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관련 책 집필 중.

원고는 나아가지 못하지만 그나마 책들은 겨우 훑는.

요 며칠은 능력주의 신화를 다룬 책 두 권을 쥐었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대니얼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

샌델의 책 부제는,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오랫동안 문제가 없던 명제였다.

흔히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지위나 권력,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능력이 있으니 성공했다는 능력주의가 그것이다.

자신은 노력해서 높은 자리에 이르렀지만

당신은 노력하지 않았으므로 저 아래 있을 뿐이란다.

그래서 성공한 이는 오만하고,

실패한 이들은 더 노력하지 않은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열등감은 깊어간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조차 불공정으로까지 보는 협소한 공정 개념은

능력주의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를 약화시킨다.

혐오를 드러내고, 결국 내 몫만 찾는 것에 집중케 한다.

해서 조건의 평등이 필요하다. 

비슷한 시기 대니얼 마코비츠도 능력주의를 다룬 <엘리트 세습>을 내놓았다.

그 부제가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이다.

능력주의 승자마저 실제로는 그 희생자라며

능력과 공정성이 결국 신화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한다.

능력주의가 불평등과 계층이동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보는 데서 샌델과 의견을 같이한다.

결국 능력주의의 함정 그것이 엘리트계급도 옥죄는.

내가 해오던 말들을 학자의 입을 통해 책으로 만나는.

우리 모두 삶에서 어떤 식으로든 무임승차한 면이 있다.

한 것도 없이 받은 것들이 있다면 그걸 또 타인과 나누어야 마땅치 않은지.

어쨌든, 그래서?

부자든 그 외 사람이든 이 같은 능력주의의 덫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다. 둘이 함께해야만 탈출할 수 있다. 그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두 능력주의의 위계질서를 해체하고 민주주의적 평등을 구축해야 한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며 각자의 지위가 공유되기 때문에 가치를 

니는 사회적·경제적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p.460)

그리하여 이 책은 이렇게 맺더라.

‘오래된 구호를 새롭게 인용해보겠다. 이제 중산층 근로자와 상위 근로자를 포괄하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노동자에게 잃을 것은 

쇠사슬 이외에 없고, 얻을 것은 온 세상이다.’

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것은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1828년 2월 21일 첫 출판한 책의 구절을 2020년에 나온 책이 다시 받아 적고 있다니.

그래서 나는 결국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다음 책으로 다루게 되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