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엔 맨발로 오세요,

그래서 맨발로 갔다.

달빛 아래 고이고이 걸어요,

그래서 걸었다.

가다보면 별 셋을 만날 거예요,

정말 있더라. 그런데 흐려 아주 잘 봐야 보였다만.

하늘에 별, 물에 별, 그리고 사람들.

짝을 찾는 풀별들, 곤히 잠든 풀별들,

그 속에서 거닐다 돌아왔다.

생태 영성 음악제가 있었더랬다.

동학 보은취회 달한과 지리산고무신 무산샘과 여러 샘들이 동행했다.


그제부터 햇빛이 살푸시 나오더니 어제 오늘은 폭염의 하늘입니다. 그제 오전에 큰길 옆의 밭을 지나가다 홀로 감자를 캐고 계시던 할머니를 지나치다 보았습니다. 차를 세우고 인사라도 드릴까 하고 밭에 올라섰더니 할머니는 뭔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기리버서 심었더니... 기리버서 심은 게 너무 많고... 앞으로론 기기리버도 심지 말아야제... 기리번건 돈으로 사면 안돼니께 심기는 심어야 하고...”

“할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아, 감자가 기리버서 많이 심었더니 너무 많네.”

“감자가 그리워요?”

“아, 귀하고 중한께 기립지.”

“아, 그럼 힘들여 심지 말고 조금 사서 드시지요?”

“뭐라꼬? 그라몬 안돼제. 기리번걸 사먹으면 되남?

기리번건 가까이(가꾸어서) 지성으로 섬겨 챙겨 먹어야제.”


농부 송영욱(‘그리운 얼굴로 돌아보라’ 가운데서)의 글이 잘 어우러졌다.

'기리번'걸 그리운 것으로 읽던데, '귀한'이 더 가까운 의미 아닐지.


서울시 지원으로 물꼬에서 한 생태공동체 행사에 동행했던 천규석샘을

꼭 20년 만에 만났다.

그때 태어난 아이가 스무 살이 되었다.

소설가 이윤기 선생님이 타계하시기 전 오래 함께했던 모임에서 가끔 만났던

비타 김광석도 해후했고,

보헤미안 천승현샘과 시인 이생진 선생님 안부를 서로 묻기도 했다.

처음 인사를 나눈 여러 음악가들도 있었다.


인도 전통악기 시타르 연주와 함께 밤을 닫았고,

칼림바 연주자 봄눈별과 같이 아침을 열었다.

우포늪이 내려다보이는 팽나무 아래서 아프리카 놀이를 하며 전체일정을 닫다.

보은에서 온 6학년 영광이랑 즐거웠다.

그의 초대를 받아 늪에서 쪽배도 탔고,

가을 하루 마음의 고단 하나 두고 왔다.

미꾸라지 잡는 아이들 틈에서도 흥겨웠다.

물꼬 아이들처럼 그리울 영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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