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8.물날. 맑음

조회 수 650 추천 수 0 2018.01.06 18:40:22


달골 집 짓는 현장에는 방통을 치는.

아무리 대단한 선수가 와도 미장해 놓은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오늘부터 며칠 또 현장은 쉰다.

오전 믹서트럭 들어와 방통 차에 몰탈을 부었다.

몰탈 일은, 아비와 함께 군대 다녀온 젊은 아들이 하더라.

“아버지가 든든하시겠네!”

어려운 일 잘 안 하려는 요새 젊은 것들이라고들 하는데,

아비 일을 이어 하고 있는 건장한 아들 보니 하뭇한.

“돈이 되니 이런 일 남 안 줘.”

그렇기도 하다지, 이 일이.

바쁠 땐 하루 두 건도 한다고.

자신들이 한 건 하고 나머지 일은 타인에게 일종의 하청을 준다는.

그런데, 인건비 때문에도 타인을 쓸 수 없다고도.

오후에는 세 차례 미장. 기계로. 매끄럽고 평평하게.

어둑해서야 현장을 접다.


지리산 둘레길에 표시목을 만들었던 무산샘은

이번에는 해남의 한 절에서 만든 둘레길의 표시목 작업을 맡았다.

최상은 아니어도 면소재지에서 나무 서른 개를 구했고,

오늘 그 작업 시작.

마침 기계 쓰는 편에 곁에서 의자 둘 만들다.

기초 골조 짜며 잘린 나무들.

곁에서 어른 쓰지 않으면 추운 아침 현장의 불쏘시개로 마구 쓰이기 쉬운.


집 짓기 우두머리샘은 현장을 빠져나가며

전주 신청에 대해 숙제를 주고 가다.

“한전에 아는 사람 없어요?”

전기를 개인이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

우리는 따로 전기설비를 어디 맡기지 않고 이곳 손으로 할 것인데,

우두머리샘이 아는 곳을 통해 전력업체에 신청 부탁은 했지만

전봇대가 들어오는 데만도 빨라야 4주, 요새 같은 연말에는 6주가 기본이라고.

그런데, 지금은 달골 창고동 쪽에서 끌어다 필요한 전기를 쓰고 있는데,

단열재 폼을 쏘려면 아주 많은 전력이 있어야 하는 모양.

“그냥 쓰면 안돼요?”

“용량이 커서 전기선이 녹아내릴 수도 있고, 폼 기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신청하고 4주는 걸린다는데,

어르신 한분을 찾았다.

눈이라도 오면 모든 작업이 멈춰야 하는 달골 길 사정도 있고,

한 번에 많이 써야 하는 전력 사정도 있고,

부탁을 해놓았다.

안 되면 또 할 수 없지, 되는 사정대로 해야지.


“내가 봐도 내가 참 답답다...”

물꼬의 품앗이샘이기도 한 벗이랑 한참만에 통화하다.

(작은 집이라도 건축이랍시고 시작하고 나니

직업 망치 들고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다르게 마음 쓸, 몸도, 쉽지가 않았더라.

그런데 무슨 집필이냐고!

세 끼 밥상에도 두 끼 곁두리, 저녁 뒤 곡주상에, 그리고 작업과정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무슨 출판까지 생각했더냔 말이다. 택도 없는 일이었다.)

먼저 여간해서 타인에게 연락하지 않는 자신의 성품에 대해 그리 말했다.

그러냐.

그런데, 나는 그가 아무래도 좋다.

우리 자신이 무엇이지 않아도 되는 게 좋고,

서로에게 무엇이지 않아도 되는 것도 좋다.

그의 존재만으로 위안과 위로인 걸.

어머니 병원 모시고 가고 아버지 제사도 지내고 나면 낼모레 물꼬 들릴 수 있으리라 한다.

바르셀로나 가기 전 얼굴 보겠구나,

집 짓는 상황이 이리 밀리고 있으면 대해리 나가 두어 곳 인사갈 일도 쉽잖을 예감이더니.

벗이 있어 참 좋다, 고-맙-다!


학교관련 여러 서류들을 서서히 챙겨야 할.

올해는 달골 건물들도 화재보험이 만기이네.

1월 1일 바르셀로나행 탑승을 앞두고 물꼬 구석구석 챙겨둘 일도 많은.

비운 자리로 드나드는 이들이 신경 써서 뭔가를 처리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은 그들 삶 속에서의 일상이 있으니

물꼬의 무게로 그들을 번거롭게 하기 없기로.

그나마 아이들 일정이 없어 다행한데,

바삐 찾아들 일이 없어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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