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23.나무날. 비

조회 수 301 추천 수 0 2022.07.12 01:00:44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다.

다 저녁부터 비가 굵어졌더랬다.

쫙쫙 내린다.

내 갈증에는 한 치도 참을 틈 없이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꽃과 나무들에게 못내 미안했다.

마른 날 오래인데, 물을 다 줄 여력을 안 되었던.

안쓰러워도 그게 다 안 되더라.

그런데 저 창대비라니!

 

고맙기도 하여라, 날씨여!

해날 저녁부터 모여 달날부터 연어의 날 준비위가 돌아가고는

책상 앞에 통 앉지를 못하면서 쌓이는 일과 마음이 많더니

이참에 책상에 잠깐 앉다.

또한 고마워라, 날씨여!

9시에 나가 점주샘과 풀을 뽑았는데,

아침뜨락 들어가는 지느러미길의 메타세콰이어 사이 풀들을 뽑고

잔가지를 좀 잘라주고,

오죽 사이 풀들과 감나무 아래 명아주들과

들머리 가장자리 눈에 걸리는 풀들 더미 베어주고,

이제 다른 일로 좀 옮겨가자 할 때 비가 굵어졌다.

오다가다 하던 비라 살짝 나무 아래 서서 피할 비가 아니었던.

집안으로 들다.

일 그리 한 장을 정리하게 해준 비라.

학교에서는 큰해우소와 바깥 수돗가 청소.

 

보급대가 다녀갔다. 여러 사람은 아니고 한 벗이.

멀지 않은,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곳에 사는 이가

일하면서 흐름 끊어지지 않게 돕느라

김밥과 떡볶이와 와인을 들고 점심께 왔다.

저는 밥까지 먹고.

덕분에 벌써부터 흘린 땀에 다들 씻고서 모여 밥상 차릴 것 없이 쉬면서 먹었다.

며칠 동안 차를 달이지도 못해 아쉽더니

마침 쏟아진 소나기에 고맙다며 홍차를 마셨네.

 

마지막 남아있던 이불 정리, 빨고 말렸던 하늘방 이불들을 들이고,

햇발동 아래 위층 욕실을 치우고,

햇발동 거실 방충망을 수리하고,

달골 대문 안내판에 살짝 아쉽던 글자 사이 꽃 한 송이 그려 넣고.

점 하나로 인상이 달라지지. 사람 얼굴도 그럴 수 있겠네.

점 하나가 그림을 영 불편케 하더니

다른 곳에 점 하나가 인상을 바꿔주더라.

그림(이라고까지 할 거리도 사실 아닌데)을 잘 모르지만

선 하나 각도 1도가 점 하나가 그림 전체의 느낌을 다르게 할 수도 있는.

아침뜨락에서 예취기를 돌아가고,

아래 학교에서는 운동장 가장자리 남쪽 편에서 풀을 매고.

 

연어의 날 신청이 마감되고도 이어진다.

요즘 자기가 응원하는 영화나 공연이 있을 때

직접 관람 못하더라도 표를 구매해서 마음으로 지지를 표현하더라

영혼 참가하는 서현샘과 용욱샘이 등록비를 보내기도.

눈 찔끔 감고 마감 메일을 다시 보내다.

죄송하다고, 계획한 규모보다 참가하려는 분들이 갑자기 쏟아져

도저히 자리가 어렵겠다고,

기억해주셔서그리고 소식 주셔서 고맙다고,

물꼬가 어디 가는 거 아니니 다른 날 꼭 뵙자고,

부디 우리 강건하자고.

고맙다, 기억해줘서, 잊히지 않아서, 소식 주어서.

 

연어의 날 준비는 온전하게 하루를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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