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조회 수 2077 추천 수 0 2007.08.16 05:55:00

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새벽부터 내리던 비로 바깥활동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지만
꼭 필요할 때 맑은 해가 나와 주어 다행스러웠던 하루,
은규샘이 그랬지요.

아침부터 아이들이 이불을 싸악 갰는데
내막이 있더만요.
종종 물꼬훈육샘이라 불리는 열택샘이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있었던 게지요.
아침을 여는 모임을 하고 아이들을 깨우러 간 샘들이
기분 화안하더랍니다.
새끼일꾼 이슬은 너무 피곤해서 요가를 한 건지 안한 건지 기억도 잘 안 난다는데
은지샘 말대로 아이들은 힘이 넘칩니다.

해건지기야 여느 계자와 별 다를 게 없지요.
늘처럼 몸을 살리고 마음을 살리기 위한 첫째 둘째마당,
그리고 일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셋째마당이 있지요.
정우와 준수에게 별 기대도 않았다(장난기 때문에?)는 형길샘은
그들이 풀을 뽑고 흙을 털고 패인 자리를 메워놓는 걸 보며
감동이 일었다나요.

밥을 먹고 한 사물을 향해 모두 앉아 손풀기를 하였습니다.
“자유롭게 상상화를 그릴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정형화된 것을 그리게 하시는지, 무슨 까닭이 있는지...”
은지샘이 물어왔습니다.
명상의 한 방법처럼,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려보기(결국 데생력이 되기도 할),
사물과 관계 맺기,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이 꼭 특별한 재능을 갖춘 이의 전유물이라는 오해 털기,
...
굳이 이곳에서 사흘이나 같은 시간대를 잡아놓은 까닭을
그리 들려주었더랬지요.

‘열린교실’이 이어집니다.
현수 지윤 경진 지수 현진 상욱이는 단추랑 놀았지요.
상욱이와 현수는 ‘궁중단추떡볶이’를 만들고
경진 지윤 지수 현진이는 두더쥐와 돼지, 눈사람, 아이를 만들었습니다.
영후 재희 혜린 채현이는 옷감에 물을 들였지요.
나뭇잎으로 두들기기도 하고
소목을 삶아 색을 입히기도 하였습니다.
재용이가 이름만 써놓고 사라진 ‘한땀두땀’에는
귀남 민지가 쿠션을, 현조가 곰인형 얼굴을,
윤서는 인형을, 그리고 지인이가 하트쿠션을 만들었지요.
새끼일꾼 세인은
애들은 별로 못 도와주고 저만 열중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합니다.

태윤 승호 철현 신현준이는 뚝딱뚝딱에 들어갔습니다.
태영이가 주영이 정욱이 동생들도 부탁해서 일곱이 되었더라지요.
대목이었던 목수들이 이번에는 소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수풍뎅이와 풀잠자리.
아이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열심히 창을 깎기도 하였지요.
“마음의 성취감이 드는 게 중요하더라구요.”
목수샘이 그러데요.
한편, 우와, ‘낚시법’에 저 많은 아이들 보셔요.
도움샘들이 여럿 붙어 신청한 아이들을 다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최영샘입니다.
정우 동하 은결 봉균 민재 환일 심현준 정현수
재용 종윤 영욱 주희 주형 영인 해찬이가 함께 했습니다.
누룽지와 된장으로 떡밥을 만들어 어항도 설치해봤지만
어째 불어난 물 때문인지 버들치 두 마리 겨우 건졌다나요.
준수가 누군가를 울리고 그예 재용이를 때리기도 했고
정우와 종윤이가 계속해서 깐작깐작 싸우느라
바람 잘 날 없는 낚시터였더랍니다.

‘종이끈으로’에는 재현 수현 진엽 진서 지혜가 들어갔습니다.
손힘이 필요한 작업이라 다 함께 팔씨름 한 판부터 했다나요.
마지막에 떨어뜨리겠다 겁을 주었는데
무승부가 되어 정말 신청한 이들 모두 하게 되었습니다.
“물꼬에 휴지는 많은데 휴지걸이가 없어서...”
힘을 기르기 위해 팔굽혀펴기 10개를 대표로 하기도 했던 진엽이는
집에 가져가고파도 했지만 물꼬용으로 남기며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서 좋았다고 했다지요.
‘다좋다’엔 경표가 혼자 남았습니다.
옛 가마솥방(지금은 남자 씻는 곳) 벽의 그을음을 닦는 일을 할 계획이라 하니
윤정이랑 혜린이 떠나고 걸음이 늦은 경표만 남았다나요.
밖엔 비가 내리고
상범샘 형길샘 그리고 웬만한 중학생은 돼 보임직한 경표가
지금 보내는 5학년, 샘들의 어린 5학년의 기억들을 더듬었다 합니다.
잠깐 들여다보니 어찌나 다사로운 풍경이던지요.
일한 표도 나고 말입니다.

끝나고는 서로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펼쳐보이기를 하였는데,
열린 교실에 관심이 없어 책방에서 스스로학습을 했던 환규나
마당에서 장순이랑 배랑 놀았던 녀석들은
조금 아쉬워도 하였더이다.

점심, 좀 긴 시간이었지요.
샘들이 많아 외려 자리가 비었더랍니다.
비가 추적거려 몸이 노곤하기도 했겠고
산골 마을의 비가 운치를 더하기도 했겠지요.
본관 안에 샘들이 거의 없는 겁니다.
“품앗이들 사이에 긴장이 있어야 합니다,
애들한테는 편하게 해야 하는 것이나 아이들 시간에는 긴장이 있어야...”
물꼬 인연 십년이 넘어 되니 공동체식구에 가까운 형길샘이
눈이 붙을 정도의 졸림이 아니라면
서로 서로 휴식을 돌아가며 취해야지 않겠냐는 따끔하게 지적하였지요.
모두 아차 했더랍니다.

저녁은 김치를 주제로 열린 보글보글방, 잔치였지요.
경진 현진 동혁 정현수 채현 윤정 해찬이가 김치핏자를 구웠습니다.
놀 기회 주려고 놀다 와라 했는데
계속 먹을 게 오는 바람에 부르고 또 불러서 귀찮았던 정현수,
그만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네요.
“애들이 핏자에 피만 나와도 와 하면서 와요. 우리 게 인기 짱예요.”
해찬이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던지요.
글집에 만드는 방법을 적으며
집에서 꼭 만들어 먹겠다고들 노래했답니다.

김치수제비는 귀남 재희 지윤 지인이가 끓였습니다.
전에 해보았거나 찬찬한 녀석들이라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이 되더라지요.
김치부침개는 상욱 신현수 환일 민재 재용이가 했고
김치김밥은 신현준 지수 현조 윤서 승호 영욱 철현이가 말았습니다.
민지 심현준 종윤 주형 은결 지혜는 김치볶음밥을 했는데
주형이의 칼질 솜씨가 아주 뛰어났답니다.
나중에 장가가면 정말 이쁨 받을 거라고
일등신랑감이라며 새끼일꾼들의 칭찬이 대단했다지요.
“엄마를 많이 도와드려서 그래요.”
종윤이는 열심히 발로 뛰면서
다른 모둠의 인원수와 협동심이 어느 정도인지
저네 음식을 나눠주기 위한 정보원 노릇을 시키잖아도 하고 있더랍니다.
김치만두를 빚고 있는 건
정우 진엽 동하 진서 봉균 재현 수현이였네요.

준수처럼 방으로 들어가지 않은 아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뭐라도 좋을 이 자연이므로
굳이 또 억지로 등을 떠밀 것도 아니지요.
그런데 자칫 끼니를 놓칠 수가 있지요.
은규샘은 준수 저녁을 챙겨 멕이며 정이 들었다네요.
“놀이 프로그램 외에 다른 프로그램 불참을 일삼던 아이의 생각을,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알게 해주었으며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하루갈무리글에 그리 썼더랬습니다.
“음식 내놓는 순간 통재가 안 되고...”
언제나 나오는 얘기지요,
사회학자 김동춘의 <전쟁과 사회> 한구절을 언급하면
오랜 난리통에 총칼 앞에 죽지 않으려면
빨리 튀어나가야 하는 심층의식이 우리 안에 있어 그런 거 아니냐는.
슬프게만 볼 게 아니라
뭔가 그 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들이 필요할 겝니다.
그것이 교육이 맡아야할 부분 아니겠는지요.

보글보글방과 대동놀이 사이 시간도 넘치는 놀이였지요.
고래방에서는 수건돌리기와 술래잡기로 뜨거웠고
마당은 틈만 나면 축구장입니다.
말로 공을 다 차는 애들이지요.
방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봉숭아물을 들이고도 있습니다.
그 끝의 대동놀이는
작년 여름 ‘너에게로 보내는 내 사랑’이라 불리던 달리기입니다.
물바가지가 날고 물이 천지에 뿌려지고
아주 목숨 걸고 달려 나가 물통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여름에 딱 맞는 놀이였습니다.”

한데모임, 모둠 하루재기, 동화 듣고 잠자리 가기,
그리고 샘들하루재기.
“손말 할 때 애들의 모습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샘들의 감탄이지요.
“모임 하기 싫다고 버티는 아이, 싸우는 아이, 칭얼거리는 아이, 말을 잘 안 듣는 아이, 그런 아이들을 대하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가 참 난감하고 어려웠다. 타이르기도 하고, 화도 내고, 가끔은 무시하는 척 하기도 하면서 이래서 애들 키우는 게 힘들다고 하는구나...”
구슬샘의 하루갈무리글 가운데이지요.
“그런데 계자 프로그램이 너무 저학년 중심은 아닌가 물었습니다.”
단지 말이 느리고 친절해서,
그리고 몸을 써서 놀아서 그리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 복잡한 것은 결국 단순한 것으로 정리될 수 있지요.
이곳의 가치관이 명료하게 들어간 프로그램을 통해
군더더기가 빠져 단순해 보이는 것이 나아가 어리게 보이는 건 아닐지요.
이곳 프로그램은 나이의 진폭이 넓습니다.
사유가 어째서 저학년의 전유물이며
일상을 익히는 것이 어째 어린 것이며
배려와 자유가 어찌하여 저학년의 것이며
친절한 말하기가 어예서 어린 아이들의 것일까요.
활자를 벗어난 것이 꼭 어린 것이겠는지요?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어색해서 자꾸 누나란 말을 강조했던 듯싶다. 장래희망이 유치원선생님인 나에겐 아이들과의 이런 만남이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예전에 애들로 놀러 왔을 땐 샘들이 우리 잘 시간에 항상 가마솥방에서 뭘 하시던데 뭘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궁금증이 풀리긴 했지만 하루재기 때 너무 졸려서 힘들기도 하고, 그래도 끝나고 야식으로 비빔국수를 먹고 잠이 확 깼다.”
새끼일꾼 아람과 세인이의 글이랍니다.

“오늘 밤참 멤버는?”
오늘도 새끼일꾼들이며 자정을 넘어 야식타령입니다.
정말 힘이 들거든요.
그들의 상을 차리는 기쁨도 곤하긴 하나 계자의 큰 즐거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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