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5.달날. 맑음

조회 수 296 추천 수 0 2021.12.15 22:38:47


 

한 주가 흘렀지 싶다.

사이집 다락방 머리맡에서 고인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깼더랬다.

지붕이 새는가 했고, 집안일까 우려했고,

살피니 본채에서 툇마루 지붕으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빗물받이 이음새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아무리 외부라지만 야물게 마감을 하지 않았다고 툴툴거렸다.

이음새에 실리콘 처리를 하지 않았나 보다 한.

 

오늘 지붕에 올랐다.

빗물받이 안에 흩날려온 낙엽송 잎들을 긁어냈고,

이음새를 보았다. 실리콘을 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사람이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더 단단하게 해놓을 필요는 있었는 걸.

위쪽에만 작업을 해두고 있었다.

걸레로 닦아내고 말린 뒤 아래위로 실리콘을 다 쏘아주었다.

올라오기 쉽지 않으니 오른 김에 더욱 꼼꼼하게.

 

젊은 친구들이 드나들면서 전하는 이야기로 세상을 만난다.

언론과 퍽 거리를 두고 사는지라.

급박하게 나날의 소식을 다 살피지 않아도 사는 데 그리 지장이 없기 때문에도.

속이 시끄럽지 않으려는 방편이기도.

우리한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직접 연락이 오거나 소식을 먼저 접한 이들이 전해오는.

크게 불편하지 않으니 그리 살고 있을 테다.

오늘 한 친구가 제출할 글 하나를 퇴고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이미 자정이었다.

의견이 오고 가는 속에 두어 시간이 훌쩍 흘렀다.

이 깊은 멧골에서도 세상일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고마울 일이다.

흔히 사람이란 타인으로부터 찾아질 때 제 가치를 느끼고는 하니까.

글의 내용은 근자에 20대 남녀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성별 진영싸움에 대한 것이었다.

골이 깊었다.

안타까웠고, 사회의 어른들이나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다 싶어 또한 딱했다.

다행히 글은 양쪽 진영을 다 이해하면서 통합을 말하고 있어 다행했다.

싸움을 부추기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 싸움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의 장단에 놀아나지 않는 지혜가

젊은이들에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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