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4.달날. 맑음

조회 수 400 추천 수 0 2019.12.27 23:48:23


 

4일과 9일은 읍내 장날,

학교아저씨 나들이 가는 날.

목욕탕도 가고 장구경도 하고 다른 볼일도 보고.

오늘은 마늘 세 접을 사셨네.

학교에서 나온 것은 너무 잘아 올해는 사서 심기로 했던.

못해도 다섯 접은 했는데, 올해는 구색만 갖추기로 하였네.

나날이 낡아가는 학교 손도 그만큼 더 갈 것이니

학교 가꾸는 것에 공을 더 들이자고.

그간 씨 뿌리던 한 뙈기도 농사라고...

 

04:30 일어나 5시 새벽예불에 동행하고

06시 공양간에 손 보탤까 기웃거렸다.

손 보태러 간 남도의 절집이었다.

아침밥상을 물린 뒤 멀리서 온 이들과 어제에 이어 철쭉 군락을 정리하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일하다 보면 그 방법에서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 구석 끝의 풀 구역을 마저 하려는 이와

그걸 접어야 오늘도 일이 마무리 된다고 일을 지휘하는 이가 선을 긋는 사이가,

또 돌계단을 놓는 이와 일을 통괄하는 이 사이가 시끄러웠네.

일을 제대로 하려는 그 마음을 인정하기,

그러나 전체 일의 규모에서 할 것과 못할 것을 구분 짓는 처지도 받아들일 것.

일하는 이가 힘들다는 걸 인정하기,

그러면서도 전체를 끌고 가야하는 처지와 상황을 잘 설명하기.

저 사람은 어때, 라고 규정해오던 대로 상대의 행위에 버릇처럼 반응 말기,

그러니까, 그는 그런 사람이라는 낙인 찍지 말기.

남이 그러므로 내가 이리 반응한다는, 그런 남 탓도 말기.

내가 그 고리를 끊을 수도 있잖은가.

반응은 나의 것이므로.

사람 사이를 오가며 물꼬에서 배운 대로 갈등을 조율해 보았네.

 

저녁에 부랴부랴 인근도시로 달려왔다.

차를 나누는 어른의 학교가 있는 날이라.

한 사람이 계속 토하였네. 체기로 보였네.

마침 바늘 있어 응급조처.

병원이 먼 물꼬, 혹 아이들과 지내다 응급상황이 생길세라

오랫동안 민족의학이며 대체의학을 공부해왔다.

하지만 이런 작은 행위도 분명하게 요청을 받고 도와야 하는.

나는 의료인이 아니므로.

언젠가 한라산을 오르다 쓰러진 군인을 구하기도 했고,

다른 공간의 캠프를 진행하러 갔다가 쓰러진 학생을 구하기도 했더랬다.

하지만 의료인이 아님을 늘 명심하기.

자칫 도가 지나치지 않기로!

 

제습이와 가습이 밥 주러도 부지런히 넘어오는 멧골이라.

요새 진돗개 강아지 두 마리를 아침저녁 멕이는 달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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