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영동 계셔?”

거의 20년 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한 자리에 오래 있으니 사람들이 찾을 때 거기 물꼬가, 내가 있다.

한 사회단체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후배는 독립해 있었다.

2005년이던가 물꼬가 송사에 말릴 뻔한 일이 있었을 적 그에게 조언을 구한 적 있었다.

그 때는 없던, 12학년 9학년 아들들이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또 물꼬를 찾게들 된다.

고마울 일이다. 혹 아이들의 나쁜 상황이 고맙단 말은 당연 아니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맞은 아침이었더랬다.

국제 컨퍼런스가 있었고, 덕분에 그곳에서 묵었다.

천천히 풍성한 아침을 먹었고, 2층 도서관을 혼자 독차지하고 오전을 보내기도.

산책길이 좋아 걷기도 했다.

지인 하나가 그 호텔 위에 있는 건물에 살았던 적 있었다.

그 댁에 묵고 그랑 걸었던 산길이 호텔과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다가 전혀 그곳에서 만날 리 없을 듯한 얼굴을 만난 듯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거기가 거긴 줄 알았더라.

사물도 사람도 시절운이라,

볼 때 되면 보고 헤어질 때 되면 헤어지고.

간밤 늦게 영화를 하나 보기도 했고나; <보이스>(김선, 김곡 형제감독/2021)

보이스 피싱에 대한 자료수집에 아주 성실했을.

우리가 그런 방식(사기라거나)의 삶을 택하지 않아도 될 세상을 나는 여전히 꿈꾸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우리를 조여도 언제나 개인의 선택의 몫은 있음!

타인의 무너뜨리고 내 삶을 세우는 일은 없기로.

 

멈춰 서게 하고, 질문하는 책들이 고맙다.

자신이 설계한 인생을 살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라 말하는 책 하나가 있었네.

삶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내 삶의 동력이 무엇인가,

죽을 준비가 결국 살 준비,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런 거.

돌아보니 아쉬운 게 삶에서 무어더냐 책이 물어왔다.

영화 <족구왕>(감독 우문기/2014)이 생각났다. 복학생 홍만섭이 족구부활을 부른 이야기?

재치 있고 발랄하고, 스펙을 채우는 거 말고 족구 따위도 필요한 청춘()에 대한 기록.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홍만섭(안재홍 배우)이 소개팅으로 만난 안나에게 했던 말이었다.

(안재홍 자신이 하는 말로도 들린다. 그는 늘 자신도 있고 배역도 있는 연기를 한다.

가수라면 노래 잘하고 배우라면 연기를 잘해야지! , 선생이라면 잘 가르쳐야겠고.)

언젠가, 나보다 절반쯤 세상을 산 목소리 큰 대학생이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요걸트에 대해 말했는데, 나도 그거 싫다고 말한 순간이 떠올랐다.

아마도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고, 그와 별 틀어지고 싶지도 않았거나,

아니면 그가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거나 다소의 비굴함처럼 나도 그거 별로라고 했다.

, 나는 그걸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내게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게 오랫동안 불쑥불쑥 올라와 마음을 언짢게 했다.

이미 지난 것 말고 앞으로는?

뭐 삶의 존엄을(그리 대단한 무엇으로까지는 아니고) 지킬 수 있기로,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것:)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데 복무하면 좋겠지.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고 싶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순간순간 정성스레 살고 싶음.

내가 사는 동안에 의미 있었던 일이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하라 강요하고 싶지는 않음.

내가 하는 일이 옳다면, 좋다면 누군가가 계속 할 것.

유언장을 써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

내 삶을 남겨진 이들에게 정리하게 할 게 아니라는 의미로다가.

연명치료 거부, 장기 기증, 그리고 물꼬의 뒷일, 그런 것들을 생각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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