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이 생각하고 발언한 대로 살았다는 사실은 언제나 경이롭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을 안다.

지난 225일 마침내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이 복직했다.

19867월 해고된 지 37년 만이었다.

이날 명예 복직과 동시에 퇴직이었다.

21살 그는 19817월 대한조선공사 용접공으로 입사했고,

일터에 식당과 화장실이라도 만들어보려고 노조 대의원이 되었다가

곧바로 대공분실로 끌려가 해고됐다.

6년 동안 일한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37년을 싸웠다.

309일 크레인 농성을 잊을 수 없다.

35m 그 높은 곳에서 그가 싸워낸 시간은 그가 쓴 역사였고, 동시에 그만 한 일은 아니었다.

희망버스처럼 지상에서 지지하고 응원하고 돕고 함께한 이들이 있었다.


투쟁이라는 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된다, 되더라.

역사적으로 임계점이라는 게 있는 거 같다. 폭발하는 순간들이 반드시 온다.

그냥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라 내 삶에서 몇 번 체득하다 보니까 갖게 된 확신이다.

그런 순간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못 버텄을 일이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된 건 없다.

귀중한 일일수록, 소중한 일일수록 더디게 방울바울 모여서 장강을 이룬다.’

(마침내 복직한 김진숙, 그가 37년간 싸운 이유/시사인, 2022.03.21.)

 

그의 세월이 쓰렸으나 고마웠다.

실천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딛고 오를 토대가 되어 준다.

내 작은(당연히 클 수도) 변화가 다음의 변화를 끌어오는 걸 보여준 사람들이고,

내게도 그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상심이 있었다.

내 안의 상심이 밖으로 나오고, 세상에 선 상심에서 서서히 무언가를 딛고 나는 일어선다.

상심은 내 것이었으나 그것은 생각보다 아주 보편적인 감정들이다.

모두 그런 감정을 딛고 나아갔다.

나도 그렇게 나를 끌어올린다.

안다, 의욕은 그다지 힘이 세지 않다.

우리는 꺾이지만 일어서려는 것 또한 우리 안에 분명하게 있는 힘이다.

 

춘분인 321일 달날 아침 10

새 학년도를 시작하는 첫걸음 예(())’가 있었다.

펜데믹 아래 세 해째,

대개 경칩 즈음 여는 새 학년도인데 올해는 조금 더뎠다.

한결같이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들의 학교로서의 물꼬를 이어간다.

‘2022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4월 빈들도 이제야 공지하다.

무사히 3, 그리고 새 학년도를 시작할 수 있는가...

작은 수술을 하고도 몸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검사에 검사를 하는 병원에서 더 큰 병원으로 옮아갔다.

통증이 계속될 뿐 큰 문제는 없다.

문제가 있는 부분이라도 알고 있었고, 감당할 만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또 새 학년도를 같이 시작할 수 있다는 거다.

 

왜 진즉에 할 생각을 않았을까, 그런 일들이 있다.

아예 생각의 범주에 있지 않다가 어느 날 필요하고 하게 되는,

하려고 들면 정말 하는.

필요하면 해야지.”

때로 그런 일이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용도 들이게 되는.

필요하면 해야지, 물꼬 여럿 식구들의 반응이었다.

그렇게 또 이 봄학기에 뭔가 새로운 일을 꾸민다네.

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물꼬에 보탬인가가 기준인.

더하여 나도 행복하다면 더욱 좋은.

일을 잘 수행한 뒤 결과를 여러분들과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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