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명상하고 오래 걷고 천천히 일하는 겨울90일수행의 날들이다.

저녁이면 어둠을 가르고 멧골을 걷는다.

마치 야간산행의 느낌.

산에 사는 모든 존재들과 나란히 늘어서서 걷는 듯한.

 

논두렁은...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을 줄인 말로 물꼬 후원자들.

손발로든 무엇으로든 물꼬의 존립을 함께 고민해주는 모든 움직임을 말할 것이나

대체로 재정적후원자를 말할 때가 많다.

배고픈 이가 먹어야 하듯

 아픈 이가 치료를 받아야 하듯

 아이들은 아무 조건 없이 교육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물꼬도 그 권리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주시는 도움들 허투로 새지 않게 귀히 쓰겠습니다.’

물꼬는 상주하고 있는 이들에서부터 임금 없이 

오직 기꺼이 낸 사람들의 손발로 꾸려가는 학교이다.

(http://www.freeschool.or.kr/?mid=notice&document_srl=3024)

오늘은 논두렁 명단을 정리했다.

물꼬는 기부자 예우 프로그램이 따로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논두렁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저 물꼬가 물꼬의 품은 뜻을 잊지 않고 지칠 때도 다시 일어나 걸어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분명한 것은 물꼬가 물꼬의 순기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사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렇기로서야 물꼬가 주는 보상도 없으면서 이름자 기록에 더디고 게을러서야...

고마운 만큼 인사를 못다 하고 산.

죄송합니다!”

사무 능력이 떨어지는 나이라.

물꼬가 서울에 있었을 적 사회단체의 의미가 강했던 그때는

행정간사가 도맡던 일이고,

영동으로 내려와서는 교무담당이 하던 일.

상주하는 교무 자리가 비고는 때로 밖에서 물꼬 바깥 식구들이 관리를 하기도 했고

그러다 몇 해 전부터는 내부로 아주 들어온 일인데

자주 곤혹스런 자리.

그러다 통장 자체에 모든 걸 기록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따로 기록철을 만들지는 않아도 되었다.

그러니 더욱 외부로 정리해서 내지 않아도 되었던 거라.

예전처럼 소식지가 나가지도 않으니.

거듭 죄송하고, 다시 고마운!

 

사이집 욕실에 세면장 상판 보수.

직접 만들었더랬고 진즉에 상판 타일 작업을 했던.

타일 사이가 갈라져서 보수를 하고도 또 갈라진.

물이 스며 그 아래 상판으로 쓰인 나무가 갈라진 게 또 역으로 원인이 되었던 듯도.

아예 뜯고 모눈타일을 붙이기로.

수전을 분리해서 장을 거실로 빼 타일을 떼놓고도 아직 손을 못 대지 못했던.

본드를 바르고 모눈타일을 붙이고.

모눈타일을 하나 하나 일일이 붙여야 하는 줄 알았는데,

완전 계탔음.

그게 한 판이 그물 같은 것에 붙어 있더라구.

하기야 그럴 정도로 무식하게들 아무렴 일을 할까.

가끔 참 모지래는 자신을 살짝 나무람.

수전과 세면대가 들어가는 구멍 둘은 모눈타일을 동그랗게 살짝 갈아주었다,

그라인더로.

줄눈 작업은 본드가 마른 뒤 내일쯤.


물꼬의 오래된 인연 하나가 아이를 낳고 백일이 지났다.

태어나고 막 온 사진은 진즉에 보았으나

할 말 넘쳐 미루다 그만 놓치고,

백일에는 옷가지라도 하나 챙겨야지, 그러다 또 날을 놓치고

, 사람 노릇하는 것에도 게으르구나...

오늘은 봉투로 대신했네.

멧골을 나가고 아이 선물을 고르고 부치고...

그에 견주면 돈이 제일 쉽다는 말이 떠올랐네.

부자에게 쉬운 게 돈인데

가난해도 돈 만큼 쉬운 게 또 없다더라니.

무심해서 미안했고, 늦어 미안했고, 달랑 돈이어도 미안했다.

이 살림살이 너르고 많은 줄 늘 헤아려주는 그니의 마음에 또 기댄다.

아희야,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자라주시라.

 

오는 주말에 하리라던 김장을 한 주 더 미루기로 한다.

올해는 배추를 사서 할 것이라.

날도 체크해보니 다음 주말이 더 따뜻하네.

 

휙 지나가버리는 무상한 것은

돛을 단 배와 사람의 나이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일본에 그런 말이 있더라며 온 아침편지에서.

문태준의 빈집의 약속도 함께 왔다.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별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런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밤 편지 하나 닿았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이름자더냐.

초등 아이가 자라 청소년이 되고 대학을 갔던.

요 며칠 옥샘이랑 물꼬 생각이 많이 나서 글 남기게 되었다지.

휴학을 했고,

최근 읽은 자기계발서를 하나 읽는데,

정말 물꼬에서의 아침 루틴과 비슷하더라고요.

 사실 졸린데 막 일어나서 시간은 몇 시에 일어났는지 아직도 모르지만

 일어나서 대배, 명상 등 한 것들이 모두 닮아있더라구요.

 그게 엿새 동안 좀 더 나은 생각을 하고 많이 피곤해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 아니었을까 한다는.

친구랑 코로나19로 인해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제일 먼저 사라질 직업이 선생님 아닐까 싶더라고,

동영상 한 번에 찍어두고 개정될 때까지 쓰면 되니까.

학교가 지식만을 배우러 가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옥샘께서 말씀하셨던 전인교육도 생각났다가 가장 생각이 난 건 '연대'..

 아무래도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과의 교류도 적고 하게 되면서 더욱 더 와닿더라고요.

 요 며칠 옥샘이랑 물꼬가 생각나기 전까지만 해도 옥샘이 하셨던 말씀은

 그냥 '좋은 말씀' 정도의 느낌에 '아 그렇구나' 같은 느낌이었는데

 요즘 들어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꼬는 늘 언제나 이 자리에 있다는 말은 정말 기억에 남고...’

그 편에 여러 젊은 벗들의 소식도 같이 들어왔네.

물꼬의 빛나는 얼굴들이여!

다들 여름 겨울마다 만나던 그 때가 가끔은 그립고,

 여름 청계 때 은하수랑 수많은 별들을 마당에 평상을 옮기고 어깨를 맞대며 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지난여름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 대회 준비가 있어 빠지질 못했고

이번에는 정부출연연구원에 실습을 두 달 동안 가게 되어 또 못 오지만 꼭 오리란다고,

사랑한다고,

언제나 그 자리에 계속 계셔 달라고 했다.


잊은 적 없는 그대라.

소식 주어 고마우이.

 

쉬기로 했다니 잘했네.

그러면 또 걸을 힘이 생기리.

천천히 걷지만 뒤로 가지는 않는 방법일 수도.

 

그대가 가장 좋지 못한 모습으로 지낼 때도 여기 있는 물꼬는 그대를 맞으리.

눈꼽도 떼지 않고 부스스한 머리로 아침을 같이 열던 우리가 아니냐.

또한 그대가 애쓰며 마음과 손발을 보탠 이곳이 아니더냐.

좋은 것도 나누지만 안 좋은 상황에서도 서로를 기댈 수 있기를.

 

부디 강건하고,

머잖아 얼굴봄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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