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계자 닫는 날, 2010. 8.13.쇠날. 오후 한가운데 소나기


'...어쨌든 꼼 속 같은 일주일이었다.'
간밤 진홍샘이 하루 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지요.
그래요, 우리 생에 뭘 더 바란답니까.
아이들과 이 산골에서 살아내는 시간,
정토와 천국이 거기였습니다.
그 아이들이 돌아갔습니다.
아침 해건지기로 이불을 털고
누군가가 우리를 맞기 위해 해준 준비처럼
우리도 다시 이곳을 쓸 누군가를 위해
쓸고 닦았습니다.
짐을 꾸리고 갈무리 글을 쓰고 마친보람을 하고
그리고 낮밥을 먹고 학교를 나섰더랬지요.
우리가 잘 놀았던 시간에 대한 정리이기도 하였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고,
아이들도 하나둘 기차에 오르는 동안
마지막까지 세훈이와 세영이 부모님이 역에 남아계셨습니다.
올 여름 첫 일정에 와서 최고의 새끼일꾼 상을 보여준
인영의 부모님이기도 하십니다.
일곱 살 세훈이가 6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리 오래 만나왔던 분들이며,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하시지요.
때마다 물꼬에 필요한 살림을 살피고
돌아오는 물꼬 차를 채워 보내기도 하십니다.
이번 길엔
차에 더 이상 넣을 곳이 없을 때까지 화장지를 실어주셨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처리해주고(도형의 기차표가 문제가 좀 있었더랬지요)
기차에 오르는 아이들 다 배웅해주고
뒷배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떠나셨네요.
그의 온 가족이 물꼬를 한 겹 덮어주고 있는 바깥식구들이라지요.
고맙습니다.

마지막 남은 아이를 태워 보내고
읍내 한 식당에서 샘들의 갈무리모임이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십여 년 만에 온 진홍샘,
'체계가 잡혀있다'라는 표현으로 예전의 계자와 견주었습니다.
다른 계자에 비한다면 퍽 어설펐는데도 말이지요.
세월이 그리 축척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새끼일꾼 자리가 큰 것 아닐까 하데요.
밖에서 바로 고 또래 아이들을 가르친 그이지요.
그런데 이곳의 그 나이들은
훨씬 어른스럽고 대견하고 의젓하고 듬직하다 했습니다.
그래서 새끼일꾼은 이곳에선 영광의 이름이라 하지요.
희중샘, 몇 해의 모든 여름과 겨울 일정을 다 했듯
이번 여름 또한 그랬습니다.
이제는 전체를 진행하는 힘을 좀 얻은 듯도 했지요.
그저 좋기만 한 선생에서 진행자로서의 그의 평가를 들으며
한 젊은이가 이제 세상으로 떼는 걸음을 지켜보고 있다 싶더이다.
진혁샘은
'물꼬에서 3년치 청소 다 한 듯 많이 부지런해진 느낌.
애들하고 안 친한데 맞추려하면서 보냈다.' 했습니다.
세아샘, 처음으로 세 차례 계자를 내리 보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으로 나가기 전 한 달 수행기간을 예서 거치기도 했던 그는
몽당계자며 빈들모임이며 물꼬의 공부모임들을 다 함께 하고 싶다 합니다.
그 시간들이 마음 여린 그를 강건케 할 수 있기를.

간간이 계자에 결합하는 종대샘의 얘기는 좀 길었네요.
그만큼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눈이 되어줍니다.
음... 어떻게 글로 옮길 수 있으려나요...
"물꼬의 교사 교육 프로그램들이 매뉴얼이 안 되는 것은
물꼬의 특성 때문일 텐데..."
그리 운을 뗐지요.
'아이들이 재밌는 기억을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핵심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재밌게 놀아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했습니다.
여러 번 온 사람들이 몸으로 익은 것을 나누는 과정,
샘에서 샘으로 보고 배우는 것이
물꼬의 교육(교사교육 역시) 특성이라고 그의 말을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희중샘이 아주 잘해내고 있는 것도
바로 무열샘이며 여러 샘들을 보고 배운 것들,
아람샘이 잘하는 것도 그들을 통해 보고 배운 것.
무열샘은 그 윗세대 형길샘이며들을 통해 배웠을 테고,
그리고 우리 새끼일꾼들이 잘하는 것 역시 그들을 보고 배운 것.
새로 온 이들이 잘해내는 것도
역시 그렇게 전해지고 전해진 것을 통해서라는 것.
거기에 각자가 가진 성실과 선함을 최대한 끄집어내도록 하는
이곳의 장점이 결합된다는 것.
뭐 그런 말들이었지요.
모두 고개 주억거립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로 이어질 테지요.
그들이 새끼일꾼으로 입성할 테구요.
자고로 '보고' 배'우는' 법이지요.
별 일이 있지 않는 한 물꼬는 그리 또 흘러갈 겝니다.
문을 나서자 기다렸던 소나기 세차게 내렸습니다.
끝났단 말이지요.
여름날들이 다 갔단 말이지요.

밤,
부엌을 맡았던 선정샘이며 진희샘, 종대샘, 소사아저씨,
거기에 더하여 남은 이들 진주샘 세아샘 진혁샘 재훈샘 아람샘,
성빈이와 하경이와 나영이와 윤구, 그리고 이 계자의 마스코트 5개월 세현이,
모두 가마솥방에 모여
여름 일정을 끝낸 수고사들을 나누었지요.
진주샘이 그랬던가요, '손을 내미는 곳',
그 손을 서로 덥석 잡는 곳이 물꼬다 싶었습니다.
한편, 희중샘이 빠져 아쉬웠습니다.
그가 마지막 정리들을 해주어야 비로소 끝나는 계자 같은 듯했지요.
내일부터 바로 이모네 일을 해주어야 해서 서울로 올라갔더랍니다.
어느 계자보다 훌륭한 부엌이 잘 받쳐준 계자였습니다.
특별히 고마움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늘 그렇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못해도 아이들이 더 넓게 이해합니다.
그게 아이들과 하는 일의 힘이지요.
그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웁니다, 특히 그 한없는 긍정,
낙천성 말입니다.
무어라 무어라 해도
그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고마운 존재들이지요.
이 불편한 곳에서도 그리 행복하게 웃어주어 고맙습니다.
잘 있다 다음 일정에서 또 만나지요.

이 여름도 어찌 어찌 밀고 갔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못하면 그만이지,
그리 편한 마음으로 갑니다.
사는 일이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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