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살짝 감기기운이 있었다.

일단 절부터 한다. 체온도 올리는.

오늘은 종일 때때로 할 절이기도 하다. 수능이다.

마음은 마음으로 가서 힘이 된다잖던가.

특별히 물꼬의 학생회장이라 우리들이 농하는 12학년 아이가 아니어도

한국사회에서 수능은 모든 일상을 1시간 늦춰야 할 만치 영향력 있는 일을 넘어

개인사로서는 이후의 인생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이기까지 한,

어쩌면 기이하다 보여지기끼지 하는 일.

앞뒤 다 자르고 한 아이가 애썼던 시간에 대한 보람으로 수능을 해석함.

애썼다, 모두!

그들을 지지했던 샘들도 부모님들도 모다.

 

달골 컨테이너 창고의 목재들을 살피다.

올 겨울에 할 두어 가지 작업에 쓰일 나무를 가늠하는.

길이가 넉넉한 게 드물다. , 이어야지.

사이집 지을 때 나온 나무들을 다 태우려 드는 작업자들 곁에서

틈틈이 쓸 만한 것들을 노란 컨테이너에 담아 옮겨두었더랬다.

지금 사이집에서 쓰이는 몇 개의 스툴도 그것들도 만들었던.

건축하는 동안 밖에서 새참 먹으며 모여 앉았을 적 쓰자던 것이

그 상태로 집안까지 들어와 쓰이게 된.

때로 우리 삶의 임시들은 그렇게 영영 고정이 되기도 한다.

메타세콰이어도 돌보다.

엊그제 심을 때는 어두워오는 저녁 빛에 쫓겨 제대로 흙을 덮어주지 못했다.

스무 그루에 흙을 돋워주다.

겨울을 잘 나서 모두 무사히 살 수 있기를.

 

김장을 위한 부엌 청소.

곳간 청소 뒤 최대한 공간 확보.

김장 땐 여러 물건들이 쟁여질 수 있도록,

그리고 큰 대야며 소쿠리며 나와야할 물건들이 원활하게 움직여질 수 있도록.

이참에 냉동실도 정리한다.

선반이며 먼지야 기본이고.

 

물꼬 누리집 계자 신청란을 보았다.

신청이 더뎠다. 때가 때이니까. 기다려보자.

한 명의 등록자가 있어도 계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지.

오늘 신규 확진자 516,

코로나 바이러스가 겨울에 더 강해질 거라는 예측대로라면 더 크게 늘어날 수도.

어째도 우리는 또 우리의 삶을 살겠지...

 

건강을 특별히 물어야 하는 때여선지

이곳의 모진 겨울을 기억하는 이들이 안부들을 넣는다.

해가 가고 있어서도 이맘때면 여러 인사들이 오가는.

30대에 여러 해 같이 작업을 했던, 쉰다섯 고개를 넘어가는 벗 하나랑 통화.

부모님이랑 살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아버지와 함께 누나네랑 가까운 동네에 사는.

야구가 얼마 열리지 못했던 올해,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있었을 그였네.

이렇게 한 생이 가는구나, 쓸쓸해지던 저녁이었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밥벌이를 하는 고단도 큰일이지만

혼자 나이 먹어가는 고단도 적은 일이 아닐.

생의 무게가 누구에겐들 없을까나.

 

읽기는(책을) 쉬웠다.

쓰기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말도 생각도 글이 되지 못하고 부서지거나 사라지거나.

내일 자정까지 보내야 하는 글의 부담감만 쌓이고 일은 되지 않고 있었는데,

! “살려주셔요!”

자정 넘어 작업하던 랩탑이 먹통 되다.

자주들 얘기하는 그 블루스크린!

그 밤에 대처 식구들한테 전화를 넣는다.

내일 식구들이 당장 들어오니 다행.

이런 문제는 기락샘이나 한단이, 혹은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이 해결하는.

것도 안 되면 읍내나 이웃의 큰 도시를 나가야 하는.

예전에 썼던, 무척 느리고 작동이 조금 아슬아슬하기도 하지만, 랩탑으로 며칠 작업하기로.

이런 일이 생기면 진이 다 빠진다.

오늘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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