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오전이었다.

전 이장님 건너오셨다.

"아고, 이걸 전해줄 새가 없네..."

그래서 실어 다니셨단다. 벌을 치고 해마다 꿀 한 통 건네주신다.

이즈음의 저녁이면 벌써 두어 차례는 건너가

두 분의 농사 많은 몸을 살펴드렸을 텐데...

평상에 앉아 동네 소식과 요새 동선과 사람살이 이치를 나눈다.

가을날 건너온 이웃과 주고받는 소소한 이야기들 위로 햇살이 건너다녔다.

지난 20년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세상 떠나보내는 시간이었다.

학교의 소나무나 전나무 아래 그늘로 모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는 안 계신다.

남은 어르신들도 길에서나 가끔 인사를 나누는.

젊은 엄마들(그래도 60대)과 교류도 없잖으나

마을 들머리나 마을 행사에서 보는 정도.

도움을 청하러 오는 동네 건너 외따로 사는 엄마(어느새 일흔) 빼면

상처가 나도, TV가 안 나와도, 물이 새도, 관공서에 전화할 일이 있어도

찾아들던 어르신들이 더는 없다...


집짓기의 아침 상황,

어제부터 일의 우두머리는 생겼으나 다시 도면을 고치고 있고,

토목설계 역시 다시 하기위해 사람이 왔지만

우리는 원 설계의 위치에 집을 두기로 수정했다.

분할측량을 위해 몇 가지 최종서류를 받아 군청 내 지적공사지원을 다녀오고.

쓰지 않게 된 토목설계비, 결국 측량비로 쓰겠네.

(동현샘은 쥐가 내리도록 앉아 설계 중이다.

주인장이 문을 열고 어디로 가서 어디로 움직이는가를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아, 도면을 그리는 일이 그런 일이겠구나...)


하오 청소를 시작하다.

다음 주 달날부터 사흘 물꼬stay. 고교 2년 사내아이들이 어른 셋 포함 서른.

휴지통들 다 끌어내 박박 닦는다.

청소가 말꿈함을 목표로 하는 거라면 청소도구부터 깔끔해야.

청소의 핵심은 후미진 곳.

학교아저씨는 뒤란에서 나뭇가지들을 정리한다. 낙엽들을 미리 제거하는 셈.


밖에서 이번 집짓기를 지원하는 시영샘이 동료 근원샘과 들어오고

우리 현장의 동현샘 무산샘, 그리고 이웃마을 장순샘까지

집짓기 관련 기본 샘들이 다 모였다.

무범샘과 민수샘, 은식샘도 다녀갈 테다.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완성도는 높은 집을 짓고자들 애쓰는.

캠핑꼬치, 해물파전, 골뱅이소면, 오징어구이,

도대체 몇 차례들을 갔는지...

집짓기 시작 잔치쯤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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