에는 부엌일을 한판 해야겠다고
가마솥방 곳간 쪽 냉장고부터 손을 댑니다.
어이쿠,
아껴두었던(?) 무도 한 바구니가 상해서 물 질척거리고
떡볶기떡 두 아름은 온통 곰팡이입니다.
온도 못맞춰줬다고 애궂은 냉장고만 한 대 쥐어박고,
부엌에 정해진 손이 계속 있는 구조가 아니니 이러는가,
쟁여놓을 때 먹을 만큼씩 냉동실로 보내지 않았다 아쉬워도 하였지요.
하기야 나 역시 안한 걸 다른 누가 안했다 어찌 책망할까요.
어르신들이 살았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에 있다는 건 다행입디다.
곰팡이 슬었다고 버리려 들지 않은 건
울 할머니도 이런 떡을 먹자고 다루시는 걸 본 일 있었지요.
세상일이 늘 왜 이리 서툰지...
제법 성한 놈을 골라내고
꽃핀 놈들 물에 담가 칫솔질도 하고 칼로 도려도 냅니다.
새싹 돋듯 핀 연두꽃, 개나리보다 고운 낯빛의 노란꽃,
발그레 아이 볼 같은 분홍꽃이 곱게도 피었습니다.
"예쁘기도 하네."
어느새 미웁다 싶은 것들을 즐겁게 마주하게 되데요.
이제 데쳐내자 하는데,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납니다.
또 방문자겠거니 쳐다도 안보는데 가마솥방을 들어서는 건
밥알 조은희님이십니다.
야, 반갑데요.
사람 하나 딱 더 있음 좋겠단 말이 상촌면내까지 들렸나 봅니다.
물건 죄 들어내 선반 닦아내는 일이며 맡아주십니다, 점심 준비까지.
그 덕에 감자밭 풀도 좀 매고,
전화통 붙들고 김경훈님 사고 관련 일이며 다른 일들도 처리합니다.

점심에 남종화님 처음 발걸음 하셨습니다.
영동 학산의 국선도대학에 다닌다는데
우연히 영동 읍내에서 아주 자그만 물꼬 첫돌잔치 기사를 보셨다네요.
대안학교니 공동체니 사실 잘 모른다,
그냥 안으로 침잠하기 쉬운 도 닦는 일에서
밖으로 나와 손을 보태고 싶으다셨답니다.
어, 말씀은 좀 다르게 하셨는데
제 식으로 정리 하고보니 이렇네요.
삼촌이랑 기락샘, 그리고 수업을 끝내고 올라오신 신동인님이랑
포도밭으로 들어가 해 꼴딱 넘어갈 녘까지 계셨답니다.

오후에 달골 공사 맡을 이들이 서울에서 대전에서 왔습니다.
마음이야 당장 삽 뜨라 하고 싶지만
공사 들어가기 전에도 조율할 일이 태산이지요.
이런 일이 뭐 문제야 늘 돈이니...
조명을 줄인다든지 하는, 이제 구체적으로 물꼬의 가치관을 투영시키는 일도 남았고.
밥 올려야 할 시간이 어느새 훌쩍입니다.
아이구, 붙잡을 걸, 조은희님 말입니다.
저녁 밥상도 좀 봐달랄 걸 그랬습니다.
"안되겠는데요, 일단 여기서 접고..."
다음 모임을 다음주 흙날로 잡습니다.
6월 계자가 끝나면 바로 고래방 공사부터 서둘러 시작하고
달골 아이들집은 아무래도 늦어지지 싶네요.
장마가 끼면 산 바로 아래여서 위험도 커지겠고,
작업일이 길어지면 공사비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일 테니.

논두렁 박주훈님도 잠시 다녀가시고,
대해리 들어오는 저녁 버스로
대학 1학년 때부터 품앗이로 일했던 세이샘 승희샘이
이제는 학교 교사로 일하며 연휴라고 시간 내서 왔지요.
한참만에들 봅니다.
수박과 떡파이를 한 가마니 사왔습니다.
"돈 버니까 이런 것도 사들고 오네..."
얼싸안으며 반가움을 나누고 매다 둔 감자밭에 들여보냈지요.

대해리 별 아래 큰 마당의 평상에는 어른들 모여 이야기꽃이 피었더랍니다.
6월 4일 개봉!
오늘을 기다리던 항아리 하나 있었지요,
누구는 산삼이 들었다 하고 누구는 산 뱀이 들어간 사주라고도 하던.
정말 절대 찾아낼 수 없는 물꼬 금고의 열쇠를 삼촌이 꺼내주신 거였더이다.
항아리를 꽁꽁 처맸던, 병원에 누운 김경훈님, 팔자려니 하셔야지요.
향후 두어 달은 들통날 일 없겠지요,
그만큼 병원 침대 이고 사셔야 한다니.
그러다 항아리 잊혀얄 텐데...
향이 어찌나 짙은지,
부어도 부어도 취기 모르겠는,
약되지 했다나요, 갈수록 정신이 말짱해지더라는...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신동인님이 읊는 시에 그만 취해버리고 말았더라지요.
책방에서는 류옥하다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들으며
세이샘과 승희샘이 엎드려 곤한 몸을 뉘고 있었고.

부산스럽기도 하지요, 저 개구리들.
한 밤 논둑길 잠시 밟아봅니다.
산골 다랑이논의 개구리들은
사람 발소리에 더 크게 웁니다.
돌아서버릴까, 더 더 크게 웁니다.
지들도 사람이 다 그리운 게지요...

덧붙임.
지난 5월 14일 동요잔치가 있었더랬지요.
아리랑 TV에서 5월 27일 밤 10시 30분
'Korea Today'라는 프로그램의 한 꼭지로 짧게 다루었답니다.
오늘 피디 김훈님이 보내주신 비디오 테잎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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