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하늘은 구름을 밀어 올리며 안간힘을 썼다.

저녁 8시가 지나며 달이 올랐다.

20:08에야 보름달이 몸을 다 드러냈다.

떠오르는 이름자들을 불렀다. 강건들 하시라.

물꼬의 고3 수험생들을 또한 생각했다.

한가위 잠시 쉰 뒤 신발끈을 고쳐 매고 또 나아가시라!

 

아침에는 비 내리는 아침뜨락에 들었더랬다.

우산을 쓰고 걸었다.

오후에는 가져온 들꽃 몇 뿌리를 어디에 심을까 자리를 살폈다.

어떤 곳은 여백으로 남기고 어떤 곳은 채울.

이름도 채 익히지 못하고 또는 듣지 못하고 온 것들,

같은 것들끼리 모아 덩어리로 심어도 반나절은 꼬박 해야 할 게다.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풀 많은 곳에 뭔가를 심자면

땅을 파고 풀과 돌을 고르고 구덩이를 파고 심고 물주고,

해보면 시간이 솔찬히 걸리는 일들.

오늘은 으아리 하나만 사이집의 언덕 쪽에 있는 담장 모서리에 심었다.

 

사이집 담장 안에는 줄장미가 몇 그루 있다.

키가 흠씬 자랐고, 어디로든 정리를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 하는 대로 두었다가는

다른 꽃들을 키우는 데도, 풀을 매는 데도 거치적거릴 게다.

하얀샘이 전문가답게 가위를 놀렸다.

돌담을 잘 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었다.

마침 플라스틱매듭이 요긴하게 쓰였네.

 

볕이 한껏 나온 오후는 아니어도 내다 넌 호두였더랬다.

거두고 들이면서 햇것들로 마음도 한가위.

모다 계신 곳도 그러하셨으면.

사람 생이 이런 순간만으로도 얼마든지 족할지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756 9월 4일 흙날, 물꼬도 달았다! 옥영경 2004-09-16 1337
5755 146 계자 나흗날, 2011. 8.10.물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11-08-28 1336
5754 2008. 4.29.불날. 맑음 옥영경 2008-05-16 1336
5753 계자 104 여는 날, 6월 24일 쇠날 더운 여름 하루 옥영경 2005-07-08 1336
5752 3월 24일 나무날 퍼붓는 눈 옥영경 2005-03-27 1336
5751 2008. 4.1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4-20 1335
5750 2008. 3.23.해날. 비 옥영경 2008-04-06 1335
5749 2007. 4.18.맑음. 목련 이제야 벙그는 산골 옥영경 2007-04-27 1335
5748 115 계자 이튿날, 2007. 1. 1.달날. 흐림 옥영경 2007-01-04 1335
5747 2011. 6.27.달날. 볕이 옥영경 2011-07-11 1334
5746 143 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1-18 1334
5745 113 계자 나흘째, 2006.8.26.나무날. 소나기 옥영경 2006-09-09 1334
5744 108 계자 여드레째, 2006.1.9.달날. 녹아드는 언 땅 옥영경 2006-01-10 1334
5743 6월 21일 불날 낮에 물 한 번 끼얹어야 했던 옥영경 2005-06-23 1334
5742 6월 5일 해날 덥네요 옥영경 2005-06-06 1334
5741 4월 18일 달날 여름날 마른번개 천둥 치듯 옥영경 2005-04-23 1334
5740 2009. 3.16.달날. 포근한 속에 옅은 황사 옥영경 2009-03-29 1333
5739 2008. 6.18.물날. 비 옥영경 2008-07-06 1333
5738 2008. 5.23.쇠날. 흐림 옥영경 2008-06-01 1333
5737 2008. 1.23.물날. 싸락눈 옥영경 2008-02-20 133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