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쇠날 씻겨서 신선한

조회 수 1243 추천 수 0 2005.05.16 17:35:00

5월 13일 쇠날 씻겨서 신선한

날씨가 좋아져서 '물이랑'은 다시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공동작업 하던 것을 마무리 하러.
한 학기 '중심생각공부'를 아이들도 충분히 알고 있으니
저들도 날씨에 따라 규모를 잘 가늠한답니다.
배움방에서 갈수록 어른의 자리가 좁은 이곳이지요.

매곡의 고폭탄(탄약재활용)처리시설을 반대하는 집회가
오늘은 영동읍내에서 있었습니다.
상촌면민들은 낮 1시에 소방서 앞에 모였다가
낮 2시에 영동역에 닿았지요.
"지난번에도 왔지?"
물꼬 아이들을 알아본 여러 어른들이 아는 체를 해주십니다.
궐기란 게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마음을 돋우고 기운을 내서 벌떡 힘차게 일어나는 거라 하니
오늘 궐기대회를 하는 게 맞지요.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마음이 높아
아이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피켓도 앞서서 들겠다는데
더운 날씨에 거리시위라도 나가면 어렵지 하고 도로 돌려주라 했습니다.
한참을 앉아 소리 지르던 우리 아이들,
혜연이를 시작으로 가방에서 허드렛종이를 꺼내 뭔가를 써서 드는데
류옥하다는 들고 있던 꼬챙이에 꽂아서,
더러는 양손으로 번쩍번쩍 들었다 내렸다 하며
저들 마음을 전하고 있습디다.
"고폭탄처리시설 반대한다! 결사 반대!"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좋게 말할 때 취소해라!"
"우리는 주인이다! 고폭탄 반대!"
"영동군수 몇 원: 100원에 팔아!"
"영동군수 거짓말쟁이"
"입장 바꿔 생각해봐!"
어찌나들 진지한지,
누가 보면 무슨 어른들이 해준 말인 줄 알겠다 싶데요.

낮 3시, 군청 앞까지 걸어갑니다.
"아이구, 너들이 최고다야!"
어른들이 모두 입에 올려주십니다.
이 녀석들 목소리가 좀 커야 말이지요.
우리 사는 일을 넘이 결정한다는데 너무 화나 있으니 더하지요.
무리는 구호를 외치고 군수의 직접 사과를 듣기 위해 기다리면서
세 차례 군청 안 진입을 시도하였습니다.
군청 앞에서도 쩌렁쩌렁 구호를 외치는 우리 아이들을 본 어르신들이
어찌나 기특타시던지요.
하기야, 사실 아이들이래야 맹 우리 애들이었으니...
어떤 어른은 주머니에 있던 땅콩을 나눠주시고
어떤 분은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으며
한 아주머니는 석현이 친정이라며 갖고 있던 새우깡 두 가마니를 주시고
집행부사람들은 아이들 빵이며 마실 것을 챙겨주셨지요
(그 맛에 자꾸 시위 안하냘 지도 모를 일입니다).
군청 앞에서 경찰이랑 대치할 적
아이들은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
저들 말에 의하면 어른들이 밀고 들어오면 도울 준비를 다하고 있었다는데,
실패해서 아쉽다 아쉽다 난리였지요.
"이번에는 좀 낫네요."
집행부에 다음 일들을 맡기고 5시 무리가 흩어질 때
애들이 집행부를 향해 한 말입니다.
해보더니 하는 폼새가 나아진다는, 딴에는 평이었겠습니다.
축제 같은 시위였지요.

돌아와 밥알 김애자님이 싸오신 쉰 줄의 김밥을 저녁으로 먹으며
아이들은 분노가 가라앉지 않아 계속 소란했답디다.
"손군수는 당장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재검토하라, 재검토하라, 재검토하라!"
"웬말이냐, 웬말이냐, 웬말이냐!"

아이들 시위 나간 틈에 어른들은 흙날에 올 손님들을 위해 머위를 뜯고,
영양에서 해바라기 고추모종을 실어오신 밥알 김상철님은
죙일 논을 돌보셨다데요.

임산에 무슨 계모임이 생겼는지
밥알 신동인님 댁으로 김영규님 한동희님 김상철님이 한밤에 건너가셨고,
밥알 김현덕 정미혜님은 자정이 넘어가도록 부엌일을 하셨네요.
새벽 2시가 지나서는
절친한 친구이며 논두렁인 일산의 조희순님 가족이 왔답니다.
제 그림동화 기획일을 하고
무엇보다 물꼬의 교과서 작업을 도울 준비를 위해
어린 두 아이를 끌고 이번 콘서트참에 내려왔네요.
"물꼬의 통합교육이 거의 구전수준이잖아,
알다시피 그런 전승은 결국 사라지고 말아."
그는 아이들 수업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혹 통합교과를 맡은 선생의 신상에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하면
타격이 이만저만 아닐 거라고(절대적으로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 곳이니)
서둘러 교과작업을 해놓아야한다 난리랍니다.
앞으로 이 학교에 들어오기를 꿈꾸는,
아직은 어린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마음이 바쁘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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