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일은 아이들이 다른 일보다 힘들어합니다.
일어서서 허리야 펼 수 있지만
다리 아프다고 철퍼덕 주저앉을 수가 있나,
좀 앉자면 철벅철벅거리며 진흙 바닥을 밟고 논두렁까지 걸어가야 하고,
그러느니 하는 참으로 피 뽑으며 저 끝으로 가는 게 더 낫지,
그러다 보면 또 다음 고랑으로 가 있어 앉기에 늦고...
어른도 쉬운 일이 아니니 아이들이야 오죽 하려구요.
그래서 농사맡은 샘은 다른 일과 섞어
둘째 마당 한 시간만 아이들을 논으로 몹니다.
무릎 아픈 핑계로 아이들만 논으로 밀고
교무실 혹은 책방에서 다른 일을 보다가
오늘은 같이 좀 뎀비자 하고
아이들을 죄다 끌고 논으로 갔습니다.
열택샘한테는 다른 밭을 좀 돌아보십사 하고.
비가 내리데요.
그래봤자 비지 하고, 나선 걸음이라고 마저 해보자 합니다.
두 패로 나눠 땅따먹기를 했지요.
"한 줄을 더 하면 자기 땅으로 인정해주는 건가요?"
땅 욕심 많은 성학이가 한 줄을 더 하자 하고
같은 패의 채규랑 예린이도 신이 납니다.
다른 패라고 가만 있나요,
그리하야 기본 땅이 세 줄인데 네 줄에서 자기 땅이 출발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좌우를 하고
가운데 중립지대에서 노예만들기 놀이와
땅따먹기가 이어집니다.
일은 됐냐구요,
깨끗한 땅만이, 그러니까 피가 없는 땅만이 영역으로 인정되니
어쩝니까, 깨끗이 할 밖에.
노예를 잡아다도 일을 시키고
저 자신들도 땅을 넓히자고 욕심을 내고
오리떼들 마냥 몰려다니며 열 두 줄을 훤히 밝혔지요.
새참요?
비에 젖은 땅 땜에만 십분에 해치운 게 아니라
땅 넓히려는 지주들 욕심에 더 쉴 참이 없었더랍니다.
짜증내기 일쑤인 채규, 어찌나 히죽히죽거리던지...
"재밌잖아요."
세 시간을 논바닥을 뛰어다니고도 여직 힘이 남았더랍니다.
예린이는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령이는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진흙으로 얼굴을 떡칠하고
(그 왜 위장 있잖아요),
뒤늦게 놀이법을 터득한 나현이가 때늦게 신바람을 내고,
류옥하다는 그러지 않아도 일태가 나는데
오늘은 더 난리가 났겠지요...
이 빗속에 저것들이 뭐 하나 싶어
온 마을 할머니들이 구경나오시고
우리들은 목이 터져라 피를 뽑아내며
땅을 넓히고 또 넓혔더라지요.
돌아오는 길 도형이랑 혜연이랑 채은이는
길에 쓰러진 나무 하나 짊어지고 왔지요.
오가는 걸음이 아까우니까
아이들은 뭐라도 살림살이다 싶으면 끌고 오는,
우리들 같이 사는 시골살림 이야기랍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