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30분께 십여 분 소나기 다녀갔다.

 

아이 본 공은 없다던가.

서운함을 먼저 말하는 이가 있고,

고마움을 먼저 말하는 이가 있다.

아이가 아팠으면 혹은 다쳤다면

교사가 더 놀랐겠다고 외려 위로하는 부모가 있고,

우리 애가 워낙 부잡스럽다고 당신 탓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도 있고,

혼자 놀다 넘어져 다리에 금이 갔는데, 외국여행 경비 위약금을 문 경우도 있었고,

코뼈가 부러지고 팔이 부러지고 머리 깨지고 턱이 다치고,

자잘한 병치레야 적지 않았다.

적어도 아이들이 샘들 눈을 벗어나는 일은 없도록,

그래야 부모님께 할 말도 있는 거고,

늘 샘들한테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서운함과 고마움,

나는 어느 쪽이 더 큰 마음인가...

그의 서운함이 내 서운함을 만들기 전

그를 먼저 헤아리고 상황을 잘 설명한다면 좀 나아질까?

 

계자를 두 차례 다녀간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글월을 받았다.

이곳에서 지내던 겨울 아이가 독감을 앓았더랬다.

아이가 아팠는데 연락을 주지 않아 조금 서운했다 했다.

야삼경, 오늘밤에는 교정지를 보고 출판사로 보내야지 했는데,

답글을 먼저 잡았다.

 

 

마음이 바빠 글이 좀 울퉁불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쪼록 읽는 분이 지혜로우시길.

 

○△△님께.(저희는 대개 ‘△△이라 부른답니다.)

 

옥영경입니다.

 

2019학년도 여름과 겨울(2020.1)**가 물꼬를 다녀갔습니다.

지방 도시에 살았는데서울로 이사를 간 모양입니다.

훌적 자랐겠습니다.

**가 또 온다니 반갑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때도 아토피가 있었는데...

 

아이가 많이 아팠는데 연락을 안해 주셔서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었습니다.’

서운하셨지요...?

아이가 아팠다는데 왜 아니셨겠는지요.

더 잘 돌봐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때로 부모가 죄이듯 교사 또한 그러하지요.

그 겨울이 생생합니다.

제가 전체 진행과 밥바라지(물론 뒷배들이 있었구요)를 같이 하던 계자여 더욱 뚜렷합니다.

도토리묵을 직접 쒀주었던 계자였지요.

 

아이가 아프면 돌보는 이로서는 참 난감하고안타깝고내가 대신 아팠으면 싶고안절부절...

무엇 때문인가어떻게 치료하나병원을 데려가야 하는가부모님께 연락은 어쩌나...

계자 안내문 아래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가운데

 

‘6. 연락선 043.743.4833 / 010.7544.4833. 어른들이 모든 시간을 아이들과 같이 지내기 때문

전화를 받지 못하는 때가 많습니다연락하실 일이 있으면 말씀을 남겨주시거나 누리집

또는 이메일을 써주십시오혹시 문제나 사고가 생길 때는 멀리 계신 부모님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이 

걱정만 많으실 수 있겠기에 아이와 의논하여 부모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부모님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를 깊이 고민하며 부모의 마음과 손발로 빠르게 대처하겠습니다.’

 

라고 일단은 정리는 해두었지만,

그런 활자와 달리 실제 우리 앞에 놓인 상황에서의 마음은 얼마나 갈래가 여럿인지.

**가 계자 사흘째부터 감기를 앓았고,

따로 누룽지를 끓이고 야채죽 된장죽도 멕이고 꿀도 타고 약도 챙겼더랬지요.

밤이고 새벽이고 몇 차례나 누운 아이를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잘 쉬고 잘 먹고(게워낸 저녁도 있었고서서히 회복을 했고 잘 놀았습니다.

그렇지만 산오름은 무리인 것 같아 학교에 남은 다른 아이와 샘들과 지냈지요.

집으로 보내야 하는가 고민할 때 아이는 물꼬에 남고 싶어 했고,

걱정하실 텐데 부모님께 연락을 어찌할까 물었을 때 괜찮다고 의젓하게 말한 **였습니다.

보다 심각했다면 아마도 저희 편에서 다른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때 일정에 다 참여할 수 없는데도 아이를 계속 끼고 돌보려 했던 것은

아주 크게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다른 까닭들도 꼽을 수 있겠지만,

일정에 참여하며 뛰어다니는 것만 다가 아니라

햇살과 바람이 건너다니는 멧골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의미 있다 여겼습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지는 게 아니듯,

특히 물꼬는 일정만이 일정이 아닌,

보육과 교육이 함께 있는전 생활을 함께하는 공간이라 더욱.

아이들은 공기를 통해서도 배우지 않던가요.

 

△△,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비슷한 상황에서 저희는 또 같은 대응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저희 집 아이 포함 몇의 아이를 키웠습니다.

부모가 데리고 있어도 다치고 탈이 나더군요.

그런 시간을 잘 돌아보며 늘오는 아이들을 살피려합니다.

새로 결합하는 이도 있지만 수년을 물꼬에서 훈련된,

감동을 주는 따스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계자에 함께하구요.

우리 어른들 마음보다 어떤 게 아이에게 최선일지를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세 해째 내리 한 해 한 권씩의 책을 계약했습니다.

올해 내는 책의 마지막 교정지가 와 있군요.

그 일을 밀어놓고 먼저 △△샘께 글월을 드리고자 하며

오가는 여러 생각들 사이에 섰느라 이리 시간만 더뎌진 밤입니다.

서둘러 드리는 글은 글대로 가지런하지를 못하고...

 

부디 마음이 좀 누그러지셨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가 그 계자에서 남긴 갈무리글을 덧붙입니다;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

 

(* 여기에는 갈무리 글을 다시 올리지 않는다.)

수많은 경험이 생겼다고 했고, 함께한 일정들에 대해 즐겁게 반추하고 있었다.

여기 밥이 집밥보다 맛있다 했고, 다만 아파서 안 좋았을 뿐이라 했다.

아플 때 선생님이 돌봐주어 좀 마음이 풀리고 또 산에 못 가서 아쉬웠다. 그래도 살만했다.’

는 문장도 있었다.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 자유학교 물꼬 옥영경 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696 여름청계 여는 날, 2021. 7.31.흙날. 맑음 옥영경 2021-08-10 423
5695 2021. 7.30.쇠날. 맑음 옥영경 2021-08-10 313
5694 2021. 7.2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8-10 332
5693 2021. 7.28.물날. 맑음 옥영경 2021-08-10 325
5692 2021. 7.27.불날. 맑음 옥영경 2021-08-10 321
5691 2021. 7.26.달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323
5690 2021. 7.25.해날. 소나기 지나는 저녁 옥영경 2021-08-09 319
5689 2021. 7.24.흙날. 살짜기 구름 옥영경 2021-08-09 306
5688 2021. 7.23.쇠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21-08-09 346
5687 2021. 7.22.나무날. 살짝 그늘진 오후 옥영경 2021-08-09 305
5686 2021. 7.21.물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288
5685 2021. 7.20.불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287
5684 2021. 7.19.달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514
5683 2021. 7.18.해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324
» 2021. 7.17.흙날. 구름 조금 / 계자에서 아팠던 아이로 서운했던 부모님께 옥영경 2021-08-09 363
5681 2021. 7.16.쇠날. 약간 어두워있던 하늘, 소나기 10분 옥영경 2021-08-09 320
5680 2021. 7.1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303
5679 2021. 7.14.물날. 낮 5시 소나기 옥영경 2021-08-08 310
5678 2021. 7.13.불날. 맑음 옥영경 2021-08-08 297
5677 2021. 7.12.달날. 맑음 옥영경 2021-08-07 36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