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90일수행 중.

아침수행은 몸풀기와 대배와 호흡명상.

아침 혹은 낮 아침뜨락을 걷고,

저녁수행으로는 마을길을 걷다.

마을 안쪽 길을 얼마 만에 걸었던가.

수년을 끝마을까지 큰길로만 걸어 다녔네.

밤 고샅길을 걸으며 1996년 가을부터 시작된 이곳에서의 물꼬 세월을 더듬었나니.

(서울과 영동, 양쪽에 있었다. 2001년 서울 물꼬가 영동으로 합쳐지다)

많은 이들이 왔고 적지 않은 이들이 떠났지만

물꼬는... 아직은 여기 잘 있다.

세상이 변해가듯 물꼬도 그렇게 흘렀다.

변하는 것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것이기도.

 

나무를 하러 산에 가서 그만 길을 잃고 불빛 하나 찾아 들어간 이야기를

우리는 옛이야기 곳곳에서 만난다.

그곳은 도깨비가 노는 집이기도 했고,

꼬리 아홉 여우가 여인으로 변해 밥을 내준 뒤 어둔 마당에서 칼을 갈기도 했더라지.

사실 많은 경우 깊은 산속의 그 외딴집은

더러는 난을 피해 들어온 유순한 부부가 살기도 했을 게고

죄를 짓고 도망 온 이이기도 했을 것이며

때로는 관리의 횡포를 피해 쫓겨 온 백성이었거나

시끄러운 세상을 피해 홀로 정진하는 누군가였기도 했을.

겨울 한가운데 깊은 밤 멧골로 들어온 차 한 대가

그만 농로에서 도랑에 바퀴가 빠졌네.

달골 저 아랫마을, 대해리와 이 골짝 끝마을 돌고개 사이에 있는 펜션을 찾아온 차였더라.

내비가 가까워지면서 어느 순간 사라지더라고요...

... , 동생들도 지금 오고 있습니다...”

주인장과 먼저 들어온 차주가 나눈 이야기를 종합해 짜깁기를 해보면

내비게이션이 어느 순간 꺼진다,

그러니 올라오다가 아주 밝게 불을 밝힌 집이 오른쪽에 바로 있으니

그곳으로 들어와라,

그쯤이 뒷차에 전달되었을 것이고

뒷차는 의심 없이 아주 환하게 불을 켠 집을 향해 우회전을 했겠지.

그런데 그 불은 얼마 전 새로 지은, 개울 건너 새 집이라,

가까운 듯 보이나 길로부터는 제법 먼데,

마치 그 집으로 가는 듯이 농로가 이어져보이다가

한 댁의 밭으로 가는 길이었던 거라.

길이 툭 끊어진 곳에서 한 사람은 내려 앞을 보고 뒤를 보고 안내를 하고

운전자는 열심히 페달을 밟아보고...

멧골 깊은 밤길을 걷다가 옛 이야기들이 떠올랐더랬네.

밝은 불을 향해 확신하지 말라!

옛적 도깨비불처럼 그곳이 우리를 삼킬지도 모를.

그곳이 폐가이고 무덤일 수도.

 

역시 운동화!

여름이고 겨울이고 장화를 신고 다니는데,

풀섶 뱀 때문이기도 하고 아침이나 밤의 이슬 때문이기도 하고

겨울이면 눈 때문이기도 하고 진창 때문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작업신발을 넘어 외출화가 되기도 하는데,

신으니 또 그게 편하다 싶다가

오래 걷는 이즈음이라 운동화를 신는다.

아하, 괜히 운동화가 아니더라.

요새는 또 운동화만 신고 다니네.

뭐나 몸에 붙이면 그게 또 최고인 줄 알게 되는.

가끔은 의심도 좀 할 것.

내 익숙한 게 진리가 아니기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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