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하다보면 청소할 곳이 는다.

일이 서툴 땐 여기서 나온 뭔가를 다른 곳으로 자꾸 밀다보면

결국 그곳으로 쌓인 것을 치워야 한다.

비로 쓸다가 한곳으로 모인 것을 쓰레기받기에 몰아서 담게 되는 것처럼.

그런데 일이 익어도 청소할 곳이 자꾸 늘어난다.

그건, 한 곳을 치워놓으니 그 옆으로 지저분한 곳이 눈이 띄게 되는.

그곳을 치우면 그 다음 곳이 보이고.

그러니 시간을 정하거나, 청소의 수위 혹은 규모를 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풀을 매는 것도 그렇다.

여기만 하고 말지 해도 그 다음이 보이고, 그곳을 하고 나면 다음 곳이 보이는.

그 역시 시간을 정해놓고 하든, 범위를 정하든

아니면 어느 만큼의 밀도만 할 것인가를 정하게 된다.

수업을 하는 것도 그렇다.

이것도 알려주고 싶고 아이들이 그걸 알면 다음 것을 주고 싶고,

상담도 그렇다. 그를 이해하게 되면 더한 과정을 밟고 싶고 더 헤아려주고 싶은.

살면 살수록 사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 또한 매한가지이겠다.

그러므로 늘 웬만한 정도에서 타협하게 되는.

그런데 사랑만큼은 다르다 싶은.

잴 것 없이,

그러니까 시간이고 수위고 범위고 상관없이

내가 줄 수 있는 것만큼, 오직 힘닿는 데까지 한껏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하여 사랑이야말로 가장 쉬운 길.

오직 사랑하면 되니까.

 

 

햇발동 앞 솔라등 둘레 풀을 뽑았다.

기계가 닿지 못하는 곳이다.

창고동 꽃밭의 풀도 매다.

대왕참나무 아래 풀을 뽑고, 화덕 둘레 풀을 매고.

하얀샘이 예취기로 도라지밭에서 아침뜨락 은행나무까지 싹 밀다.

학교에서는 부엌과 큰 해우소 사이, 가마솥방 둘레와 큰해우소 뒤란 풀을 뽑다.

수련이 들어왔다.

아침뜨락 지느러미길 시작하는 양쪽의 커다란 수반에,

그리고 햇발동 앞 수반용 대야에 넣을.

수반에는 고라니들이 와서 수련을 똑똑 따먹고는 해서 망을 쳤더랬고,

그래도 뿌리는 남았는데 겨울을 나지는 못하고 얼어 죽었다.

다시 세 뿌리를 사들인.

수련의 수자의 한자가 물 수()인 줄들 알고는 하지. 아니다!

연은 밤에도 꽃을 피우지만 수련은 낮에 피고 밤에 꽃잎을 접는다.

그래서 잠자는 연꽃, 잠잘 수(; , 졸음, 꽃이 오므라지는 모양)를 붙여 睡蓮(수련).

수련은 겹꽃, 연은 홑꽃잎.

수련 잎은 광택이 나며 한쪽이 갈라져있고, 연은 광택 없이 원형.

수련은 물에 젖지만 연잎은 물에 젖지 않고 물방울이 맺힌다.

그래서 비올 때 우산마냥 들기도.

잎과 꽃이 수면에 붙어 있는 수련에 반해, 연은 50센티미터 이상 높이까지 뻗는다.

수련의 줄기는 매끈한데 연의 줄기는 오돌도돌 가시 같은 돌기가 있다.

연뿌리는 먹지만 수련뿌리는 풀뿌리.

연근 아니어도 연은 쓰임이 많다.

연밥은 그냥 까먹기도 하고 가루로 연자죽을 끓이기도.

연잎으로 밥을 싸서 쪄먹기도 하고, 잎을 썰어 덖어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백련꽃으로 연꽃차도 달여 마시네.

그나저나 수련은, 올해는 고라니의 입을 피할 수 있을 거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036 2022. 7.14.나무날. 반 맑음 / 속알모임(물꼬 운영위원회) 옥영경 2022-08-01 362
6035 2022. 7.13.물날. 비 옥영경 2022-08-01 294
6034 2022. 7.12.불날. 흐림 / 너 몇 살이야? 옥영경 2022-08-01 294
6033 2022. 7.11.달날. 비 옥영경 2022-07-30 329
6032 2022. 7.10.해날. 다저녁 소나기, 밤에도 두어 차례 옥영경 2022-07-30 406
6031 2022. 7. 9.흙날. 흐린 오전, 썩 맑지는 않은 오후 옥영경 2022-07-29 345
6030 2022. 7. 8.쇠날. 흐림 옥영경 2022-07-29 294
6029 2022. 7. 7.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2-07-29 297
6028 2022. 7. 6.물날. 후덥한 속에 몇 방울 소나기 옥영경 2022-07-29 318
6027 2022. 7. 5.불날. 낮 4:25에 20분 반짝비, 자정에 반짝비 / 물꼬는 교육자들을 키워내는 허브? 옥영경 2022-07-28 321
6026 2022. 7. 4.달날. 한밤 번개 한 차례만 옥영경 2022-07-28 315
6025 2022. 7. 3.해날. 흐리다 비 한 종지 옥영경 2022-07-28 302
6024 2022. 7. 2.흙날. 맑음 / 모른 체 해주는 아이들 옥영경 2022-07-28 353
6023 2022. 7. 1.쇠날. 맑음 옥영경 2022-07-28 330
6022 2022. 6.30.나무날. 비 온다더니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옥영경 2022-07-27 303
6021 2022. 6.29.물날. 흐림 옥영경 2022-07-26 355
6020 2022. 6.28.불날. 습을 머금고만 있는 하늘 옥영경 2022-07-26 306
6019 2022. 6.27.달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22-07-26 297
6018 2022 물꼬 연어의 날; Homecoming Day(6.25~26) 갈무리글 옥영경 2022-07-13 642
6017 ‘2022 연어의 날’ 닫는 날, 2022.6.26.해날. 오려다 되돌아간 비 옥영경 2022-07-13 48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