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교육 열 하루째.

“왜 친구 관계가 힘들어?”

아이와 끊임없이 따져보는 이야기.

“제가 학교를 5학년 때 처음 갔잖아요. 그러니까... 학교 경험이 없어서...”

무슨!

5학년부터 중2 벌써 4년이나 다녔다.

그런데도 왜 아이는 이렇게 생각하고 말할까.

보육원에서도 위탁교육 신청할 때 이리 말했더랬다.

어른들이 늘 그리 말하니까 아이 역시 자기를 그렇게 규정하고 있었다.

그게 번번이 아이의 행동에 대한 변명이 되는.

아이가 툭하면 하는 말이 또 있다.

“학대 받아서...”

이는 그가 정당하지 못한 자신의 행위 뒤 늘 빠져나가는 구멍이 되는.

그게 어디 자신의 표현이겠는가.

위탁가정에서 학대를 받았던 아이는

보육원으로 간 뒤 증언을 위해 법정에도 서야했다.

그게 이 아이의 방패막이로 쓰이기 자주.

이런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데도 힘을 쏟고 있는 중.

어른들이 아이들 있는 데서 하는 말의 규정성에 다시 소름이 끼치는!

누구도 우리를 규정할 수 없다. 자기 자신조차도!

자기 감옥이야말로 얼마나 완강한 감옥이던가.


보육원 아이는 해건지기를 하러 들어왔다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못 넘고 방을 나갔다.

간밤 늦게 잔 까닭이 클 것이다.

불과 어젯밤 명문대를 가겠다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아이다.

“이렇게(주변 한 번 정리할 줄 모르고 사방팔방 어지럽혀 놓고 지내면) 하면 (네가 바라는 명문대)못 가.”

무엇이 공부까지 할 수 있게 할 것인지를 따져보다.

힘든 것과 짜증은 다른 것이다.

힘든 것은 힘든 것이지 힘든 것이 짜증이 나는 건 아니다.

짜증은 짜증대로 보기.

그리고 고통도 고통만 고통스러워하기,

자기연민으로 혹은 과장되게 고통스러워하며 자기를 갉지 말기.

그런 이야기를 주섬주섬 나누었더라지.


30일이다!

그런데...

집짓는 일을 마무리하겠다던 날이다.

하지만 어림없다.

“아파트도... 다 입주하고서도 난장판이에요. 공사 계속하고 먼지 날리고...”

우두머리를 맡았던 이가 말했다. 그런 건가...

일하는 날수 20일이면 마무리 된다고 했던 공사이다.

물론 마무리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이견은 있겠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면밀하게 서로 계약서라든지를 작성하지 못한 건 건축주 실수.

집 지으며 참 공부 많이 한다.

얼마쯤은 더 현장을 이어가야는데, 그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바르셀로나에서 보낼 1년을 준비하자면

학교도 구석구석 살펴놓고 가야하고 샘들이 오갈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고...

현장을 정리하고 사람들을 좀 내보내야 조용히 준비를 차근차근 하지 말야...


현장은, 석고를 치는 중.

그리고 곁에서 루바에 페인트를 칠했다. 한 묶음 여덟 장을 펼쳐놓고.

(완전히 마른 소나무로 만든 얇은 송판으로 암수 홈이 파여있는 마감재를 루바라더라.)

석고 자르며 날린 먼지 마신 날이면 현장에선 삼겹살을 먹는다지.

마침 연규샘이 들어오며 사 온 고기를 굽다.

장순샘도 건너오다.

귀옥샘의 문자도 마침 닿았네. 다녀가시겠단다. 밥 한 끼라도 덜어주신다고.


부엌 일을 끝내기 전 깨를 씻어 볶았다.

“처음 봐요!”

연규샘이 말했다.

아이들은 물꼬 와서 처음 보는 일들이 많다.

은행도 처음 구워먹고, 호두 달린 것도 처음 보고, 양말도 처음 빨아보고,

앉아서 재봉질을 하고 있으면 그것도 처음 본다는.

심지어 바느질 하는 걸 처음 본다고도.

물꼬는 오랜 우리 삶의 일상 기술들을 여전히 지켜가고자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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