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에 눈 나린다. 읖조리는 말처럼 나린다.

어제만 이래도 청계 흐름이 매우 불편했을 것을

기다렸다 선물처럼 이리 내린다.

아이들을 깨우러 걸어가는 길,

, 수천 년을 건너 걸어가듯 아득하고

그 시간은 뜻밖에도 빛싸리기를 걷듯 기쁨 차다.

 

방문을 열자 후끈후끈했다.

가만가만 아이들을 깨운다.

7학년들이 있어 여느 청계랑 다르게 밤 시간을 당겼더랬다.

어제 퍽 고단했을 일수행들이 있었다, 몹시 찬 날씨에.

쓰러지듯들 잤고, 내리 잤다 했다.

 

해건지기’.

오신님방에 딱 여섯이 서서수련이 가능.

행동반경이 넓지 않게 국선도와 팔단금과 태극요가와 요가 가운데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잘 이어가는 동작을 가려서 했다.

두 번째 마당은 대배 백배를 그예 했다.

대배를 할 땐 한 사람이 문밖에서,

나머지는 셋과 둘이 서로 마주보며.

여섯이여 맞춤했다며 다행이라고들.

물꼬의 움직임은 늘 그 규모에 적확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세 번째 마당은 호흡명상.

오늘의 화두는 ‘What makes you come alive?(What brings you live?)’

무엇이 나를 살게 하는가?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을 짚었다.

좋은 사람이 되어 곁의 사람이 살고 싶도록 하기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되어보기로도 했다.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대단한 뭐가 아니라도 하루하루를 견실하게 살아내는 사람,

그래서 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

저렇게 괜찮은 사람이 내 친구다, 그런 일 멋진 일이지 않은지.

 

밖으로 나와 눈 내리는 뜨락을 걸었다.

대나무 수로에서 물이 통통거리며 흐르고 있었다.

구르는 돌에 끼지 않는 이끼처럼 흐르는 물은 얼지 않았다.

물이 많은 이 겨울이라. 비로도 눈으로도. 산은 물을 한껏 안고 있었고,

골짝으로 모여 여기까지 이리 넉넉하게 흐르고 있었다.

겨울 한가운데였으나 여름 아침에 듣는 물소리 같은 청랑함으로 환해졌다.

 

아이들이 천천히 마을로 내려설 준비들을 하고,

(“이불은 봄이 오면 빨 것이니 농에 말고 한쪽으로!”

아래위 욕실 불 잘 끄고 현관 잘 닫고들 나오십사 했더랬다.

오후에 청소하러 햇발동에 들어갔더니

이불과 요와 베개가 끼리끼리 차곡차곡 각 잡아 정리돼 있었다.

바닥에 깔개 두 개도 깔아두고.

형님들의 안내가 있었을 것이라. 훌륭했다.

그런데 2층 욕실은 누가 쓰고 나왔을까?

신발이 던져져 있었더라.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애들이 보고 배웁니다요!”)

 

먼저 눈가래를 들고 나서서 달골 길을 한 줄로 밀며 내려왔다.

계곡에 차를 두었더랬으나

길이 미끌거리기 두고 학교까지 걸었던 간밤이었다.

떡만두국과 시래기국밥 가운데?”

뜻밖에도 시래기국밥으로 일치를 보더라.

달걀찜, 말이, 후라이, 셋 가운데 하나로 통일해주셔!”

아침밥상에는 달걀말이 감자조림 버섯볶음 콩자반 김치 고기볶음 두부부침이 올랐다.

실하게 멧골밥을 먹이고 싶은 거라.

 

새끼일꾼 훈련’.

채성 건호, 두 형님이 꾸렸다.

그렇게 위에서 아래로 가르치며 새끼일꾼들이 길러졌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줄 몰랐어요!”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가 되면서 세계가 확장된다.

계자를 위해 촘촘하게 움직이는 손발들이 있어왔다.

그걸 알아보며 나이들이 들어갔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달랐던 7학년들이더라.

복작복작 저들끼리 재미는 덜했을(일찍 자서) 이번 일정이었다.

그래도 나름 또 맛이 있었더란다.

갈무리를 하고 갈무리글을 쓰는 동안 낮밥을 준비하다.

후렌치토스트에 복사잼과 유기농설탕, 롤케이크를 냈다,

커피도 내리고 우유도 같이.

 

아이들을 보내고

학교의 본관 바람구멍이며 출입구들 문풍지를 붙이고,

각 교실 출입문 윗창이 쉬 틈이 생기기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피스를 박아 고정을 했다.

다시 가래로 눈을 쓸며 달골 오르고,

햇발동 청소를 하고 나왔더라.

무사귀환했다는 전갈들이 왔다.

고맙다, 내 어린 벗들이자 동지들이여.

그들의 이름자를 부르며 내 세월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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