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들어온 전화.

한 샘은 높은 열로, 한 샘은 벗에게 생긴 일로 일정에 조금 늦다는.

그 새벽에 연락할 수밖에 없는 마음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

여러 샘들이 이러저러 조율하며 서로를 채울 수 있을 테지, 빈자리 느끼지 못할 만치.

중량급 샘들이 여럿이니까.

걱정말아요! 되는 대로 움직여 봅시다려.”

 

계자를 위한 장이라면 하루라도 늦게 보는 게 신선도를 더 유지할 수 있을.

그래서 미리모임 날 대개 장을 본다.

이번에는 겨울이라고, 밥바라지까지 하게 되어 아무래도 시간에 쫓길 것 같아

어제 장을 보았던 터.

해서 우두머리 진행자가 학교를 비우고 나가지 않아도 되어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더 있었네.

비 내리 많이 내린 덕에 안에서 움직이느라 초벌청소가 꼼꼼했고,

그래서 샘들도 여유 있게,

또 볕도 좋아서 편히들 아이들 맞이 청소를 하다.

 

대배를 대표기도처럼 교무실에서 하고

계자를 먼저 들어와 준비하던 샘들과 아침모임.

우리 생에서 좋은 사람들과 선한 일에 동행하는 일,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런가.

한 사람 한 사람 껴안다.

고맙다, 동지들이여!

 

낮버스를 타고 들어온 샘들과 함께 택배도 들어오다.

커다란 귤 상자가 셋. 누가 보낸 걸까?(* 여러 날 뒤 알았다, 새끼일꾼 건호네 아버님!)

계자는 계자에 함께하는 이들, 부모님들 말고도,

멀리서 가까이서 보태는 힘들이 있다.

그 힘으로 우리 안전하리라. 그 힘으로도 순조롭다 싶은.

사과도 들어왔다. 희중샘의 아버님 동현샘이 보내셨다,

어느 빈들모임에 오셔서 살아오신 생으로 젊은 친구들을 감화감동케 하셨던.

하얀샘이 자갈을 두 차나 실어와 질퍽거리는 곳에 쏟았다.

비가 좀 왔어야 말이지.

남자샘들 나가서 삽질하고,

여자샘들은 공간을 청소하고.

먼저 일을 마친 샘들이 운동장으로 쏟아져

일부는 남쪽 구역의 낙엽들을 긁어모아 태우고

다른 손들은 장작을 패거나 나르거나.

보일러실 돌아가고 온수기 돌아가고연탄난로 돌아가고석유난로도.

 

지난 며칠 희중샘과 하다샘이 교무실 일을 물꼬 바깥에서 해서도 수월했다.

일손을 덜었더래도 교무실과 부엌을 오가는 사이 저녁이 되었네.

달골에서 지내다 어제 내려온 가습이와 제습이가 이 휑한 곳에서 얼마나 무서울까?

보러 갈 틈이 없었다.

습이네들과 만화의 밥도 학교아저씨가 챙기고.

짖는 소리만 듣고 있다.

샘들이 산책을 시켜주려니 그들 집 가까이에서 벗어나려하질 않더라고.

그제도 어제도 운동장을 같이 돌았는데,

아직 낯선 게다.

우리 아이들도 이곳에 그리 발을 들이겠지.

 

희중샘...

20대를 물꼬에서 보내고 곧 서른 중반.

‘20대의 끝자락에 물꼬에서 서른즈음에를 듣게 되었는데, 벌써 30대 중반이네요...’

계자가 2주 앞으로 다가왔을 때 계자 준비 중 손 보탤 일이 무엇인가,

언제든 써달라 글월이 왔더랬다.

언제 부턴가 계자가 다가오면 기표랑 연락을 자주 했습니다.

연락 목적은 뭘 사들고 들어갈지에 대한 의논(대략 야식으로 먹을 맥주와 안주거리들)

물꼬에 드나든 초기에는 옥샘께서 준비해주신 야식만 먹었었는데,’

그리고 이번 계자에 자신이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보내서

장을 보는데 겹치지 않도록 살펴주었다.

샘들 먹을거리는 샘들이, 원칙은 그랬다.

그 외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후원이라고.

긴 세월 보탠 손발에다 그는 이미 달마다 아주 많은 금액을 후원하고 있는데도.

그리고 그는 차를 꽉 채워 실어온 것들을 부엌 곳간에 부려놓았다.

물꼬의 교사들이 그렇다.

 

19:30 샘들 미리모임.

일곱 살에 계자 아이였고 이제는 새끼일꾼이 된 형님에서부터

청소년 계자를 통해 새끼일꾼 훈련을 받고 온 형님,

아이였고 새끼일꾼이었고 이제는 품앗이된 샘들,

20대를 모두 물꼬에서 보내고 30대가 된 샘들,

예비교사로 좋은 교사훈련의 장이라고 믿으며 여러 해 오는 샘들,

언니를 따라 온 동생들, 그러니까 자매 샘들이 두 쌍,

예비교사, 유치원교사, 초등교사, 특수교사...

새내기라고는 새끼일꾼 둘, 품앗이 하나.

실제 물꼬에 첫걸음인 이는 품앗이 하나.

감기로 아직 등장하지 못한 샘 하나를 빼고 열넷이 다 모인.

 

이번에는 미리모임을 자료 없이 해보기로 했다.

미리모임 자료를 메일로 보내고 

무슨 기업의 회의처럼 랩탑까지는 아니어도 손전화를 들고.

진행하는 두 사람은 랩탑을 들고.

종이를 아꼈다.

기록이 필요한 건 바로 글집(계자 활동집)에다 기록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네. 젊은 것들이 진행하니 참...

속틀은, 샘들이 나름들 새로운 안들을 들고 왔고

또 뭔가 궁리궁리 머리를 맞댔지만 결론은...

물꼬가 오래 해왔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

왠지 알아요? 그간 세월의 정제된 결과거든요. 오롯이 고갱이만 남았다 할까? ㅎㅎㅎ

 

하다샘이 오래된 한 대안학교의 계절학교에 자원봉사를 하고 왔다.

화목샘이 일찍이 그곳보다 물꼬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던가.

하다샘도 가보고 싶던 차에 교원대 샘들이 계속 가고도 있어 함께 가자고도 했다지.

그곳과 물꼬를 견주는 게 모두에게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 물꼬는 전이시간이 길어 좋다.

- 물꼬는 샘들이 마음가짐을 가지런히 하는 수행이 있어 좋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어서 좋다.

- 물꼬는 사람의 말로(농으로 우리는 이것을 소문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라 한다),

  그러니까 전달에 일종의 정교함이 있다.

  그곳의 마이크 혹은 큰 소리를 지르는 것과 다르게 물꼬는 작은 소리로 움직인다.

-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가 결국 가르치는 것(내용). 훈화로 좋은 학생이 되는 게 아니다

   교사의 힘은 우리가 움직이는 것에서 나온다. 한손에 빗자루, 한 손에 행주!”

- 물꼬는 줄 세우기보다 자연스런 흐름을 따른다.

- 청소는 기꺼이 나누는 일인 것과 달리 그곳에서 심지어 처벌의 한 예로서 청소가 쓰이는 것에 놀랐다

  물꼬에서는 샘들이 말하자면 시범을 보이고 아이들이 돕지 않는가.

- 물꼬의 명상; 샘들 정신을 잡게 하는! 해건지기를 통해 마음의 힘을 기르고 가지런히 하는 시간 참 좋다.

- 그곳에는 샘들 하루재기가 없더라. 너저분한 하루를 끝내고 피곤한데도 물꼬는 하루를 정리하러 모인다

  그시간 모두들 서로에게서 엄청 배운다고들 하지 않는가.

- 그곳에서 반일을 앞세우며 친미 단어는 넘치는 것과 달리

  물꼬에서는 굉장히 고민한 주체적인 좋은 낱말들이 쓰이고 있더라; 해건지기, 때건지기, ...

 

누군가 말했다, “정리하면 열 쯤 물꼬가 낫고, 하나 쯤 그쪽이 낫다?

꼭 그렇기야 하겠는가, 거긴 그곳으로서의 여긴 이곳으로서의 특징이 있을 테지.

아무래도 물꼬 시각에서 봐서 그럴 수 있었을.

특히 그곳의 젠더감수성, 성인지 혹은 성적감수성, 안전에 대한 강조는 물꼬가 약하지 않나 싶더라고.

마무리를 하며 하다샘이 거듭 말했다,

물꼬의 교사교육, 하루재기, 아침수행들이 참 빛난다는.

 

역시 그리 미리 준비를 해도 또 한밤이네.”

늦은 밤 샘들은 안내지며들을 붙이고,

뒤란에서는 밤새 희중샘과 학교아저씨가 화목보일러를 2교대로 돌릴 거고.

아차, 들불에서 쓸 은행을 안 씻었다.

하다샘이 그 밤에 씻으러 다녀왔다.


밤참을 해멕였다.

새벽 1시 아직도 샘들은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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