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샘들이 이불을 텁니다.

해건지기를 그것으로 대신하는 아침입니다.

대배 백배는 교무실에서 교장샘이 대표기도처럼 하기로.

우리가 지낸 엿새의 궂은 감정들도 털어버리지요.

바람 닿은 이불을 개듯 좋은 일만 갭니다.

집에 가는 것이 기쁩니다.

물꼬를 떠나는 것이 아쉬울 게 없습니다,

뭐 당연히 다시 올 거라고들 하니까요...


‘먼지풀풀’.

청소의 핵심은, 모든 사물은 뒷면이 있다는 것,

후미진 곳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내가 쓴 자리를 치우는 것을 넘어 다시 이곳을 쓸 이들을 위한,

타인에 대한 배려로 확장된 마음이 함께합니다.


‘마친보람’.

길게 한 줄로 늘어서서 샘들까지 글집 마지막에 교장샘의 도장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일이 벌어지는 아이들나라,

지용이와 현준이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걸 멈추고 ‘반짝한데모임’을 하며 상황을 수습하지요.

가마솥방에서는 마지막 밥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동역 ‘물꼬장터’.

아이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반찬통이며 빨래들이 다시 주인을 찾습니다.

비로소 계자의 마지막이군요.

자유학교 노래를 부르며 헤어집니다.

안녕, 우리 아이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노니.

(등록만 하고 끝내 오지 못했던, 오늘에야 병원에서 퇴원한 제이,

 다른 계자에서 꼭 볼 수 있었으면.)


윤실샘이 물꼬에 남아 4시간이나 설거지를 하고 부엌정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을 보낸 샘들이 마지막 교사갈무리를 합니다.

아이들은 저들 존재만으로도 흠뻑 젖는 시간,

샘들에게는 아이 적의 우리의 신성성을 되찾는 시간,

계자가 그러했습니다.

감사했고, 행복했다고들 했습니다.

아이들만 어디 낯설고 힘들었을까요,

새내기 샘들도 그랬을 것.

‘이제는 처음에는 많이 불편하다고 느꼈던 점들도

당연하고 익숙함에 가까워지게 된 것 같습니다.’(지윤샘)


희중샘이 계자가 끝나기도 전 바삐 일터로 돌아가야 했을 때,

가시면서까지 산오름에 운동화를 준비 못한 수범이의 신발이며

구급약이며 걷어온 아이들 빨래며를 챙겨 놓고 나갔더랬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아야 보이는 것들,

안 돼 있지 않으면 몰랐던 일, 누군가는 뒤에서 하고 있었겠구나’(하다샘),

깨닫는 시간이었지요.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에게 주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번계자의 샘들이 어느 때보다 그러하였습니다.

해외여행으로도 더 바쁠 이 시대 젊은이들이

이 거친 환경에 와서 기꺼이 마음을 내 아이들을 건사했습니다.

전화기를 밀쳐두고, TV도 없이,

우리를 현란하게 하고 마치 그 모든 것이 필요한 양 착각하게 하는 광고를 떠나

정녕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따져보고,

사람을 보고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문화를 만들려고,

사람살이를 톺아보려고,

물꼬에 모인 것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나눠주고 싶었던 게지요.


부엌에 정환샘과 화목샘과 윤실샘이,

중앙에 휘령샘과 태희샘과 하다샘이,

그 뒤에 휘향샘을 비롯 든든하게 포진한 샘들,

그리고 뒷배들 현택샘이며들이 있었습니다.

“추억이 있으면 사람은 어긋지지 않는다...

 밥노래 울려 퍼지는 가마솥방의 추억도 그런 하나 아닐까...”(정환샘)

사람들이 왜 여기 다시 오는지 알 것 같다는 지현샘,

그가 없었으면 계자를 어찌 했을까 싶던 태희샘,

무엇보다 샘들이 좋아 또 오고 싶다는 혜윤샘,

역시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이 되고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살이를 가능케 합니다.

근영샘은 생전 처음 해본 일 투성이었다며

여기 온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했습니다.

세인샘은 기꺼이 마음을 내는 것, 샘들 보며 느끼고 배웠다 했고,

현성샘 역시 옆의 샘들 보며 많이 배웠다며 한번은 꼭 와야 할 곳이라 했지요.

휘령샘이 하나도 모자람이 없었던 계자라고 총평을 하였군요.

좋은 사람이,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건

휘향샘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랄 것 없이 좋은 사람이 될 것을 결심하고 있었지요.


한 인간이 한 인간을 얼마나 고무시킬 수 있는가를 생각한 계자였습니다.

밥바라지 1,2호기 정환샘과 화목샘,

“당신들이 다 한 계자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세.”

사람이 모이면 밥이 젤 큰일이지요.

밥을 누가 하느냐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계자입니다.

아름다운(예, 아름다운!) 밥을 먹고 우리들이 엿새를 살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날들이었습니다.

화목샘이 그랬지요, 옥샘이 교사들을 그토록 칭찬한 계자가 있었던가 싶더라고.

그렇습니다. 어떤 계자보다 훌륭했던 계자는 사람들로 가능했습니다.

사랑과 사랑과 사랑을 보내노니.

아들과 어미가 함께한 계자이기도 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자식으로부터 사랑과 존경과 감동을 받는 어미일 수 있음은

얼마나 복된 일인지요.

“아들, 사랑한다!”

우리 모두 딸이고 아들이고 어머니이고 아버지였군요.

“선한 공간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대를 귀하게 여깁니다.

 그대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음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물꼬의 품앗이, 서로 어려운 시간 그리 힘이 되자는 뜻이지요.

 우리 모두 물꼬 식구입니다.”


마지막으로 샘들이 쓴 갈무리 글 가운데 한 편을 옮깁니다.


이세인:


하루하루 매순간 소중하고 감사했던 일주일이었습니다.

항상 바쁘고 시끌벅적한 곳에서 잠시 벗어나 물꼬에 있었던 날들이 참 행복했습니다.

물꼬 계자에 온지 너무 오래되었고, 일꾼으로써도 처음 참여하는 거라서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아이로 왔던 때의 좋은 기억으로 계자에 너무 다시 오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에어컨, 선풍기가 하나 없는 곳에서도 땀이 흥건하도록 뛰어놀고 그 더운 땡볕아래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이런 순수함을 오랫동안 잃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매일 저녁 한데모임 때 모두 둘러앉아 노래 부르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노래를 하루하루 배워나가는 것, 잘 못 불러도 그냥 부르는 것, 그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게 참 좋았고 노래하나로도 같이 부르면 이렇게 신날 수 있구나도 느꼈습니다.

아!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이 밖에서 해가지는 너무 예쁜 하늘을 보며 노래 부를 때! 행복하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거인폭포에서의 물놀이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사실 거인폭포까지 가는 길이 쉬운 길만이 아니어서 다른 곳에서라면 안 된다고 위험하다고 할 듯한 거인폭포에 7살 루오, 수범이까지 모두 안전하게 다녀와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흔히 생각하는 만큼 어리지 않고, 위험한곳에선 조심해야한다고 본능적으로 알고 행동하는데 어리다는 이유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들을 막아선 적이 있진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물꼬에 처음 왔던 10살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바위미끄럼틀도 타고 내려오다가는 높은 곳에세 뛰어내리기도 하면서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점점나이가 들면서 딱히 뭘 해도 재미있다, 너무 좋다 라는 기분이 드는 순간들이 줄어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번 물꼬에서 만큼은 너무 재미있고 신난다, 너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강강수월래, 우리가락, 짧은 판소리를 배우면서 평소에는 거의 접하지 못하는 것들이었는데 다 같이 장구, 북, 꽹과리, 징, 소고를 치면서 놀았던 게 색다르지만 즐거웠고, 우리노래가 참 좋구나 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날 불앞에서 했던 강강수월래는 마지막 날인 만큼 참 따뜻했습니다. 그 후 숯 묻히기 때는 샘들이 더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고 지율이랑 서로 묻치면서 나중에 복수(?)할 거라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게 참 좋았습니다.


산오름 전날 밤 산책은 평소보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유주가 물꼬에 꼭 다시 오겠다고 달님에게 빌었다고 했고, 형욱이는 자주 잘 티격태격(?)하던 준영이와 손잡고 이야기하며 가는 모습.

아이들의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 감동일 때가 참 많습니다. 그게 아이들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 깜깜한 시골길을 걷다가 다 같이 앉아 귀뚜라미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보았던 순간도 참 따뜻했습니다.


산오름은 하늘에게 감사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떠나는 아침 하늘이 너무 예쁠 정도로 맑았고, 비 예보가 조금 더 일찍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상에 갔던 때는 넓은 마을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날씨도 좋고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거의 다 내려와서 비가 온 것! 또한 기적입니다.

물꼬는 매순간 기적과 함께한다는 옥샘의 말씀처럼 정말 기적 같은 순간들이었습니다.

때로는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살아가는 매순간이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 그런 순간들이 많이 일어나고, 매순간 감사하며 살아 감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물꼬는 항상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같이 대단히 열심히 움직이던 모든 샘들을 보면서 기꺼이 마음을 낸다는 게 무엇인지 보고 배웠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습니다.


옥샘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했던 일주일이 참 행복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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