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에 국화 화분이 열 있었다.

창고동 북쪽 문 앞 계단에 노랑이 셋, 장승 앞에 둘,

건너편 무궁화나무 곁에 보라가 둘, 느티나무삼거리의 동그라미 가장자리에 셋.

꽃이 지고 있었다.

땅에 서둘러 심어야지 했다.

뿌리내려주면 내년 가을 볼 수 있을.

보랏빛 다섯은 무궁화 곁 아침뜨락 팻말 하나 있는 곳에,

노랑 다섯은 맞은편 장승 뒤쪽, 그러니까 금동 은동 끝동이들 곁으로.

쇠스랑으로 땅을 파고, 풀과 돌을 1차로 털어 훑어내고,

남은 것들을 호미로 파서 털어가며 다시 훑고,

갈퀴로 땅을 고르고, 풀뿌리들을 최대한 뽑아내고,

구덩이를 파고 화분에서 국화를 꺼내 넣고 덮고 물주고.

 

자라지 못했던, 내가 심은 적잖은 꽃과 나무를 생각한다.

대충 심었던 거다. 물론 그대로 진한 생명력으로 살기도 한다.

어린 것들은 돌보아 주어야 한다, 당연히!

땅을 파고 고르고 심고 물을 주고, 단순한 일인데,

같은 일인데 달랐다.

더 넓게 더 고르게 더 정성스럽게!

그러나 대신 ‘~가 있었던 (지나간)내 행동이었다.

그것뿐이던가! 모르는 건 어찌나 많았던지.

언젠가 파씨를 7학년 아이들과 심었다.

하하, 그때 내가 아는 거라곤 고구마줄기 심는 것과 감자씨를 놓는 것뿐이었다.

씨눈을 해치지 않고 감자를 자르고 재를 묻히고

이랑에 15cm 깊이 정도로 심고 호미길이 만큼 건너뛰며 심기.

씨앗의 크기에 따라 심는 깊이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조차 미처 생각 못한.

큰 거면 깊게, 씨앗이 작은 것은 얕게 씨를 뿌려야지 않나.

대체로 씨앗의 2.5배 깊이로 심는다는 그 단순함을 모르고, (, 내가 그런 사람이다)

그 잘디잔 대파씨를, 후후 뿌려 살짝 흙을 덮네 마네하면 될 것을,

흙과 섞어 뿌리면 되는 것을...

직파로 포기간격 10~15cm, 한 구멍 당 대파씨 네댓 개씩 두기도 하지만

흩어뿌림하고 상토를 살짝 덮는.

그걸 감자 놓듯이 파고 거기 몇 알씩 넣었더랬다.

심지어 그 장면이 모 방송국 영상물로도 남겨졌다.

세상에! 그나마 그 방송이 전국에 송출되는 게 아니었음을 다행이라 해야 하나,

거의 대도시에만 방영되었을 확률이 높음을 또한 고마워라 해야 하나.

어디 그런 일만 있었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진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샘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리 말하게 되었다.

뭔가 일을 시작한다 하면, ‘진짜를 하라고 말이다.

흉내내기에 그치지 말고 건성으로도 말고 진짜를 하라고.

그런데, 지금, 나는, 물꼬교육을 진짜로 하고 있는가!

 

학교에서는 본관 뒤란 창문에 비닐을 치고,

달골에서는 솔라등 둘레 마른풀을 검듯 뽑았다.

돌담 아래 기계가 닿기 어려운 곳들도.

사이집, 햇발동, 느티나무삼거리, 세 곳의 물호스의 물을 빼고 잘 말아두었다.

봄이 와야 쓰게 될 것들이다.

달못으로 가는 수도관은 진즉에 뽑아두었고.

 

아침뜨락을 걷고 와서 하는 수행인데, 오늘 아침은 차례를 바꾸었다.

18일 나무날 수능.

대배를 하는 일에 마음이 더욱 가지런해지는.

올해는 특히 두 아이를 앞에 놓고 힘 보태기를 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지느러미길과 느티나무삼거리를 반복해서 걸었다.

역시 운동이었고, 기도였고, 수련이었다.

 

드문 일이지만 가끔 자원봉사활동서를 필요로 하는 품앗이샘이 있고,

낼모레까지 보내야 한다는 서류를 오늘 해달라는 말이 들어오다. 지난여름 일정.

이해된다, 나도 가끔 그런 걸, 그도 바빠서 밀리고 밀렸겠지.

전화가 닿는 데 먼 이곳인데 다행히 오늘은 바로 연결이 되었더랬네.

자원봉사활동사이트는 지나간 일정을 소환해서 처리할 수 없는 구조.

그래서 새로 계획서를 만들어 올리고 그가 신청하고 여기서 평가하는 과정을 밟아야.

잠시 헤맸네, 자주 하는 일이 아니니,

여긴 인터넷 사정도, 일의 서툼도 있으니 발급서류가 필요하거나 할 땐 조금 넉넉히 날들을 주십사.

 

두어 달 전부터 위탁교육을 의뢰한 한 가정에 이제 통화를 하자고 문자를 넣었다.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고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라고 둔 틈이었다.

당장은 절박한 듯해도 그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얼마든지 다른 생각이 들 수 있는.

더구나 초등생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그 나이는 부모가 끼고 있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물꼬가 상설학교를 열었던 당시엔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갈라

부모영향을 덜 받고 물꼬가 뜻하는 바대로 아이들을 키우고픈 욕심이 있었다.

맞다, 욕심이었다.

어리석었다. 어린 날은 부모 사랑이 교육보다 더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부모가 할 일이 교사보다 더 많은 시기라고도 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하잖던가.

부모가 먼저 잘(!) 살고 아이들이 그 훈김 아래서 크면서 부모를 좇으면 그걸로 충분할.

이번 건은 또 어디로 흐를까?

 

엊저녁 목이 좀 따갑더니 오늘은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흐른다.

식구 하나가 감기를 들여오면 가족들을 다 거쳐야 집을 나가지.

두통도 열도 없다. 없는 건지, 아직 오지 않은 건지, 그래서 올 건지?

치과를 다녀오고 아직 치통도 가라앉지 않아 불편하고,

, 조금 괴로운 밤이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816 2021.11.28.해날. 맑음 옥영경 2021-12-30 376
5815 2021.11.27.흙날. 맑음 옥영경 2021-12-30 366
5814 2021.11.26.쇠날. 맑음 옥영경 2021-12-30 309
5813 2021.1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12-30 332
5812 2021.11.24.물날. 흐림 옥영경 2021-12-29 324
5811 2021.11.23.불날. 흐림 옥영경 2021-12-29 332
5810 2021.11.22.달날. 먹구름과 해와 비와 우박과 바람 옥영경 2021-12-24 417
5809 2021.11.21.해날. 흐림 옥영경 2021-12-24 354
5808 2021.11.20.흙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21-12-24 359
5807 2021.11.19.쇠날. 맑음 옥영경 2021-12-23 483
5806 2021.11.18.나무날. 달빛 좋은 밤 / 수능 옥영경 2021-12-23 330
5805 2021.11.17.물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21-12-23 317
5804 2021.11.16.불날. 맑음 / 폴 오스터를 떠올리는 밤 옥영경 2021-12-23 404
5803 2021.11.15.달날. 맑음 / 7mm 피스 하나 옥영경 2021-12-23 367
» 2021.11.14.해날. 가끔 생각난 듯 지나는 구름 / 지금은 엉터리가 아닌가? 옥영경 2021-12-22 345
5801 2021.11.13.흙날. 해와 구름이 번갈아 드는 옥영경 2021-12-22 461
5800 2021.11.12.쇠날. 비 근 오후 옥영경 2021-12-22 343
5799 2021.11.11.나무날. 서울 맑음, 대해리 흐림 옥영경 2021-12-22 359
5798 2021.11.10.물날. 이슬비 / 부모상담: 은둔형 외톨이 옥영경 2021-12-22 364
5797 2021.11. 9.불날. 비 갠 오후 / 집중상담 이튿날 옥영경 2021-12-20 35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