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에 굴삭기 들어왔다. 하루 일이면 되겠다 했지만...

긴 하루라고 하지, 이런 날을.

눈발이 날려 마음도 바쁜데,

하루 만에 굴삭기 일이 다 될 수 있나 마음 바쁜데,

눈은 조금씩 풀풀거리고,

굴삭기 유압기가 파열 되어 김천까지 가고,

저녁에 눈 깊기 전 바삐 달골을 빠져 나가며 굴삭기 기사 트럭이 눈길에 빠지고...


수도관과 전기선을 묻으며 굴삭기가 움직이는데,

사왔던 자재들과 다른 것들이 있어 또 필요한 것들을 구하러 나가야했네.

일을 시키는 우두머리샘 자신도 답답지 않은 건 아닐 것이나

바라지 해야 하는 사람들로선 잦은 심부름에 짜증이 날만도,

일이 어찌 그리 규모없이 하냐고.

오늘은 들어오던 기락샘이 두 군데다 공구상을 찾고,

들어와서 또 나가 필요한 걸 구해다 주어야했네.

그간 현장 바라지를 하는 무산샘의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


종빈샘이 들어왔다.

직접 동료들을 끌고 집을 짓고, 목조건축 강의를 하는 그이다.

어쩌다 손을 보태러 다른 현장에 가도 이틀을 넘지 않는다 했다.

사흘을 하겠다 하고 달려왔으나 물날 나무날 작업 뒤 다시 돌아가 일을 하나 처리하고,

이틀을 빼서 돌아왔다.

오가는 데 6시간, 쉬운 걸음이 아니다.

물꼬 일이 될라고, 모두 퍽 애쓴다.

일도 일이지만 그랑 있으면 현장이 아주 즐겁고,

팍팍할 수 있는 관계의 문제들이 부드럽다, 배우는 것도 많고.

어른 노릇을 보여주시는.


저녁, 점주샘이 들어왔다.

며칠 전 갔던 걸음을 다시 돌려왔다.

아무래도 여기 상황이 쉬 종료되기 어려워 보였던 게다.

뭐라도 손을 보태지 않으면 안 되게 보였던 게다.

실제 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여기, 지금, 곁에 있는 것.

“니가 뭐 할 일이 있겠나...”

어머니가 그러셨단다.

“가서 걸치작거리는 건 아닌가 고민하다가...”

“네가 이미 존재로 힘이지!”

그렇다. 슬기로운 그가 있으면 더욱!

그리고 그는 정말 손발이 보탬이 된다. 움직임이 재고, 그것도 잘하기까지 한다.

곁두리라도 챙겨주는 이가 있으면 일하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니 효율도 좋다마다.

“내가 알아서 뭐는 못해도 하라는 건 할 수 있으니까...”

뭘 하자, 어찌 하자, 재료는 어딨다, 그렇게만 해도 밥상도 차려진다.


한밤, 서리가 눈처럼 내려앉아 있다.

느낀 마음을 새김, 감격하여 마음에 깊이 새김, 感銘, 그랬다.

그러니까, deep impression, 그랬다.

오늘 그랬다, 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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