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2.나무날. 맑다고는 못할

조회 수 600 추천 수 0 2018.01.06 18:31:38


위 달골에서는 집을 짓고,

아래 학교에서는 마늘을 심었다.


어제는 제주에서 귤이 왔고,

오늘은 남도에서 건어물이며 김치며들이 왔다.

집짓는 사람들이며 내내 머무는 이들의 입성을 어이 다 감당하냐며

여기저기서 손발처럼 그리들 마음 써주는.

계자 밥바라지 엄마 한 분도 며칠 건너와 밥이라도 해서 거들겠다시는.

그리 산다, 여기.


달골에는 사흘 현장을 쉬었고,

오늘은 비계를 설치했다.

작은 집이나 고가 높은 집이다.

지붕재를 이으려면 이것부터. 안전이 확보 되어야니까.

“여긴 산골짝이어서 어려워요!”

집짓기 우두머리 동현샘의 툴툴거림대로

자재 들어오는데도 운반비가 적잖고

사람이 들어오는 데도 경비라고 붙여지는 값이 만만찮다.

비계 설치에 두 사람, 비계임대비, 경비, 뭐 그리 되는 거다.

밥이야 어디 사먹을 데라도 있던가, 물꼬에서 해결.

내 손으로 집을 다 짓진 못해도

집이 어떤 사회적 구조 안에서 지어지고 있는가를 볼 수 있는 여정이 될.


그런데,

비계 설치를 오신 분 하나, 하하, 물꼬랑 오랜 끈이 있을세.

그러니까 상설로 문을 열던 2004년,

입학과정을 밟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열둘 모집에 예순이 지원, 학교설명회에 모인 이들은 더 많았던, 했던가.

마을 안으로 들어와 사는 게 우선 순위였으니

입학허가를 받지 못한 이들 가운데 땅을 사거나 집을 사거나 마을에 세를 드는 이들이 있었다.

이이도 그때 대해 골짝에 땅 한 자락 산 사람.

“한 2년 전 추풍령으로 내려왔어요. 지금은 여기 땅 팔았죠.”

그런 한 때가 있었네...

(여섯 해 상설과정을 보내고 더는 입학과 졸업제도를 두지 않았다.)

살면서 나와 고리를 가지나 나 모르게 일어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을진가.

내가 보는 게 다가 아닌 순간이 또 얼마나 많던가.

우리가 누구를 안다, 무엇을 안다고 하지 못할!

‘거기’에 이른 사연을 어느 누가 다 알거란 말인가.

하기야 밥상 앞에서 내 손에 그 밥이 이르는데, 키우고 닿았던 손길 빼고도

재료 씻고 다듬고 양념 넣고 익히고,

넘친 것 닦고 차리기 위해 행주질에 밥상 그릇에 옮겨 담고,

밥 먹고 버릴 것 버리고 담아두어야 할 것 담고 냉장고 넣고,

기름기 많은 건 종이타올로 한번 닦고,

큰 그릇은 큰 그릇대로 작은 건 작은 대로, 세제가 필요한 것과 필요치 않은 것으로 나누고,

컵은 컵대로, 유리잔은 유리잔대로, 수저는 수저대로,

씻고 헹구고 바구니에 담고 행주로 닦고 장에 넣고,

개수대 음식찌꺼기 버리고 물기 닦고 행주 닦은 뒤 삶고...

다 했다고 돌아본 순간 국 냄비가 보여 다시 설거지!

사는 일에 별거 없지만, 사는 일에 얼마나 많은 과정이 필요한가.

사람 움직인 자리엔 반드시 흔적이 남지.

오죽하면 범죄현장도 범인이 남긴 흔적으로 완전범죄가 산산이 부서지고마는.

생각은 그렇게 꼬리를 물고...

그리고,

당신이 만났던 나도, 내가 만났던 당신도 그때의 내가, 그때의 당신이 아닐지라.

‘지금’으로 만나기!

물꼬는 2017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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