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7.쇠날. 맑음

조회 수 540 추천 수 0 2020.03.05 23:43:52


 

등에 담이 와서 살살 가라앉히며 몸을 쓰는 오늘.

아래 학교에서는 간장집 도랑을 팠고,

달골에서는 아침뜨락 들머리 물길 하나 잡았다.

밖으로는

한 도시의 복합문화공간과

지난해 6월에 낸 <내 삶은 내가 살게...>를 텍스트로 강좌를 꾸리자는 의논을 하는 중.

 

소식이 없다.

아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담당기관에 전화를 했다, 오늘 결과발표가 언제인가 하고.

시험결과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었다.

그에게서 아무 말도 오지 않았다.

그에게 묻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한 문의였다.

10시부터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했다.

, ...”

10시가 막 지나가는 시각이었다.

통화종료 단추를 누르는데, 바로 문자가 떴다.

같은 시간에 그가 내게 전화를 했음을 알리는 문자였다.

통화 단추를 눌렀다.

합격하지 못했단다.

0.0얼마의 차이라니!

아주 월등하지 않은 바에야

그 시험이 실력차라기보다 그야말로 무작위추출 같이 진행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안다.

내 기도 부족만큼의 숫자라고 해석했다.

일단 맛난 것 먹고, 좀 쉬고... 안 할 것 아니니까.”

이제 그만할 일이 아니라 그는 다시 그것을 준비할 것이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열심히 한 거 어디 안 가더라, 다 내게, 내 삶에 붙더라.

어떤 식으로든 그것들이 날개가 되는 줄로 안다.

그런데 대단하다. 그저 도서관에서 여러 해 공부하는 사람들까지 있는 걸

직장 다니며, 때로 물꼬에 손발까지 보태며 시험을 준비해온 그였다!

응원하고 응원하고 또 응원하노니,

어여 다녀가시라, 따순 밥을 해서 기다리겠으니.


물꼬랑 또 다른 결로 학교 밖 교육을 하고 있는 이가

자신의 교육 목적은 어떻게 유용한 존재로 만들까에 있다 했다.

덕분에 또 생각하게 되었네.

일상을 텍스트로 일과 명상과 예술을 통한 교육을 하는 물꼬 교육의 목적은?

가르치기보다 먼저 살기(삶으로 가르치기),

생은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으로 채워가는 것,

엄청난 업적을 행하는 이들도 있지만

범부인 우리들로서는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일,

생의 모든 순간을 긴장하며 살 수는 없지만 순간순간 정성스럽게 살려 애쓰기, ...

일상과 예술과 명상과 공부가 조화로운 전인적 인간?

물꼬에서 자주하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물꼬를 규정하겠다.

놀고 일하고 명상하고 연대하고 사랑하기!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정리하고 책임지고 애쓰는)!


부모님 두 분 다 몸져누운 벗에게 글월도 띄우는 날.

(...)

마침 책 하나가 와서 들춰보고 있었어요; <구글의 72시간>(도서출판 공명, 2018)

2011년 3월 11일 일어났던 동일본 대지진에서

구글이 지진발생 불과 1시간 46분 후부터 재해 대응 서비스를 내놓은 기록.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평상시에 구축된 힘이었고,

위기 순간에 내려야 하는 기관과 리더의 결정 역시

평소에 마련한 매뉴얼이 또한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개인에게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제 삶은 지독히 아날로그적인디 ㅠㅠ)

72시간은 재해 발생으로부터 중상자의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는 골든타임이라지요.

음식은 모든 것의 인프라’(p.190)라는 곳에서 큰 감응이 일었습니다.

평상시에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식사는 사람들을 안심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제가 물꼬에서 숱한 날을 밥을 하는 까닭과 다르지 않겠지요.

 

아픈 이도 아픈 이지만 곁에 있는 이들이 절단 나는 걸 수없이 보았습니다.

부디 강건하시어요!

내가 있어야 세상이 있지요.

그대는 부모님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굳건해야 하는.

지금 이 순간은 저를 위해서도요.(벗들이 잘 지내면 저도 힘이 나거든요)

얼마전부터 제가 어머니 아버지도 같이 뵙자 했던 것은

그대가 당신들을 추억할 때 그것을 같이 나눌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게 벗이란 그런 의미이기도 하거든요.

off the record 영역이라 해야 하나.

그러면왜 나는 그대에게 그리하려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는군요.

사람 만나는 데도 시즌이 있다던가요.

시절 인연이란 게 그런 말이기도 할.

지금은 내 앞에 그대가 있는.

생에 별 거 없으니 그저 순간순간 정성스럽게 살기,

지금 내 앞에 있는 인연에 온 마음을 다하기 그런.

내 생이고 내 마음인데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쓰는 일에 뭐 다른 것들이 필요하겠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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