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0.흙날. 비

조회 수 156 추천 수 0 2024.01.07 10:48:15


겨울비 내렸다. 그러나 그리 찬 날은 아니었다.

 

한 사람의 고백을 듣는다.

90년대 한국의 한 무소유공동체에서 이태 머물렀던 그다.

이념은 그렇지 않았으나 실제 운영에는 억압이 크더라고 그곳을 떠나서

골짝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다 혼례를 올리고

마을공동체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훌쩍 떠나

다른 나라의 계획공동체에 네다섯 해 머물렀단다.

가족과 불화하며 더는 그곳에 있을 까닭이 없어 떠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 산에 깃들어 산다.

지금 괜찮아요?”

마음이 어떠냐, 사는 건 어떠냐 물었다.

한국사회에서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다른 나라 안에서 공동체에 머문 공통된 경험이 있었다.

과거는 현재에 이르렀고,

지금이 어떠하냐 물었던.

자유롭고 좋다고 했다.

비정규직 일을 하며 지낸다 했다.

대답을 편히 하니 편한가 보다 싶더라.

지금 그러한 것, 그게 좋았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가 누구이건 맘 편한 게 나도 좋다.

그게 세상에 이로운 거니까.

그대 지금 편안하신가?”

 

하다샘이 왔다.

연말 연초 가족들이 집으로 모여드는 건 기쁜 일이라.

멀리 좋은 곳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우리는 그리 모여 이야기가 오가는 걸 좋아한다.

그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틈틈이 와서

물꼬 일을 곧잘 거든다.

이번에는 계자 신청한 아이들 명단부터 정리해주었다.

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떨어지는 사람, 디지털 이해력이 떨어지니까

그런 일은 휘령샘이며 두엇의 샘들이 거든다.

하다샘이 춤명상에 쓰이는 음반을 교무실PC에 넣어주고

그걸 다시 손전화에 옮겨주었는데,

최근 음악이 툭툭 끊어졌다.

겨울계자에도 써야 하니 다시 옮겨달라 하였는데,

PC에 담아둔 음악들마저 마찬가지.

그래서 CD를 일일이 다시 PC로 옮기고 그걸 손전화로 옮겨준.

물꼬를 꾸려오는 데 그의 힘이 아주 컸다.

9학년까지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그가

어른 한 몫 해주었던 물꼬 세월이라.

 

삼거리집과 가마솥방 창 아래 둘 인형 셋을 어제 구했다.

햇볕에 노출된 자리라 얼마 안 돼 색이 바랠 듯하여

투명무광 라카를 뿌리다. 세 차례.

저온과 습도를 피하라 했는데, 아쿠, 오늘이 딱 그러하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작업하였더라.

 

2월 인도행 가닥을 잡다.

일이 아니고는 떠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행만도 아니다.

수행은 일상에서 하는 것이라 여기므로.

나를 찾아서 멀리 가는 것도 우습다.

내가 여깄는데 어딜 가서 날 찾는가.

한 아쉬람이 있는 산에서만 머물 계획이었는데,

가는 걸음에 한 공동체에 며칠 묵었다 가기로.

30년도 더 전에 방문했던 곳인데, 또 어떤 변화들이 있을까?

뭘 꼭 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은 거기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물꼬로서는 학교 건물 리모델링이 한 계기가 되어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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