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쇠날 맑은 가운데 반짝 소나기

조회 수 1360 추천 수 0 2005.07.21 00:11:00

7월 15일 쇠날 맑은 가운데 반짝 소나기

아이들은 요새 틈틈이 돌에 구멍을 뚫고 있습니다.
바위에 입을 만든다던 청년(이문구의 단편 '다갈라불망비'에서)이 떠올랐고
날마다 그 구멍을 다듬던 연묘('다갈라 불망비')도 덩달아 생각났지요.
기어이 구멍이 났고 아이들은 거기다 실을 꿰었습니다.
목걸이지요.
더러 선물도 하고, 제(자기) 목에 걸고도 다니네요.

어제 물이랑 시간, 저들끼리 뭔가를 하긴 했는 모양입니다.
너무 '집약적'인 게 흠이긴 했으나
훌륭하데요.
오늘은 거기에 필요한 소품들을 챙겨보라 하였지요.

어른 일모임시간이 불날 저녁에 있는 공동체 어른모임하고는 달리
일 얘기를 중심으로 쇠날 낮 1시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효립샘이 하는 이번 학기 마지막 연극특강입니다.
5년 재은이, 3년 광철이, 일곱 살 경은이도 같이 왔습니다.
시내로 나가 돌을 던지거나 돌끼리 서로 부딪쳐 노래를 불렀답니다.
마을 쉼터에서 눈먼자동차놀이를 하며
서로 판단과 신뢰를 키우기도 하였다네요.
마을길을 내려다보니 보자기를 들고 있기 슈퍼맨이 되는가 했더니만
바람을 느끼며 펄럭대고 다녔답디다.
큰 마당에선 보자기 네 귀퉁이를 잡고
마음을 맞추며 바람의 흐름을 읽어내고 있데요.

일을 마치고 하늘이가 교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이게 뭐예요?"
"하늘소네."
"장수하늘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보통 하늘소보다 장수하늘소는 두 배 이상은 크다 그랬거든."
"그럼..."
"으음, 글쎄, 한 번 찾아볼까?"
하늘이는 책방으로 가서 곤충도감을 들고 왔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어떤 녀석인지를 확인하느라 곤충도감을 뒤적이며
덕분에 톱하늘소도 보고 울도하늘소도 삼하늘소도 보고
참나무에 모이는 모자주홍하늘소도 보았습니다.
"버들하늘소 아닐까?"
"음..."
"그런데 더듬이는 뽕나무하늘소 닮았네."
"맞아요."
"어, 여기 그냥 '하늘소'도 있다! 젤 닮지 않았냐?"
"진짜네."
둘이서 무늬소주홍하늘소도 구경하고
노랑띠도 알락도 홍가슴풀색도 알았더라지요.

한 밤에 방문자 김규철님 들어오셨습니다.
"아내와 자식들의 거주지 이전에 관한 시찰"이 목적이라는데,
지난 번에 방문을 먼저 끝낸 유영숙님과 같은 집에 살고 계신 분이지요.
지원이 수연이 아버지.
나흘 머물다 가실 예정이랍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몫까지 감자 캐고 배추 뽑았습니다.
장마 끝나면 반나절도 허비말고 뽑으라는 배추지요, 다 무른다고.
벌써 어느 틈에 많이 물러있는 걸
김치 다 담아 들이겠다 아이들 일 시간 기다릴 것 없이 어른들이 붙은 게지요.
안은희님 점심 때 들어와 감자 같이 캐고
저녁엔 굴렁쇠 노래모임 있는 혜연이 데리고 서울로 다시 가셨네요.
재주 많은 아이를 둔 부모 고생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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