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흙날 시원찮게 맑고 더운 뒤 비 조금

조회 수 1375 추천 수 0 2005.06.22 17:14:00

6월 18일 흙날 시원찮게 맑고 더운 뒤 비 조금

달골 포도밭 원두막에서 아침 모임을 합니다.
요새는 식구들이 한 자리 다 모이는 날이 드뭅니다.
바쁜 농사철이라서도 그렇고, 저마다 할 일들이 많으니 그렇나 봅니다.
삼촌이랑 모남순님, 그리고 판암초 교장샘 홍사숙님이랑 함께 한 뒤
고추밭으로 가고 포도밭으로 갔지요.
그것으로도 이 하루의 좋은 명상공부가 될 테지요.

지난 해날 저녁의 무리한 술자리가
오래 몸에 남았습니다.
것말고도 독이 더러더러 몸에 쌓이고 있던 한동안이었지요.
오늘에야 비로소 개운한 아침을 맞았습니다, 한 주가 걸렸네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학교 고래방 뒤란 개울물처럼 돌돌거리며 끊이지 않고 흘렀더이다.
이 아이들,
몸져누워도 한마디씩 다만 안내만 있으면 지들이 공부 다하겠구나 싶데요,
뭐 늘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만.
맑은 이 아침이 선생과 학생의 관계에 대해 생각게 했네요.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는 바지런한 선생이 분명 좋은 선생이겠으나
아이들하고의 관계에서는 "게으른 선생인 좋은 선생이다!" 싶습디다.
그래야 아이들이 할 게,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니까.
계자를 할 때 품앗이로 오는 이들에게 꼭 하는 그 말,
"제발 뭘 가르치려 하지 말아주십시오,
이놈이 선생이란 작자들은, 혹은 어른들은
아이들만 보면 뭘 가르치려 든단 말예요."
다시 일상 안에서 잘 짚어본 거지요.
그들은 스스로 배워갈 것입니다,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그러하듯.
그래요, 우리가 뭘 가르친단 말인가요, 다만 우린 파수꾼일 뿐인 게지요,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불이 나지는 않나 하고.

아이들은 '호숫가 나무' 아래에서 머리 터는 법을 익힙니다.
생각 많은 우리들 머리 속 말입니다.
절에서 하는 수행 가운데 하나인 면벽, 벽관쯤 되었겠습니다.
삶, 그냥 사는 거지요,
무슨 대단한 기대를 하며 산답니까.
맑게 다른 존재를 휘휘 둘러도 보면서
저 별이 빛나고 저 나무가 서 있듯
저 돌이 앉았듯 저 꽃이 피고 지듯
그리 나날을 사는 게지요.
언젠가 희생과 헌신의 차이에 대해 우리가 깊이 다시 살펴보았노라 했지만,
그래서 이 공동체를 끄는 힘이 희생가 아니라 헌신이려니 했지만,
그것마저도 무색할 일입니다.
헌신은 또 무어랍니까,
그냥 주욱 사는 거지요.
시간 반이나 되는 고요의 바다를 헤엄치며
아이들은 자기에게 들고 나는 머리 속을 비고 또 비워보았더랍니다.

예린이가 기브스를 했습니다, 손에.
부러진 팔도 부목만 잘 대면 굳이 병원 찾지 않아도 되는데,
어른들처럼 긴 시간을 가지고 붙여야 하는 것도 아닌데,
부어있는 그 손을 우리의 정근 선수가 또 깔고 앉은 게 어제였더랍니다.
결국 병원에서 한 일도 기브스일 뿐인데,
병원을 가지 않으면서 하는 불안이라니...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학교에서 하는 방식대로 좀 보아주지요 하는 마음들이 굴러다녔댔지요.
막연하게 했던 몸공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싶데요.
꼭 두부에 밀가루에 치자가루에
그런 걸로 저 고생 시키며 아이들 낑낑대게 해야느냐 항의(?)라도 들어오면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 부모들을 설득하는 기반이 약하고
정말 의학적인 대처가 있어야 할 거니까.
어쨌든, 우리들의 몸이 거의 전적으로
병원의 전문성이란 것에 맡겨지는 것에 반대하는 물꼬니까요.
그 전문성이란 것도 결국 소우주 인간의 몸에 대해
10%나 알까 의심이 가니까 말입니다,
의사들을 알면 노발대발할 일이겠습니단.
이 여름날에 기브스한 손을 보며 이래저래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아기다리 고기다리(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서운 이야기 4탄,
역시 배경은 외가의 풍성한 자연과 정감어린 그 골목길,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살아냈던 마을 사람들이 등장했겠지요.
"정말 무서웠어요."
"그래도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오늘은 죽은 사람이 등장한 게 좀 뭣했지만
무서운 얘기가 감동까지 주었다니
죽은 몸이 나왔대서 뭐 그리 핀잔할 것도 아니지 싶었지요.

춤추러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나가는 일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겠습니다.
차가 없어지거든요.
"옥샘 차에다, 다른 학부모 차 하나랑..."
"정 필요하면 버스랑 맞추면 되지요."
것보다도 꾸역꾸역 여러 차를 끌여 들여 나가야 하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고,
우리가 멀리서 차를 타고 아이들을 예까지 데려와야 하는 것을
반생태적인 일이라고 말해왔던 그것과 같은 까닭으로도
굳이 무리하게 나다닐 건 아니라는 게지요.
차가 있었고
전혀 마음 쓰이지 않게 움직여 주셨던 분들이 계셨던 겁니다.
김천에 가기로 한 실내수영장 따위는 버려도 되겠고
산오름은 중요한 학기 공부 가운데 하나니까 꼭 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조금 따져가며 또 살면 되지요.
오래 물꼬에 차를 내어주신 신동인님 조은희님, 정말 고맙습니다.

민족건축인협의회에서 사람들이 여섯 왔습니다.
올 여름 물꼬를 배경으로 건축캠프가 있거든요.
대문도 올리고 우물도 살리고 짓다만 집도 마저 짓고 기와벽도 하나 세우고...
민건협의 의장 부의장인 양상현님과 윤의식님은
달골 집 설계와 도면도 맡아주셨지요.
점심을 먹고 회원들끼리 족구를 하고 있기에 한 소리 던집니다.
"왔으면 일도 하고 그래야지..."
그런데 그들은 그들대로 주중에 '내 일'을 했고,
더구나 분위기를 익히고 상황을 보는 답사이니
저리 움직이는 게 그들의 일인 걸,
노는 것도 저들의 일인 걸,...
내가 일할 때 놀고 있는 저이가, 내가 쉴 때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게지요.
참 사람이란 게 제 일 조금 덜어주면 얼씨구 그가 일한 게 되고,
내 눈에 그가 움직이면 일한 게 되고...
눈을 믿지 않는 슬기가 필요한 게지요.

떡본 김에 제사라고 물꼬 건축 모임도 있었지요, 5시 30분.
양교수님 윤소장님 그리고 시공업자들 둘, 게다 덧붙여진 민건협 식구들도
경험들을 보태고 지혜를 더했더랍니다.
새로운 상황이 또 생겼지요.
목공실에 창문을 내자니 도저히 낡아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합니다.
내려앉는 게지요.
그렇다면 완전히 뜯어내고 다시 올리는 건데,
그러자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교육청하고 밟아야할 절차도 있고, 번거로워지는 겁니다.
결국 그리 해보자 결론을 내기야 했지만 말입니다.

홍사숙샘이 가셨습니다.
삼촌처럼 이른 시간에 일어나셔서부터 해질녘까지 움직이셨지요.
세상에,
물꼬 포도도 사서 드셨다 하기 아무래도 눈치가 수상쩍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년 여름 지나서부터 물꼬 논두렁이더이다.
지난 밤, 성함을 봤지 싶어 회원목록을 확인해보았지요.
작년 학교 문을 열고부터는
이제 아는 사람들이 논두렁이 되는 범주를 뛰어 넘어 새 논두렁이 늘면서
사무실 실무자의 손에서 주로 맡겨져 소홀했는데...
아차, 싶습디다.
논두렁으로서도 고맙고,
내어주신 손발과 나눠주신 고요가 더 고맙습니다.

오래 병원을 지켰던 김경훈님 들어오시고
김애자님도 손님들 치를 가마솥방일을 도우러 들어오시고
조은희님 신동인님도 함께 일하다 임산을 내려가셨습니다.

한 주가 또 이리 갑니다.
대나무로 여러 가지를 만들며 재밌었다는 나현,
장구 껍데기(가방)를 갖고 공기를 넣어서 만들어 놀았다는 예린,
비오는데 기어타고 재홍이형 집을 두 번이나 갔다 오고
소나무 길이를 재봤다는 류옥하다,
쥐며느리 다리가 딱 14개였단 걸 스스로공부에서 확인했고
새벽에 (학교)갈려 할 때 마루에 새가 들어와서 보내줬다는 령...
"염소 밥 주다가 큰 염소한테 풀 주는데 옆 염소가 달라고 그래서 웃꼈구요,
네 염소 가운데 한 마리가 방구를 꼈는데요..."
어찌나 사연들이 많고 많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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