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계자, 8월 15-20일, 현민이와 윤세훈과 수민 강우 종화 종하 강우 >

알렉스란 아이가 있었지요, 미국 시민권을 가진.
그렇지만 멀쩡한 한국 아이랍니다, 일곱 살 김현민이.
평소에 별로 말 없는 아이라지요,
엄마 보고프다 울다가 샘한테 엥기기도 하는.
그 현민이 정지영샘이랑 산을 내려오고 있었답니다.
"어,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애. 거의 다 왔나봐, 현민아."
그런데 물을 못찾았대요.
"이것 봐, 이것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현민이 그러더랍니다.
"산에 오면 땀나지, 다리 아프지, 바지 버리지, 왜 산에 올라오는지 모르겠어."
"그러면 너는 바다가 좋니?"
"그래 그래. 내가 바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바다에 가면 물에 젖지, 덥지, 왜 바다를 가나 모르겠어."
"그러면 넌 뭐가 좋아?"
"저는 그냥 집에 있는 게 좋아요, 가만히 집에 있는 게."
계속 내려왔겠지요.
말없이 오래 걸었답니다.
"왜 거짓말 해요? 계곡 안나오잖아요."
"물소리가 들렸는데...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은 말로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럼?"
"장난감 사주고 미안하다 그래야지."

거의 산을 다 내려와서 현민이는 소희샘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답니다.
가게를 지나는데 현민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더래요.
"돈 없어."
"500원도 없어요?"
"응. 없어."
한참 가다가 휙 돌아보면서 소리치더랍니다.
"왜 거짓말 해요?"
"뭘?"
"가게 없댔잖아요."
"가게 없지, 여기는 물꼬에서 멀잖아."
첫날 아이들이 들어오면 그러거든요,
"돈이 있어도 쓸 데가 없어, 여긴 가게도 없으니까."
그래서 금고(?)에 돈 넣어두고 나가는 날 찾는데,
그걸 생각해낸 겁니다.
그 녀석, 첫날 전체 안내는 잘 들었나 부네...

일곱 살 윤세훈은 '샬롯의 거미줄'에 나오는 거위를 닮았습니다.
꼭 세 차례씩 끝말을 하는 거위말예요.
누나 윤혜원은 팔에 깁스를 하고 와서 산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산 가는 동생은 챙겼겠지요.
긴바지 없다는 세훈이에게 자꾸 입으라 한 모양입니다.
귀찮은 세훈이 빽 소리를 지르더래요.
"없어, 없어, 긴 옷 없다니까!"

밥 먹을 때 윤세훈이 은숙샘이랑 앉았더랬는데
동호가 친절하게도 물 줄까냐고 물었답니다.
은숙샘은 응응 하고 있는데,
세훈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소리쳤다지요.
"안먹어, 안먹어, 안먹는다니까!"

풋, 일곱 살들도 어릴 때 얘기가 있답니다.
저들에게도 옛날이 있겠지요.
현민이와 세훈이가 산에서 돌아오던 트럭에서 곁에 앉았던 모양입니다.
지들끼리 옛 얘기 하다 현민이가 네 살 때 얘기를 들려준다 했다네요.
"해주까? 해주까? 해주까?"
"안들어, 안들어, 안듣는다니까!"

눈이 큰 수민이는 하루종일 포도타령만 하더랍니다.
서리했단 얘긴가 하잔 말인가도 하고,
택배로 부쳐주세요, 하기도 하고...
포도만 익었어도 당장 줘서 보냈을 걸...
"어머니, 물꼬 포도 주문해주세요."

산오름 때 종화와 종하는 첨부터 끝까지 손을 꼭 붙들고 가더래요.
"왜?"
"친구잖아요."

응준이는 고소공포증이 있답디다.
꼭대기에서 밥을 못먹어 쪽새골 끝 능선으로 내려가
의자에서 밥을 먹었다데요.
덕분(?)에 지영샘이 정상에서 먹는 밥맛을 못봐 쬐끔 아쉬워라 했지요.

옷감을 물들이던 아이들이 봉숭아 두드려서 연한 노랑 빛을 얻어냈습니다.
"바나나 먹고 싶다..."
강우가 그랬다지요.
평소 쉽게 먹던 것들을 떠나 거친 먹을 거리 속에서 잘도 지낸 아이들이 기특하지요.
그래도 몸에 좋은 것들이니 나름대로 설득도 됐을 게고.

말 말 말을 어디 이들만 남겼을까요,
아직 다 듣지 못한 얘기들이 많다마다요.
불쑥불쑥 떠오르는 말들을 되내며 웃고 또 웃을
남은 날들이 기대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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