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불날. 해

조회 수 430 추천 수 0 2020.01.17 10:43:19


 

어제랑 10도 차.

아침 영하 10.

새벽에 날린 눈이 길 곳곳에 얼룩덜룩 무늬처럼 쌓였다.

달골 길 마지막 깔끄막은 해가 나도 잘 녹지 않는 구간,

얼기 전에 쓸자 하고 50여 미터 쓸었네.

제습이와 가습이도 주인장을 따라 처음으로 대문 밖으로 진출하였더랬다.

눈이 어딨어요?”

오후에 달골에 왔던 이가 그리 말하데.

다 녹는데 왜 그런 헛짓을 했느냐는 속말이 담겼다.

모르는 소리! 여긴 세상 다 녹아도 단단하게 얼기도 하고,

설혹 헛일이었다 한들 한 걸 아까워할 것 아니지.

안전하다 느끼는 마음으로 얻는 게 얼마인데.

암만, 차를 움직일 때를 생각하며 내내 불안하기보다

그렇게 털어내 놓는 게 당장의 고단보다 낫다마다!

 

올해의 마지막 해건지기.

내게 일어날 명분이 되어주어 고맙네.

1차 합격소식을 들은 품앗이샘의 전갈.

오늘도 그를 위해 오직 힘을 보태는 대배 백배.

한해를 마감할 수 있어 고맙고,

밥 걱정 아니하고 살아서 고맙고,

나하나 사는 것에만 매달리지 않고 타인을 위해서도 기도할 수 있어서도 고맙고.

그는 일을 하면서 날마다 시험공부를 했을 것이다.

, 그랬구나, 내 게으름에 낯이 붉어졌다.

기도쯤은 내가 더해줘야지.

열심히 살겠다.

 

그리고 일상 이어가기.

한해가 끝나든 새해가 오든

화목보일러 앞 잡초며 쓰레기들을 치웠더라.

 

오후는 겨울 90일 수행에 걸맞는 묵상의 시간.

마음을 평화롭게 하자고 시작해서

근본적인 변화야 없지만(근본 문제 해결은 아니지만) 일단 진정은 되는.

거기에 빠지면 근원적으로도 별 변화가 없어도 일단 요동치는 마음은 잡아지는.

다음은 관찰, 현실을 있는 대로 보는. 마음 챙김. 알아차림.

그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고 그 현상 감정, 감각을 바라보기만 하지

, 화가 났구나, 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떠오르는 생각을 거부도 않고 그저 수용한달까.

다음 집중명상. 한 주제로, 혹은 사물로 집중하지. 대체적으로 호흡에.

마음이 다 일어난다, 반항아처럼.

다음은 관조로 옮아간다.

깨달음은 상대적일 수도 절대적일 수도 있지.

나는 누구인가, 본모습 참모습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수렴된다.

책이나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결국 내가 생각해야 하는.

내가 해야 한다!

뭘 믿는 게 아니라 알아야 현실이 된다.

명상은 믿음이 아니다. 특히 몸으로 아는 것이다!

 

여느 해라면 타종식도 했을 게다.

계자를 앞두고 품앗이샘들도 미리 들어와

낡은 사택에 불을 때고 계자 준비위를 구성하며

맡은 공간에서들 일을 하다 늦은 밤 가마솥방에 모여들 들여 따순 국물을 먹다가

현관 종 앞에 좌악 늘어서서 서른 셋 종을 울렸을 게다.

계자 일정이 한 주 뒤로 옮겨가니 준비위 샘들 들어오는 시간도 뒤로.

오늘은 단촐하게 안에 있는 식구 몇이 다였네.

곳곳에서 들어온 새해 인사들을 받다.

고맙다, 잊히지 않아!

애써 살았고, 또 열심히 살겠다.

나를 살려주는 그대여 감사, 나 또한 그대를 살리리.

 

내 삶의 한켠, 우리 생의 일부, 안녕,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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