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나가다.

교육청에 협의가 있어 나가는 걸음이니 읍내 일들을 몰다.

자동차센터부터.

리콜 대상 차량이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된다고 했고,

그제부터 두 차례나 확인 안내가 왔으므로 당연히 일이 될 줄 알았더랬네.

그런데 여기는 이 지점에 바로 전화로 신청을 해야 한다네.

더구나 들어온 차들이 많아 오늘은 안 되겠다는.

역시나 상촌의 먼 골짝에 산다고 어떻게 어떻게 또 일을 봐주었다.

고마워라.

 

03:30 교육청.

물꼬는 바닥이 내려앉은 책방과 고래방에 대한 공사 요청이 있었고,

교육청에서는 학교 터 임대에 대해 의견이 있어 전해온.

5년 단위로 임대를 해오던 학교이다. 달골은 물꼬 사유지.

20년이 되던 해 도교육청에 임대료 감면여부를 살펴달라 했고,

그해부터 임대료 감면을 받으면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게 되어 26년이 된 해.

이 말은 올 1231일이 5개년 계약 만기, 갱신을 앞두고 있다는 말.

학교로 지어졌던 곳을 다시 학교로 살려 오랫동안 잘 썼다.

실제 쓰기로야 96년 가을부터이나 계약은 9711일부터.

앞으로 어떻게 하고프다는 교육청의 의지를 들었고,

그에 대한 물꼬의 입장은 6월까지 전하기로 한다.

(여기서 그 내용은 피하고 기록하고 있다. 아직 정리된 일이 아니라.

6월 연어의 날 정도 난상토의를 통해 최종 안내를 하게 되지 않을지...)

 

현재의 이 학교 터는

195141일 물한초등학교 대해분교장으로 시작하여 199131일 분교장 폐지,

40년 세월 제도학교였고,

1996년 가을부터 2022년 올해까지 26년간 자유학교 물꼬로 대안교육의 장이었다.

폐교되고 학교가 닫혀있던 5년을 빼더라도

한국전쟁부터 이적지 교육의 장으로 쓰인 공간이다.

오래 묵은 것이 갖는 힘이 있다.

이 장소의 역사성이 결코 적지 않겠다.

 

물꼬의 26년을 돌아본다.

인근 기업과 군부대의 지원을 받아

발이 푹푹 빠지는 습한 운동장에 자갈을 넣고 흙을 부어 무려 50cm를 높이고,

나무 하나 없는 꽃밭에 꽃과 나무를 심었다.

교문을 들어서면 운동장을 향해 양쪽으로 있는 소나무와 살구나무는

둘러친 콘크리트를 깨내고 저희가 살려낸 것이다.

그 아름드리 나무가 살아주어 고맙다.

무너지는 곳을 다시 쌓아가며 갈라진 틈을 메워가며

바람구멍 숭숭한 건물에 훈김을 넣고 아이들을 만났다.

결코 잊힐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의 모진 겨울을.

1994년 여름부터 시작한 계절자유학교가 지난겨울 169회를 거쳤다.

2004년부터 6년 남짓 상설학교 과정도 있었다.

어디 그 일정들만 있었겠는지.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 가운데는

광주와 서산과 서울에서 온 보육시설 아이들도 있었다.

다섯 살이던 아이가 자라 서른 살께 청년이 되어 혼례를 올리면

내가 부모 자리에 서거나 주례를 서기도 한다.

 

물꼬를 소개할 일이 있을 땐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동원한다;

흔히 대안학교라고 불리는 자유학교 물꼬는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의 학교이다.

일과 예술과 명상을 통한 교육을 자연(생태) 속에서 하며,

학기 중의 위탁교육에서부터 치유교육, 주말학교 계절학교들을 꾸려가고 있다.

아이들의 학교로 시작하였으나

아이들이 보고 배울 우리 어른들의 삶을 가꾸자고 어른의 학교 역할도 하게 되었다.

과거 제도학교에 반대한 학교였다면,

지금은 제도학교에서 놓친 부분을 지원하고 보완하는 역할이 크다.

교장 일을 보는 이에서부터 누구도 임금이 없이,

자신의 재능이 공동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손발을 낸 자원봉사로 꾸려가는

산골작은배움터이다.

기본 상주 인원 셋에

나머지는 게릴라처럼 곳곳에서 모였다가 다시 제 삶터로 돌아가며 학교를 꾸린다.

아이가 자라 새끼일꾼(청소년자원봉사자)이 되고 품앗이일꾼(어른자원봉사자)이 되고

논두렁(후원회원)이 되고,

혼례를 올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그 아이가 자라 물꼬로 온다.

1989년 시작하여 2022년에 이르렀으니 33년이 흐른 시간이다.

거기에 영동 역사 26년이 들어있는 것이다.

 

학교 터가 어디로 흐를지 고민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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