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나무날 봄바람이 예전에도 이리 거칠었나요>

간밤 아이들 속에서 자던 안은희님이 두런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더라는데
여자애들은 다들 머릿수가 맞더라나요.
남자방으로 건너가셨겠지요,
두 녀석만 있더랍니다.
부엌으로 갔다지요.
"너무 추워서요..."
이 녀석들, 불 때 달라 어른을 불러낼 법도 하건만
저들끼리 그러고 있더라지요.
게다 여자방 아궁이에도 불을 지피더랍니다.
"들어들 가라, 내가 하께."
그러셨다데요.

오늘은 시카고에 계신 공동체 식구 기락샘의 생일입니다.
아이들 아침모임에서 미국에 전화라도 해보잡디다.
한 줄로 주욱 서서 한마디씩 축하의 말을 전했지요.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이랑'에는 유리병이 열 개나 필요했답니다.
한참 물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책이 유행처럼 읽혔다지요.
정말 그러할까,
우리도 해보자 합니다.
어쩜 우리가 날마다
'내가 평화롭기를,
내가 그러하듯 그 평화가 번져가 그대도 평화롭기를' 믿는 것처럼
물도 그런 '파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광학현미경 이런 거 아니라도 눈으로 읽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해보려구요.
시끄러운 음악과 조용한 음악,
기분 좋은 글과 언잖은 글,
생명이 있는 꽃과 죽은 꽃을 담은 차이,
듣기 좋은 말과 싫은 말,
게다 증발에 대해서도 물에게 어떤 변화들이 일거나는지 살펴보려 하지요.

머리 마사지도 하는 날입니다.
"꼭 나들이 갈라고 머리 감는 것 같애요."
예, 오늘은 옥천 그림 전시회에 갑니다.
그림을 보며 궁금함이 일었고
아이들은 화가에게 달려갔더라지요.
"왜 주로 소가 나와요?"
"뭘로 그린 거예요?"
작은 동산에 올라 간식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봄동산에서 맘껏 뛰어댕기고
벚꽃들이 눈처럼 나렸답니다.
아, 작은 소동도 있었지요.
안은희님이 매뉴얼차를 오랜만에 끄셨는데
고무타이어 타는 냄새에다 2차선 도로에 잠시 멈춰서기도 하고...
"일단 세워요, 아이들이 위험하니 먼저 내리고 차를 봐야 해요."
류옥하다 선수 제깐엔 조언이라고 소리 버럭버럭 질러대지...

대동놀이, 나들이 다녀온 피로는 어데로 보냈는지 꾸역꾸역 하잡니다.
두 패로 나눠 축구경기장에 나선 선수들처럼 관중석을 향해, 그리고 서로
점잖게 인사들을 나누며 시작했지요.
어찌나 소리를 질러댔던지, 마을 어르신들이 목을 빼며 들여다보셨습니다.
그런데 격렬함이 싸움으로까지 갈 참입니다.
공동체 식구 한데모임의 좋은 자료가 되었지요.
독도문제와 미군방위비분담문제까지 들먹이며
우리가 정녕 분노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해봤더랍니다.
오늘은 아홉시가 훌쩍 넘어가는 데도 아직 할말들이 많아요.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다듬기도 한 게지요.
반대편에선 자기 마음 꺼내기가 된 셈이구요.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나머지 사람들이 포문을 엽니다.
"정근이 오빠는..."
"예!"
인정합니다, 그러지 않겠습니다,를 대신하는 '예'겠지요.
"준비 안됐어요."
채은이는 마지막까지 준비가 되지 않아 다음에 한답디다.
령이는 얘기하는 가운데 받아들일 마음이 생기더라지요.
자신에 대한 비난을 많은 사람이 앉은 자리에서 듣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마다요.
"이러나 날 새겄다. 우리에게 남은 날도 많고 많으니
다음으로 미루는 건 어떨까요?"
진지한 게 무슨 국회청문회 같아 어른들이 한참을 설득해야 했지요.
마지막으로
매곡의 한 부대에 들어선다는 탄약창고 문제에 대해
우리들은 어떻게 할까도 잠시 다루었네요.
"모든 아동들은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이
지역사회와 문화 속에 참여되어지는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네 가지 권리 가운데 하나인
참여권이 그런 것 아니더이까.

아이들을 곳감집으로 올려보내고 날적이를 들여다봅니다.
운동장의 흙산을 끊임없이 파고 메우며 논 얘기도 나오고
아파서 쑥을 발랐는데 나았다는 도형,
진달래를 봐서 예뻤고 살만했다는 혜린,
블로파이프(바람총)를 만들며 논 얘기도 나옵니다.
인디오들이 사냥할 때 대나무 끝에 쿠라레(독)를 묻혀
숨을 몰아쉬다가 불어서 화살을 날리는 그것을
도대체 어디서 알아낸 걸까요?
"있잖아요, 그책..."
정미혜님이 학기 시작하실 때 사주신
'살아남기'책 하나를 끌고 옵디다.
얼마나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아이들 안에 있는지요,
설탕통에 빠진 개미처럼 정신없이 웃음이 침처럼 넘쳐 나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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