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20.나무날. 싸락눈

조회 수 1409 추천 수 0 2006.04.26 12:33:00

2006.4.20.나무날. 싸락눈

사월에도 싸락눈이 흩날리는 아침입니다.
멀리 삼도봉과 우리들이 먼산이라 부르는 봉우리는
허옇게 눈을 이고 있었더랍니다.

이른 아침 아이들을 맞으러 갔습니다.
논두렁 홍사숙샘과 시퍼래져들 달골을 내려오데요.
바지런하고 꼿꼿한 어르신을 봅니다.
다른 공간에서도(교장직을 퇴임한 뒤) 샘의 헌신을 익히 들었던 터입니다.
이러한 우리 삶의 훌륭한 안내자들을 보며 닮아가려 지요.
아이들에게 저런 어르신보다 더한 스승이 어디 있을 지요.

날씨가 사나워 ‘콩이랑’을 ‘생활과학’시간과 바꾸었습니다.
가마솥방에 모여 떡을 구워먹었지요
“떡을 구우면 왜 부드러워지며 볼록볼록 부풀어 오를까요?”
오늘의 물음이었답니다.

낼 잔치에도 오실 것이건만
국선도는 제 시간을 찾아 샘들이 오셨데요.
어른들은 잔치준비로 빠져 아이들만 수련을 하였습니다.
저녁을 먹기 전의 짜투리 시간,
아이들은 바람을 가르고 저들이 만든 초대장을
마을 집집이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구미의 ‘페러글라이딩스쿨 다빈치’에서 임열샘이
저녁답에 다녀갔습니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구미교사풍물모임 너름새’에서 풍물활동도 하고 계시지요.
낼 하늘에서 어떻게 내려앉아야할까
지형을 살펴보러 오셨습니다.
이 즈음에 뜰 수 있는 확률이 30퍼센트도 채 안된다 하나
시도해본다 하였지요.

‘호숫가 나무’를 하였습니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중략)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런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에서)
4.19 혁명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지요.
그때 고 3이었던 홍사숙샘의 증언이며
어른들이 알고 있는 그 역사를 짚어보고
그것이 오늘에 갖는 의미와
우리 아이들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이어 ‘두레상’이 있었지요.
수영장을 가게 된 1학년의 기쁨,
수영실력이 월등해지는 탄성들,
콩 싹이 나서 행복한 얘기들이 쏟아집니다.
비닐하우스에선 모종들이 잘도 자란다 하고
가마솥방에선 쑥을 뜯어 국도 끓여먹고 떡도 해먹고
낼 먹을 잔치떡에까지 넣었다는 보고도 있었고,
오늘 오전 볍씨를 뿌려 비닐하우스에 넣어두었다는 농사부 보고도 있었습니다.
달골에선 창고동 전기배선이 끝났고,
교무실에선 잔치준비와 문제의 잡지사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서류를 보내느라
그리고 잔치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합니다.
두레상을 격주로 어른모임 아이들모임으로 나누면 어떤가 의견이 나왔는데
잔치준비로 두레상을 접으며 대동놀이와 함께 다음모임에서 얘기 하자 했지요.
아이들이 잔치에서 공연 말고도 두 가지를 더 맡았습니다.
올 아이들을 위해 놀판을 짜기로 했고
본관 건물 대청소도 하마 하였지요.
정말이지 한몫하는 아이들입니다요.

그런 위기감이 있습니다,
이 시대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우리 문화가 얼마나 가난해지고 마려나 싶은.
그래서 여러 곳의 어르신들을 뫼셔다
우리 아이들을 만나게 하려지요.
석운 윤병하샘이 오셨습니다.
여든을 넘긴지도 한참이시지요.
하회탈 조각 기능보유자로 역사의 현장마다 하회탈 장승을 세웠고
다니는 곳마다 우리 장단과 춤을 가르쳤으며
젊은이들을 만나면 그들 옷에 우리 그림을 그려주시던 분입니다.
지금은 곡성의 심청효재학당에서 후학을 내고 계시지요.
글씨를 쓰는 것, 춤을 추는 것, 장구를 치는 것,
몸을 쓰는 건 모다 한 가지라 여기고 그리 사셨던 분이며
그리 가르친 이들이 스스로도 쉬 익혀지는 자신에게 놀라며 배우던 현장을
눈으로 보았더이다.
이제 당신의 마지막 힘을
이 산골 아이들을 위해 나누실 량이지요.

<생방송 전국시대>의 충북권을 맡은 청주 mbc가
오늘부터 내일까지 물꼬이야기를 담습니다.
오늘은 오후에 잠깐 머물러 아이들 움직임을 찍었고
낼은 죙일 잔치 흐름을 따른다지요.
연합뉴스에 잔치 기사가 실렸고
한겨레신문에서 상범샘과 인터뷰도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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