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교에서 11학년 아이들 스물일곱이 교사 셋과 사흘을 머물다 가고,

이어 오늘 관내 초등학교에서 고학년 아이들 스물다섯이 하루 나들이를 왔다.

작년부터 봄가을 다녀가는.

계속 있는 공간이 아니니 다시 처음처럼 안내모임,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가,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수행방에서 호흡명상 먼저.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올라 걷고

창고동으로 가서 난로에 불을 지피고 차를 달여 마시다.

지지난주 저학년 다녀간 흐름을 따랐지만

아무래도 아이들 숫자가 많으니 짧은 나눔을 하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는.

하여 감자가 익기 전 떠나야 했던.

“제가 배달하겠습니다!”

마침 농협에 제출할 서류도 있어 달려가 전하고 왔네.


농협에서 서류의 행적으로 잠깐의 실랑이,

물꼬에서 2010년에 낸 서류 가운데 일부 우리에게 돌려주었네 아니었네로.

농협에는 그날에 대한 기록이 없고

우리에겐 기록이 남아 있었으니.

결국 우리 쪽 사인이 되어있는지 확인해보자고 이전 서류철을 요구,

역시 우리가 받지 않았던 게 맞더라.

기록의 중요성이라!


한 고교에서 서른(고교 2년 스물일곱과 인솔교사 셋)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인솔교사 한 분이 이의(異議)를 제기.

열심히 했다는 것이 꼭 잘했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냥’... 사과했다... 잘 못했다기보다 불편을 일으켰다는 건 맞을 테니까.

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말 그대로 서로 달리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으나...

어떤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것이 자신이다, ‘나’이다!

내가 무어라 말을 하고 있어도 그 뜻이 그 말인 것은 아니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늘 아이들을 만나며, 사람들을 만나며 하는 생각이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것에는 똑 같았는데,

그는 왜 말하기를 메일도 아니고 전화도 아니고 누리집이었던 걸까...

다른 이들도 봐달라는 뜻이었을 것이고

그러면 다른 이들이 봐주는 게 필요할 것이다.

오래 호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당신이 옳다고 느끼는 것만큼 나 또한 그러하다,

하고픈 말이 차오르는 걸 누르고 있다.

거기 내가 있다...


성체에서의 내 노동은 더욱더 힘들어졌거니와, 그런 수고로움은 불필요한 것이었다(그 노동을 통해 얻어낼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는 점에서 불필요했던 것이다). 내 계산으로는, 성이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의 토양이 푸석푸석한 모래였으므로 아름다운 돔 천장을 갖춘 지하실의 벽체가 되려면 말 그대로 망치로 두들겨서 단단하게 다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읍을 위해 내가 가진 연장은 이마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수천수만 번, 밤이고 낮이고. 피가 나자 기뻤다. 벽이 굳기 시작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내가 성을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렀음은 누구든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란츠 카프카, <굴>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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