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나무날 해거름 좀 흐린 하늘

조회 수 1402 추천 수 0 2005.06.12 14:39:00

6월 9일 나무날 해거름 좀 흐린 하늘

물줄기를 찾고 그 물을 따라 개울을 지나 시내를 건너
이제 강에 이르렀습니다.
'물이랑'시간요.
남한의 4대강 수계도 지도 위에서 따라가 보고
신문지를 온통 꺼내 유역 만들기도 해봅니다.
"지리산이 소백산보다 크면 안되지."
"낙동강이 이렇게 흐르는데 팔공산이 아래 있으면 어떡해?"
"장수군 뜬봉샘은 금강 시작점이야."
"나는 태백시 황지못 만든다, 낙동강 시작하는 곳."

날이 찌는 모양이 소나기라도 준비하고 있나봅니다.
아이들은 토란밭 풀을 맨 뒤
남순샘이랑 포도밭가 개울에 물놀이를 갔습니다.
"대동놀이 안해요?"
저녁을 먹고는 저들 논 건 생각도 않고 큰 마당에서 안한 대동놀이 타령입니다.

저녁밥상은 신들의 잔치였더랍니다.
"그럼, 나는 하이데스야. 저승을 다스리는 신."
정근입니다.
"하늘이는 왜 제우스야?"
"이름이 하늘이니까."
물이 좋은 령이는 포세이돈입니다.
"나는 아테나다."
혜연이는 전쟁의 여신이랍니다.
"혜린이는?"
아르테미스(궁수)라네요.
마음에 드는 신이 없어서 신들의 뜻을 전하는 사제를 고른 예린입니다.
아이들은 도형이에게 어울린다고 헤파이스트(대장장이 신) 이름를 주었습니다.
"나는 데메테르 하고 싶어."
저도 덩달아 대지의 여신으로 나섰지요.
"샘은 헤라잖아요."
주노(유노)라는 핀란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제게
아이들은 잊지 않고 그 뜻을 되살려주며 딴소리 하지 말라합니다.
"나는 그냥 농사꾼이야."
내막을 잘 몰라 끼지 못하던 류옥하다는 저 나름대로 이름 하나를 찾았습니다.
번역이 잘된 '오비드신화'도 만나면 읽어주어야겠습니다.

김해에서 찾아왔던 적이 있는 한 가정의 아버지랑 통화를 했습니다.
아이 때문에 삶터까지도 옮길 생각을 했고
계자를 신청해두었고
먼 길을 시간 내고 돈 내서 예까지 찾아왔는데
대문에서 되돌려졌던.
그래서 아주 화가 났고 계자에 아이 안보낼 거라셨지요.
아이 가진 부모 맘을 헤아리는데 모잘랐고,
약속도 않고 끊임없이 찾아드는 이들로 일상을 지나치게 방해받는
이곳 사정을 잘 말씀드리지 못한,
물꼬의 잘못도 없지 않았겠습니다.
그런데 통화 뒤
야유나 포기가 아니라, 어차피 보낸 돈 요긴하게 좋은 곳에 잘 쓰라셨습니다.
더 화를 내고 잘잘못을 따지려들수도 있었겠지만
마음길을 그리 내주셨습니다.
물꼬가 선한 일을 한다는 그것에 모든 것을 접어주신 게지요.
열심히 해나가라는 격려까지 하시고
나중에 아이도 계자를 보내본다셨네요.

"옥샘!"
어, 열두 차례도 더 껴안으며 밤인사를 하고 갔던 녀석들인데...
나현이가 들어서고 채은이 혜린이...
밤 열한 시입니다.
"우리가요, 요강이 차서 비우러 갔는데..."
엎지른 게지요.
샤워를 하러 내려온 길이었습니다.
아주 별걸 다합니다.
어데서도 못볼 풍경이지요
임길택님의 시 한편을 떠올립니다.
기계로 다 털지 못한 옥수수를 고무 대야에 담아
방에서 타기다 손에 물집이 잡힌 걸 보이니
어머니가 손이 일을 알아보아 그렇다 하지요.

"(생략)
지금 우리나라에 이 일을 하는 아이는
나 하나뿐일지 모른다며
이다음 어른이 되어 손이 다 자라면
어릴 적 이 일들을 떠올릴 거라 했다.
그리고
남들이 안 해 본 이런 일들을 한 사람들이
옛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새 세상 아이들
꿈을 꾸며 자랄 거라 했다."

산골에서 똥 푸고 밭 매고 논일하며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낼 아침은 이 시를 읽어 주리라 접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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