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물날 텁텁하게 더운

조회 수 1235 추천 수 0 2005.06.24 12:14:00

6월 22일 물날 텁텁하게 더운

한동안 비올 기미는 뵈지 않는데
장구에서 호흡법에 소홀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빨랑 아이들에게 확인해줘야지 싶은 마음 바빴더랍니다.
달에 한두 차례 대구에 건너가서 치는 장구가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생각케 하지요, 지난 해날도 그러했습니다.
마침 '스스로공부'가 있는 날이니 여유도 있고 해서
고래방에서 아침을 맞자 하니
비오는 날 두드리는 장구채를 웬일로 잡자하나 갸우뚱거리며
아이들이 어슬렁어슬렁 들어왔지요.
"준비이이!"
"준비이!"
"아니 세 박자로, 시이작!"
"시이작!"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아이들노래 하나 국악풍으로 부르며 세박 호흡을 익힙니다.
"돌콩(하늘)과 땅콩(채규)이 똑같아요."
우리들 이야기를 섞어가며 말입니다.
"혜린이 묶은 머리가 똑같아요."

옷감 물들이기가 이틀째입니다.
모남순님 아이들 몰고 어제 널어놓았던 물들인 천들
수세하러 물가에 갔지요.
재보다 잿밥이라고
아이들은 물놀이 이야기를 전하느라 신이 더 났더랍니다.
다이빙을 했다는데,
들으며 가슴이 몇 차례는 철렁하였지요.
아휴, 제발 깊은 데서, 자기 힘만큼만 하라 당부하고 또 당부합니다.
계절이 가져다주는 걱정이겠습니다.

엊저녁 늦게 품앗이 승렬샘과 지민샘 왔습니다.
커다란 수박이랑 참외봉투도 들고 들어왔네요.
사무실과 교통에 문제가 있어
애궂게 김경훈님이 두 차례나 영동역까지 오갔습니다.
사부작사부작 곁에서 새벽 세시가 다되도록 얘기나누다 잠자리로 갔지요.
오늘 점심엔 태규샘까지 들어와
다들 달골 포도밭에 올라 가지솎기를 했더랍니다.
여름밤이 빚는 정경들에 싸여 늦도록 도란도거리기도 하였지요.
"야아, 불과 반년전만해도 안그랬는데..."
"저희들끼리도 우습다니까요. 술 얘기 담배 얘기..."
새벽 1시도 더 넘어서야 잠자리들로 갔습니다,
여름 계자 일정들을 확인하고.
지난 겨울,
물꼬의 손발이 유달리 필요한 올 해라는 하소연에 힘이 돼 보겠노라더니
그 약속을 이리 지켜주고들 있습니다.

일 좀 하자고 자리 앉으면 밤 10시가 훌쩍 넘어있습니다.
그런데 전화 몇 통 돌리거나 오는 전화를 받고 보면
자정도 또 금새지요.
사적인 전화도 그 시간쯤 드물게 옵니다.
오늘도 푸념 하나를 듣지요.
그에게 이곳에 비빌 언덕이란 건 고마운 일입니다,
이곳에 오가는 것이, 예다 소식 넣는 것이 위로라 하니.
그런데, 여가 우리집인데, 갈 데도 없는데(?),
흔히 '집이 주는 위안'을 나는 갖고 있는가,
문득 서글퍼(?)집디다려.
어찌됐던 귀가 얇은 모양입니다.
오늘 전화한 선배는 부하직원땜에 열나 있습니다.
"내가 내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회사일을 안되게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일 좀 한다고, 할만큼은 한다는 부하와,
일이란 게 어디 그러냐 찾아가면서도 해야지 라는 상사가
같은 일을 두고 바라보는 차이땜에 생긴 갈등쯤 되겠습디다.
그 부하로서는 적어도 맡은 일을 수행하지 못한 건 아니란 것이지요.
그런데 상사는 또 다른 겝니다.
더 팔려고 했는가,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지켜냈는가 하는
'적극적 개념'을 주장했겠습니다.
나는 내 일을 잘하고 있다,
바로 그걸 제발 의심 좀 해라 하였답니다.
정말 회사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했는가,
회사의 기준에서 자신의 일이 정말 잘하고 있는가를 보라구요.
그래요, 우리(이런 산골에서 공동체랍시고 사는)라고 다르겠는지요.
소극적 개념에서 잘하고 있는 일도
적극적 개념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을 수 있겠다 싶데요.
우리도, 아니 당장 자신에게 한 번 물어볼까나요,
'내'가 아니라 물꼬에서 필요한 일로서 자기 일을 수행하고 있는가고.
공동체라는 게 자기 자리 일만 잘하는 것으로 살아지는 게 아니라
운동장도 복도도 교실도 부엌도 사무실도 넘의 부서가 아니지요.
지나다 떨어진 휴지 하나도 줍고 열려진 문도 닫고
운동장 돌도 하나 치우고 널린 의자도 정리하는 일들까지
다 '내 일'이어야 하니까요.
먼지까지 털진 못하더라도,
각자 맡은 범위 밖의 것들이 있기 마련이란 말입니다.
결국 게으른 자신과 싸우는 일일수도 있겠습니다...
헌데, 늘 이런 전화 뒤끝은 꼭 이렇다니까요.
"니들은 마음 하나 편하겠다..."
그러자고 들어온 산골살인가(아니라고도 말못하지만),
에이, 선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요,
사람살이 어데라고 다릅디까...

가까이 계신 죄로
아침에는 요가로 오후엔 밥 하러, 조은희님 다녀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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