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흙날 흐리더니 개데요

조회 수 1226 추천 수 0 2005.05.27 01:11:00

5월 21일 흙날 흐리더니 개데요

마을 들머리 서낭당 아래서 간절히 되냈던 바램들처럼
깊이바라보기를 한 다음
소망을 담아 소나무 아래 돌쌓기를 한 '호숫가 나무'였네요.

아이들이 읍내 춤추러 나간 동안
밥알식구들이며 품앗이샘들이
세 다랑이 논 모내기를 시작했습니다.
역시 손모지요.
해거름 읍내서 돌아올 적 건너다보니
윗다랑이 젤 큰 논 절반을 하였기에
아하, 마저 끝내고들 오시겠지 하였는데 소식 없더니만
세상에, 작은 다랑이만 남기고 마저 심고 오셨답디다.
작년에 해본 일이라고 빠르기가 예사롭지 않았다나요.
그 허리들이 어땠을려나...
막노동꾼들의 됫소주와 농사꾼들의 됫막걸리의 힘처럼
그렇게 힘을 차린 '잠시 농꾼'들은 불콰해져서,
구워진 팔뚝으로, 빛나는 얼굴로, 돌아오셨습니다.
가을 햇벼를 이곳에서 얼마나 달게 먹을라나요,
쌀 한 줌 나눠주지 않는 물꼬 논농사에
온 땀 흘려준 손발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저녁을 먹고 품앗이 승현샘이
애니메이션 한 편을 강당 벽에 쫘악 내린 크나큰 천에 쏘았지요.
쏟아진 화면에
다문 입을 닫지 못한 아이들은 흠뻑 취했더랍니다.
하기야 무엇이 재미가 없을라나요.
그런데 고단하긴 고단했나 봅디다,
어른들도 영화 한 편 본다고 앞 영화가 끝나길 기다리던 극장은
금새 불이 꺼지고 말았데요.

한 밤 승현샘이랑 기락샘은
계자 앞두고 그림동화 하나를 화면에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가는 봄밤, 아쉬워 아쉬워 커다란 그림동화로 위로할려지요,
낼 모레 하는 백세 번째 계자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94 6월 20일 달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05-06-23 1234
593 6월 19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5-06-22 1282
592 6월 18일 흙날 시원찮게 맑고 더운 뒤 비 조금 옥영경 2005-06-22 1382
591 6월 17일 쇠날 찌뿌찌뿌 옥영경 2005-06-19 1383
590 6월 16일 나무날 까부룩대는 하늘 옥영경 2005-06-19 1184
589 6월 15일 물날 오후 비 옥영경 2005-06-19 1229
588 6월 14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6-17 1403
587 6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5-06-17 1215
586 6월 11-2일, 밥알 모임 옥영경 2005-06-17 1266
585 6월 11일 흙날 아무 일 없던 듯한 하늘 옥영경 2005-06-17 1273
584 6월 10일 쇠날 비 옥영경 2005-06-12 1254
583 6월 9일 나무날 해거름 좀 흐린 하늘 옥영경 2005-06-12 1408
582 6월 8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6-12 1086
581 6월 7일 불날 땀 범벅 옥영경 2005-06-09 1339
580 6월 6일 달날 의심없는 여름 옥영경 2005-06-09 1223
579 6월 5일 해날 덥네요 옥영경 2005-06-06 1337
578 6월 4일 흙날 흐리다 개다 옥영경 2005-06-06 1272
577 6월 3일 쇠날 말짱한 하늘 옥영경 2005-06-04 1476
576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061
575 6월 1일 물날 흐리다 밤새 대차게 내리는 비 옥영경 2005-06-03 132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