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달날 뿌연 하늘

조회 수 1227 추천 수 0 2005.06.23 01:51:00

6월 20일 달날 뿌연 하늘

"퇴고는 너무 힘들어요."
한마디 배운 걸 꼭 써먹는 아이들입니다, 굳이 '고치기'라고 안하고.
제(자기)글을 다시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살피기가 조옴 힘들지요.
오늘은 제법 긴 글들을 써놓고 고치기를 합니다.
(저-자기-도 되읽기 힘든 걸 읽고 있는 저는 어떻겠어요, 참내?)
령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샘에 대해 그 까닭을 이리 써놓았습디다.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니까."
그렇겠습니다, 용기를 주는 사람, 정말 좋은 샘일 테지요.
우리 지난 날에도 그런 샘이 계셨겠지요, 생을 살만하게 만들어주던.
"나는 하다구요, 성별은 남이구요, 약간 짜증은 많이 내요. 그렇지만 착한 아이지요. 나이는 1학년.
머리를 두개나 아니면 한 개로 묶어요. 그리고 키가 큰 편이에요."
류옥하다는 그리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동놀이 때 지는 거 엄청 싫어한다네요.
역시나 큰 아이들일수록 재미가 덜합니다.
작은 아이일수록 글이 발랄하기 마련이구요, 흔히 살아있다고 하는.

색놀이 시간 드디어 새로운 실다루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학기에 언제부터 하마던 십자수를 마침내 시도하네요.
작년에 한땀두땀(바느질)을 했던 적이 있다고
신입생들과 차이 나는 지난 기수들입니다.
실 가닥이 둘이 되니 바늘에 꿰는 법도
한 단계 더한 수준을 배웠더라지요.
날밤이라도 새겠는 기세지만
옥수수밭 풀도 뽑으러 나가야지요, 뭐.

아이들이 가끔 상담이랍시고 찾아와 여러 하소연들을 하지요.
곁에 살아도 못볼 적도 많고,
같이 사니 반나절만 얼굴 안봤다 싶으면 며칠은 오데 다녀온 것 같습니다.
얼굴 보러 상담의 이름을 걸고 들오는 건 여자 애들이 절대적으로 많지요,
그런데 같이 찾아왔어도 얘기는 따로 따로 하는데
둘이 같이 상담하겠다고 양 옆을 차지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루죙일 둘이서 같이 붙어다니더니만 들어보면 영락없이
다른 여자 아이 하나를 공통적으로 못마땅해 하는 내용이지요.
끝이야 빤합니다,
그래 우리들 자신도 안다, 사실 걔가 아직 어리니 그렇다,
걔는 마음이 어떻겠다,
그리고는 너그럽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며 말없이 같이 앉았다 헤어지지요.
문득 어른들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됩디다.
우리 어른들은 어떤가요?
어떤 이와 가지는 연대의 고리가
혹여 한 사람을 향한 공통된 미움을 나누고 있는 건 아닌가,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 하며 서로 위안받고,
그래서 서로 살뜰해지면서 관계가 깊다 착각하며 '관계'를 맺어가진 않는지요,
정말 건강한 연대들을 하고 있는지, 나를 갉아먹는 것은 아닌지?
우리 아이들이 진정 깊은 건강한 관계를 가지도록 애써야지 합니다,
본때가 있어야 한다 하였으니 먼저 건강하게 관계맺기를 익혀야지 합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머물다 예로 옮겨온 이은순님이
한동안 묵으며 물꼬 일을 돕기로 하였습니다.
야마기시 산안마을에서 상범샘 희정샘이랑도 달포를 같이 일했다네요.

매곡 군의원 장종석님 다녀가셨습니다.
마침 자리를 비우고 있던 참이라 고폭탄처리건으로 낸 소송장만 놓고
낼 만나서 여러 가지를 의논키로 하고 내려가셨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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