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8.쇠날. 흐리다 비

조회 수 400 추천 수 0 2019.12.05 17:26:52


오전에는 달골 기숙사 청소를 했다.

물꼬스테이 맞이 준비.

달마다 셋째 주에 있는 2박3일 일정의 물꼬스테이는

자연스레 1박2일로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

이번 달도 그러한.


오후에는 바삐 병원에 가다.

아프다. 나 말고 한 노모가.

당신에게 며느리들도 있고 아들들도 있지만

딱 움직일 이가 없는 상황,

뭐 할 만한 사람이 하는 것.

물꼬야 교육일정이 진행되는 때 아니면 시간을 이리저리 당겨쓸 수 있으니.

내가 가다.

일 나가야 할 아들 하나가 묶여서 엉덩이 들썩이고 있었기

응급실 바톤을 이어받아

입원수속을 하고 간병인을 알아보고

식구들이 모일 때까지 잠시 돌봐드리다.

병원 저녁밥이 나오고 수발을 들다.

틀니를 꺼내 닦아드리다.

나이든 여인의 몸의 일부는 그렇게 비닐에 쌓여 호주머니에 들어있었다.

어릴 때였으면 쉬 손이 안 갔을지도.

나이 먹는 것, 세월이 쌓이는 것, 좋다, 참 좋다.

“부끄러웠다.”

늦게 나타난 며느리가 그랬다, 자식들이 있는데 남이 와서 그러고 있어서.

아니다, 나는 어머니를 향한 온 자식들의 그 마음이 고마웠고, 든든했다.

어머니가 외롭지 않겠구나 싶어,

자식들이 이리 다들 가까이 살며 어머니 일에 나서니 얼마나 좋던지.

공교롭게도 오늘 잠깐 다들 시간이 얽혔을 뿐.

오늘도 세상에 새로 태어나 나를 잘 써서 나도 고마웠던.


아프다. 이번엔 나.

큰 병 아니고 그저 얼굴이 살짝 따끔거리는.

물꼬 이웃네에 농약 치는 일을 이틀 돕고 돌아온 뒤부터.

또 다른 까닭일지도.

얼굴 곳곳에 벌겋게 일어났다.

날을 더할수록 심해지는.

병원은 멀고, 일단 좀 더 지켜보자 한다.

바람 좋은 곳에 살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좋은 치료이리 하고.

정히 안 되면 그땐 읍내에 나가보기로.


입원한 노모를 그 댁 사람들 손에 넘기고 들어오며 장을 보다.

내일은 물꼬 스테이가 있는 주말.

또 마침 굴착기도 들어와 사람들이 일해야 하기.

밤비가 추적이나 다행히 가는 비다.

굴착기를 이틀 쓰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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