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계자 이튿날, 2009. 8. 3.달날. 빗방울 한둘

조회 수 1402 추천 수 0 2009.08.09 00:01:00

132 계자 이튿날, 2009. 8. 3.달날. 빗방울 한둘


장순이, 물꼬 진돗개 이름입니다.
어릴 적 멀리 거제도 은사님 댁에서 2003년에 와서
이적지 예 살았습니다.
오늘 한낮에 그가 한참 크게 짖고 있었지요.
귀신같이 계자에 온 아이들인 줄 알고
물꼬가 맞이하는 사람들에겐 짖지 않는 그인데
웬일일까 내다보았습니다.
아이들 몇 마당에 어슬렁거리고 있었는데,
한 아이를 향해 유독 자꾸 짖습니다.
근데 암만 봐도 우리 아이 같지 아이 하나 뱅글뱅글 돌고 있네요.
“무슨 일이니?”
“얘가 자꾸 그냥 짖어요.”
마을에 다니러온 아이였더랬지요.
장순이 이녀석 안과 밖, 물꼬 사람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고 있었던 겁니다.
신기하데요,
그래서 아이들이 녀석을 더 예뻐라 하는 모양이다 싶데요.

“남자 샘이 없어서 자잘하게 챙길 일들이 많겠구나 싶었는데...”
어른 해건지기 수행을 끝내고
아이들을 깨우러간 희중샘,
움직임이 재야겠다 서둘러 갔는데,
웬걸요, 남자 애들 다 일어나 있고 이불까지 싹 개켜져 있더라나요.
중 1 동휘가 아이들을 도와 제 몫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곧 새끼일꾼을 준비하고 있는 그랍니다.

몸을 살리는 해건지기 첫째마당,
마음을 키우는 둘째마당,
그리고 일하고 산책하는 셋째마당을 끝내고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이 있었습니다.
어젯밤 피아노를 치고 싶다던 지윤,
오늘 아침 무대에서 연주를 하였지요.
박수가 요란했더랍니다.

‘손풀기’를 끝낸 아이들이
열린교실을 합니다.
저들 관심대로 모이지요.
삶과 관계 깊은 것, 그리고 산골 자연을 담은 교실들입니다.
‘한땀두땀’에는
정인 정민 지유 채영 지원 금비가 들어갔습니다.
바느질을 해본 아이가 정인이 밖에 없어
실 꿰고, 매듭 짓고, 솜 넣고, 꼬인 실 풀어주고,
수민샘이 아주 바쁘더라지요.
그런데 규방은 늘 도란도거리는 장입니다,
아이들이 뭘 해도 그렇겠지만.
나누는 이야기들로 한편 샘이 재미가 나고,
아이들은 신기하고 재밌고 예쁘고 힘든 시간이었다 평했답니다.

‘그물이랑’에선 족대메고 계곡에 갔습니다,
성재 지인 동휘 신명 용승 석훈 세민 세빈 류옥하다.
날씨가 가라앉아 고기들도 제 집에서들 아니 나왔겠지요.
지루해졌을 즈음 아이들은 금새 다른 놀이를 찾습니다.
물수제비에 돌던지기.
“소감 한 마디씩 안 해요?”
열린교실을 끝내고 모두 모여 서로가 보낸 시간을 나누는 ‘펼쳐보이기’,
아이들 주욱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그물이랑도 인사하고 이제 들어가라 하니
용승이가 그럽디다.
“그러게, 그럼, 하셔요.”
참, 용승이는 큰 사내녀석들이랑 자그맣게 티격태격하면서,
오늘만 해도 신명이랑 다투었지요,
큰 여자애들이랑은 또 잘도 논답니다.
재밌습니다.

이 여름의 ‘옷감물들이기’는
부엌에서 나온 양파껍질로 계속하고 있습니다.
효정 은비 훈정 민아 귀남.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던 아이들
조금 많이 지루했는지, 피아노 치고 글집으로 장난치다가
염료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매염물과 번갈아가면서 넣는 작업을 할 때
서서히 한 둘 붙기 시작하더니
마칠 때가 되어서도 일어설 줄 모르더라지요.
각자 몫으로 홀치기염을 하고
물꼬에도 잘 쓰이도록 큰 천을 같이 물들였다 합니다.

‘자연놀잇감’.
돌에다 꽃을 얹은 장식물을 만들고팠던 샘과 달리
다니부터 특별반 아이들 몇이 들어와
세운이는 단단히 삐지기도 했고
그런 소란이 없었다는데,
도끼에 창에 차, 그런 걸 만들겠다 했다네요.
동규와 세민이는 그예 차를 만들어
그것을 온 전장에 나간 군용차처럼 풀로 덮었고
준영가 돌도끼를, 세운이가 빗자루를,
준호가 책상부채를
그리고 석훈이는 석궁 비스무레 한 것을 들고 나왔더이다.
“집 장난감이랑 다르다.”
나와서 누군가 한 한 마디였지요.

‘들꽃엽서’에서 지윤이와 예원이는
학교 밖 논두렁 길을 돌며
풀들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꽃들을 찾았습니다.
‘산모롱이’ 시간 지나쳤던 꽃들을 발견해서 서로 보여주고
얘기도 참 많이 나누었더라지요.
지윤이는 민들레를 예원이는 삼입국화를 자기꽃으로 삼았다데요.

‘뚝딱뚝딱’-윤찬 재우 형찬 수민 우진.
2인 1조로 바퀴를 이용한 물체들 만들기로 하였답니다.
희중샘과 윤찬이 비행기를,
“시간이 없어서 꾸미질 못해...”
재우 형찬 이는 트럭 차체를,
수민이하고 우진이가 굴러가는 의자를 들고 나왔습니다.
“다리 다쳤는데 유용하겠다.”
신명이의 감탄이었지요.

‘다 좋다’.
두 패로 나뉘어
한 패는(승민 준호 석현). 그리고 다른 패는 물고기덫을 만들었다나요.
매듭을 하던 석현이는 어려워서
물고기 덫으로 학급이동도 하였답니다.
석현 형빈 주용 석현이,
물꼬에서 새끼일꾼 연규가 배웠던 것을
이제 이 세대들이 배우고 있었지요.
계획서와 설계도와 함께
덫 ‘다 좋다 1호~4호’를 들고 나왔데요.
어찌나 세밀한 제작도였던지요.

‘뜨내기’.
어디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게 ‘다 좋다’인데 그것조차 안하고,
온 데를 짚시처럼 다닌 녀석들도
펼쳐보이기에 나와 보라 하였습니다.
“뭐했냐?”
다니 동욱 용하는 운동장에서 강아지랑 놀기도 하고
자연놀잇감교실을 기웃거려도 보다
목공실로 가 톱으로 나무를 잘라보기도 하였다지요.

날이 좋아 점심 설거지를 밖에서 합니다.
잔치집 마당처럼 큰 대야에 줄줄이 물을 채우고
한 줄로 늘어서서 각자가 했지요.
그걸 평상에 놓인 소쿠리에다 척척 걸쳐 엎었습니다.
수민샘은 그 옛날 물꼬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원시적이었던
그들이 초등학교였던 그때의 계자,
빛나는 기억들이 우리를 살리는 그런 시간...

오후에는 음악놀이가 있었습니다.
음악제였지요.
‘높은음자리’.
형민이와 세민이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게 좀 과해서
(이럴 때 젊은 친구들은 ‘격해서’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다른 친구들이 해볼 기회가 적기도 했고,
의견들이 충돌 잦기도 했으나,
음악 안으로 잘 버무려지더라지요.

‘낮은음자리’.
자기한테 맞는 악기들을 찾으러 돌아다니고
나름 각자 주어진 일 다 하려고 애쓰더랍니다.
‘막막했고 결과는 별로였던 듯하였으나 과정이 만족스러웠다.’고들
샘들이 평했지요.
과정의 즐거움이 큰 곳,
물꼬가 그렇습니다.

‘온음표’에는
효정 용승 세빈 세인 민아 지인 신명 준영이가 들어갔습니다.
'도깨비빤스'를 개사하여 ‘옥샘은 필요해’라는 곡을 선보였는데,
‘밥 주는 옥샘은 건강해요, 끈기 있고, 튼튼해요
10년 동안 늙지 않았어요, 건강하고, 튼튼해요.
2천년 살아도 끄떡없어요, 목숨 질기고 튼튼해요
우리가 놀려서 미안해요 용서해요
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
이야, 몰랐어, 이제야 알았어, 옥샘 필요해.’ 라는 가사로
박수 소리에 맞춰 악기보다 사람 목소리에 초점을 두었다나요.

‘오선지’-우진 예원 수민 윤주 승민 정인 동규 준호 윤찬.
‘아이들의 능력에 대한 생각. 역시 나보다 낫구나. 도와주지 않아도 하고 싶은 노래 이야기하고, 의견충돌 때 조율도 하고 알아서 악기도 찾아오고 노래하니까 박자 맞춰서 알아서 치기도 하고 그게 또 맞고, 나의 역할이 크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수민샘이 그랬지요.
소리 낼 것 가지고 모이자 했더니 그리 모였고,
‘개똥벌레’와 ‘자유학교 노래 1’이 팽팽하다
두 곡을 다 하기로 했다 합니다, 1절씩만!
동규와 준호는
뚱하고 반응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하자니까 곧잘 하더라지요,
음악의 힘?

둘째날은 긴 날입니다.
시간을 많이 쪼개서 쓰는 날이지요.
그리고 사흘째, 내일 살풋 느리게 흘려보내며 쉬어주고
나흘째가 되면 다시 조금 바빴다가
닷새째 산에 오르지요.
김치를 주제로 한 보글보글방이
음악놀이에 이어졌습니다.

‘김치부침개’를 부치러
수민 동휘 세인 세빈 세민 민아 훈정 지인 준호 용승이 왔습니다.
수민, 동휘 - 배달
세인, 세빈 - 썰기
지인, 민아 - 반죽
훈정, 용승 - 부치기
역할 분담을 하고 그리 움직여보았더라나요.

‘김치핏자’
이름 때문이겠지요, 아주 인기였답니다.
여러 방식으로 신청자들을 잘라야 했다나요.
우진 주용 다니 세운 예원 준우가 했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의지는 충천이었으나
정리가 안돼서 난감하더라는 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김치스파게티’에는
승민 윤주 정인 동규 채영 류옥하다가 들어갔습니다.
김치핏자랑 같이 쓰려고 소스로 넉넉히 만들었지요.
스파게티면이 넉넉지 않아 당면으로 한 차례더 볶았는데,
맛이 제법 괜찮았답니다.

‘김치볶음밥’은 핏자에서 주로 밀린 아이들이
핏자방 옆에서 모든 신경이 핏자에 가 있으면서
몸은 거기 있었다나요.
윤찬이가 젤 그랬답니다.
칼 쓰고 불 쓰고 그런 일 아이들과 지레 긴장했다는 샘에게
칼 그거 어른에게도 위험한 것이라 일러줍니다.
어떻게 쓰는지 잘 가르쳐주면 될 것입니다.

‘수제비’는 재우 성재 지원 지유 석현 정민이가 끓였습니다.
재우 성재의 도움이 컸다지요.
“보글보글방이 평화로워서 너무나 아이들에게 감사했던,
믿고 맡기면 항상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그 이상을 해내는 아이들.
동휘가 작년 내 실패작 떡볶이 얘기를 하면서 장난치는데 그게 기분좋았다. 나도 잊고 있엇던 작년 이야기를 어제도, 오늘도 하는 동휘에게 고마웠다. 내가 조금 더 성장했다고 느꼈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덜 조급해지고 조금 더 세심해지고 있는 여러 진행수단을 느낀다. 나도 크는구나.”(수미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오래 걸리는 요리가 나중에 좋더랍니다.

‘떡볶이’는 보람찬 협동의 볶기였다 하고,
산적이 의외로 폐강이라는데,
아마도 아이들이 잘 몰라 그랬지 싶습니다.
늘 나눔이 문제이지요.
내부가 더 어렵습니다.
먼 남의 집에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어깨 겯고 같이 일한 바로 옆사람과 나누는 게 어렵습니다.
배고픈 시절도 아닌데 집단이기 때문일까요,
먹는 것에 달겨드는 아이들에 대해
역시 시스템으로,
그러니까 마지막 사람까지 충분할 거라는 믿음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법을 찾으려 해본답니다.

대동놀이로 고래방이 떠나갈 듯했고,
춤명상이 있었습니다.
‘흔히 그런 경험하기 힘들다. 갖추어진 음악 아래, 손잡고 움직이는 온기를 느끼며 하면서... 용하의 도취된 과장된 행동...’(소정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잠자리에 간 아이들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준 뒤 모임
어른들 하루갈무리 시간,
새끼일꾼 석영은
‘자투리시간들이 아이들과 친해지기 너무 좋은 최고의 시간인 것 같다.’합니다.
시간과 시간 사이가
어쩌면 우리가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는 것보다
더 충만한 시간들일지도 모릅니다.
바둑판에서 책방에서 풀섶에서 개집 앞에서 그네에서
모둠방에서 고래방에서 마당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뭔가로 자신들을 채우고 있지요.
간밤, 새끼일꾼들이 밤을 샜습니다.
당시에는 밤만 버티면 잘 될 줄 알았는데
그 다음날이 더 고생이었다며 다신 아니 그러겠다지요.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하루였다나요.
‘보다 더 알찬 계자를 위해 일찍일찍 자두어야겠다.’(새끼일꾼 연규의 하루정리글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한 새벽,
샘들과 함께 기분 좋은 체조로 아침을 깨우면서
‘새끼일꾼들 참 기특하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는 소정샘,
“그때의 내 나이는...”
그렇게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고 있었지요.
“물꼬 오면 좋고, 여기서의 내 모습이 좋고,
여기서는 충전하고 가고 여기서는 왜 행복할까를 생각해봤는데,
환경도 좋지만 사람 때문인 듯해요.
이번에는 어린 친구들 만나고 희망에 대해 생각했어요.
제가 물꼬를 통해 힘을 얻는 이유는,
“희망”을 떠올리는 이유는 이렇듯 ‘사람’의 힘이 아닐까 짐작...”

“옥샘은 언제나 (어쩜) 그렇게 차분하세요?”
와르르 쌓아둔 그릇을 누군가 무너뜨렸을 때였던가,
곁에 있던 신명이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고요함이 아니라 무심함은 아니려나
잘 생각해본답니다.
아이들과 사는 일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우리를 돌아보게 하지요.
수행이 따로 없습니다요.
준호가 고래방 나오면서 살짝 팔짱을 끼더니
걸어가며는 두 팔로 뒤에서 안으며 따라옵니다.
살가운 녀석입니다.
형민이는 계자 며칠 전 손가락을 꿰맸는데
많이 옴작거리고 다니니 자꾸 물이 닿거나 지저분해집니다.
“자기 전에 오거라.”
교무실로 왔길래 드레싱을 해주고 가제를 감아주었지요.
“병원 가도 이것 밖에 안해 줘.”
“알아요.”
계자에는 일곱 살부터 열세 살 아이들이 모이는데,
정작 어린 아이들이 더 잘 지내지요.
역시나 이번 계자에도
민아, 은비같은 일곱 살들이 더 야뭅니다요.

KBS 2TV 30분 다큐 <아이를 놓아준 엄마들>에
물꼬도 몇 장면 담겨
전화 몇 통이 있기도 하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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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6 7월 21일, 집에 가기 전 마지막 물날 옥영경 2004-07-28 1404
» 132 계자 이튿날, 2009. 8. 3.달날. 빗방울 한둘 옥영경 2009-08-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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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7 9월 15-6일, 지리산 천왕봉 1915m - 둘 옥영경 2005-09-24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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