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평상에는 큰 대야며 그릇들이 엎어져 있다.

이 집에 김장했네...


위탁교육 갈무리.

아이는 아침부터 화가 나 있었다.

떠나는 마음이 싱숭거려서도 그랬으리.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 서툴러서도 그랬으리.

그런데 그의 화가 드문 게 아니다.

보람 있기(키우는 데) 쉽지 않은 아이들이라.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는 걸까 안타까운.

하기야 분노사회, 피로사회에서 아이들인들.

“자기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어떤 사람이 될지는

결국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것!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의 고통이 아닌 바에야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지켜내기.”

그쯤의 이야기로 아이를 떠나보냈네.

안녕.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이라던가.

나무랑 아이라고 했다.

도대체 어디로 뻗을지 모르니.

누가 알랴, 우리 가는 길을.

네가 가는 길에 물꼬 함께 있을 지니.


주말이면 드나드는 이들이 이어져 달골 집짓기를 잇는 가을학기라.

대전에서 웅재샘이 건너와 무산샘과 비계를 철거(한 달을 막 넘긴)하고,

상수샘이 마지막 일을 하고 나갔고,

밥바라지 1호기 귀옥샘이 쇠고기며 산골서 귀할 먹을거리들을 싣고

물꼬 소개해준다고 언니를 앞세워도 왔다.

밥상머리무대를 위해 기타와 소리북도 싣고,

대학 간 스무 살 아이 만년필도 담아.

그리고, 쉬러 들어온 연규샘 몸을 좀 살펴줄 짬을 내지 못하고 있더니

귀옥샘 와서 여기저기 살펴주시다.

물꼬의 기적은 이렇게 또 흘러가는. 어떻게든 돌아가는 물꼬 삶 말이다.


12월은 바르셀로나행으로 한 해를 비울 학교(어른의 학교가 돌아가지만)를 온전히 구석구석 돌보고,

교무실도 이참에 다 뒤집어 정리하고,

들어오는 샘들이 행정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도록 다 정비하고,

가서 할 일이 수월하도록 챙겨가야 할 것들 차근차근 싸고,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손을 대지 못한 채 아직도 달골 집짓는 현장이 계속된다.

도대체 우두머리샘이 일을 끝내고 떠날 생각을 아니하는.

“따박따박 일당 나오는데 뭐 급할 게 있어!”

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영을 하면 이런 폐해가 있다고들 걱정 컸는데,

뭐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물꼬에 애정이 생긴 까닭, 그래서 잘하고픈 생각이 더 크지 않을까 싶은.

문제는 그 잘하고픈 것에 대한 건축주와 시공자의 차이가 크다는 것인데,

비용 문제이기도 하고, 사실 시공자에게 비용에 대한 책임이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

고전적인 집에 대한 생각과 모던한 집에 대한 차이랄까,

삶에 대한 가치관 차이이기도 할.

낼과 모레, 또 한 이틀 쉬어가는 현장인데,

숫제 이 흐름도 우두머리샘의 일방적인 일정,

들어오면 전체일정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겠다.

제대로 준비도 없이 닥친 1월 1일에 허둥지둥 탑승할 것만 같은 불길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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