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옥샘, 에누리 없이 딱 640분에 깨우시더라!”

계자에 늦게 합류한 현택샘의 아침수행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대배 한 번 없이 계자를 마쳐서야...

샘 자신을 위해서도 우리들의 계자를 위해서도,

또 임용 2차와 면접을 남긴 품앗이샘을 위해 힘을 모아주려고 했던 바.

계자 땐 모둠방이며 수행방에 있던 온갖 물건들이 쟁여져

양호실로 쓰이는 공간과 업무 공간을 빼고는 겨우 매트 두 개 깔 수 있는 교무실입니다.

그곳에서 둘이 대표기도(라고 우리들이 농을 하는) 했지요, 마주보고서.

샘들과 아이들은 간밤의 그 야단법석으로 아주 쓰러져

아침 8시 아침밥 먹으라는 종소리로 깨우기로 하였군요.

 

해건지기 대신

샘들과 아이들이 이부자리를 털고 아침밥을 먹습니다.

버스나 기차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

어차피 갈 거니 성실한 뒷정리가 아니어도 괜찮겠지요? 아닙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애를 씁니다.

내가 썼던 자리를 뒷정리한다는 걸 넘어

우리가 그렇게 썼듯 또 이곳을 쓸 누군가를 위해 준비해주는 마음.

물꼬에서 뭐 가르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이런 순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할 겝니다.

 

먼지풀풀을 끝낸 아이들이 11시 아이들이 수행방에 앉고,

지낸 시간들을 돌아보며 갈무리글을 씁니다.
그때 샘들은, 그동안 대해리 사람들이었던 얼굴을 도시 사람으로 바꾸지요.

정오, 아이들은 한 줄로 복도에 길에 늘어서서

교장샘 앞으로 한 사람씩 오며 마친보람이 이루어집니다.

못다 한 마지막 말을 나누기도.

계자활동자료집인 글집에 학교 직인을 받으면

그것이 곧 가마솥방 입장표가 됩니다.

샘들도 길게 늘어서서 한층 자란 아이들에게 박수를 치고 안아도 주고.

 

오늘 낮밥에는 이 부산한 와중에도 밥상머리공연이 있습니다.

하음이가 무대에 올라 피아노를 쳤습니다.

갈무리 글을 마칠 무렵 하음이가 다가왔더랬거든요, 밥상머리무대에 서도 되냐고.

물꼬에, 계자에 처음 온 그인데 이제 익어진 겁니다.

마지막 순간 용기를 내서 해보겠다 나선.

바빴던 마음들이 여유가 좀 생기면서

종종거리던 모두가 조금 느긋해졌달까요.

하음아, 고마워!”

 

낮밥을 준비하고 있을 적 새끼일꾼 도은 형님이 배식대에 먼저 나타났습니다.

갈 준비가 다 돼서...”

왔던 놈이 낫지요.

전체 흐름을 읽고 있는 겁니다.

누군가는 밥바라지에 손을 보태야하지요.

밥바라지에 따로 붙은 손이 있었던 게 아니라

교장샘과 희중샘이 밥바라지 1호기 2호기가 되었고

해찬샘이며 태희샘이며들이 붙어서 밥이 마련되었더랬지요.

다른 샘들도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아저씨까지 설거지에 붙고.

 

계자 닫는 날 대해리에서 영동역까지 나가는 그 길지 않은 길도

운전대를 잡자면 두어 번은 차를 멈춰야 합니다, 졸음으로.

주무셔요.”

희중샘의 차가 아이들을 탄 버스를 좇아가며 곁에 앉은 제게 말했습니다.

역사 안쪽에서 휘령샘이 아이들과 마지막 모임을 진행했지요.

하준이가 손 번쩍 들고 마지막 절을 안내하였군요.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아차, ‘물꼬장터’, 아이들이 놓친 물건들이 있었군요; 옷가지며들.

게다 이번 일정을 위해, 귀농한 마을의 한 어르신이 가마솥 모양의 저금통을 주셨네요.

그리 요긴하지도 그리 예쁠 것도 없었지만

뭔가 보태고 싶었던 어른의 마음을 받았고, 아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거기 꿈을 담으시라.”

 

아이들을 보내고 역 건너편에서 샘들 갈무리 모임이 있습니다.

이리 엉덩이를 붙이지 못한 계자가 없을 만치 움직인 희중샘,

전체를 잘 끌어가준 휘령샘,

무어라 다 말할 수 없는 큰 기둥이었던 계자였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제안하고 움직인 하다샘,

혼신을 다한 역시태희샘,

몸을 회복하고 달려와 뒷심을 일으켜준 현택샘, ...
휘향샘은 아이들이 말한 자유로워 좋았어요를 되뇌었습니다.

자신의 현장 아이들과 물꼬 아이들을 견주게 되더라고, 물꼬에서처럼 해봐야겠다고.

설거지며 여기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이 왜 중요한지 되새기게도 되더랍니다.

힘들었던 직장이었던 반면

정작 불편하고 일 많고 잠도 모자란 이곳에서 외려 편하고 좋았다는.

휘령샘, 물꼬 11년차에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에 대한 경계와

이곳에 오면 늘 힘들고 불편해서 힘들고 그래서 언제나 도전이라는 고백.

, 그래요,

저만 해도, 서른 해를 물꼬에서 살아왔고, 여기 대해리만 해도 벌써 24년차에 접어드나요,

저 역시 늘 도전이랍니다. 어째 이리 익어지지 않는 멧골살이, 물꼬살이일까요.

그래도 합니다. 가슴 뛰게 하니까요.

아름다운 동료들이 있고 빛나는 아이들이 있고 우리를 품어주는 하늘이 있으니까요.

한미샘은 오랜만에 뜨거운 마음이었다지요, 내가 나를 찾는 시간이었다지요.

태희샘, 여기서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는 사실 가식인데,

하지만 행복하고 그래서 자신의 일상으로 그게 전도(傳導)된다고,

스스로 성장하고 배워가는 시간들, 그게 이곳으로 오게 한다고.

수연샘은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본받는 시간이었다고,

자신이 아이들을 좋아하더라는 확인을 했다지요.

해찬샘, “옥샘이 물으셨는데, 왜 이 공간에 또 왔냐고...”

와서 좋았다 합니다. 몸이 힘들긴 하지만 마음이 평온했다고.

욕심 많고, 괜찮은 사람이고 싶고, 걱정 많고 생각 많고 야망 크고...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가

옥샘이 당신의 가치관을 말해주고, 나는 이렇게 산다 몸으로 보여주시는 걸 보고...”

덧붙이기를 괜찮은 사람들이 물꼬에 온다며

여기서 사귄 사랑과 인연을 쌓아가는 게 여기 오는 이유라 했습니다.

새끼일꾼들을 입에 올리지 않을 수가 없지요; 현진 형님, 건호 형님, 도은 형님, 서영 형님.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의 훌륭한 징검다리이고 그야말로 최전선의 교사인 아름다운 청소년들.

아이들이 물꼬를 다녀가며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물꼬는 샘들이 좋다는 것.

그렇습니다.

샘들이 좋고, 아이들이 더욱 순순해져서 친구들이 좋고,

그래서 또 아이들이 오지요.

샘들이 결국 이곳으로 아이들을 다시 오게 합니다!

 

그예 펑펑 울고들 말았습니다.

1994년 여름 설악산 아래서 첫 번째 계자를 끝내고 돌아온 서른의 어른들이

그같이 울었더랬습니다,

아이들과 새로운 학교가 가능하겠다고,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고!

다시 물꼬가 그 처음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모다 참말 욕봤습니다.

이 시대 아무 조건 없이 선한 일에 손발 보태고 나누는 감동이라니.

이렇게 모여 이런 진지하고 따듯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지금이야말로

얼마나 귀하고 위대한 일인지!

좋은 사람이 주는 반향, 어찌 내 삶이 풍요로워지지 않겠는지요.

우리들이 함께한 이 떨림, 열정을 기억합시다!”

모두가 같이 이 같이 살자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뭘 원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고

생각한 대로 살아보자는 제안쯤이랄까요.

그리고우리가 살면서 사람 하나 살리는 일이라면 어마어마한 일일 겁니다.

 그대들이 살린 제 삶이었군요이 겨울도!


“165 계자 아이들아, 너희 어린 날의 이 한 때를 또렷이 기억한단다!”

그대들의 어느 시기를 담아주는,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그리고 공간이 있었나니.

생의 빛나는 순간이 우리를 밀고 가지요.

우리 그것으로 또 얼마쯤의 시간들을 밀고 가봅시다.

 

학교에 닿으니

이런! 반찬통을 꼼꼼하게 챙겨주지 못했군요.

지율이네는 아예 여기 두라 그러셨고.

안 챙겨줘도 된다 쓴 채성이네도 있지만

나머지들은 보내야 할 것들인데;

이하준, 이형원, 김현준은 세트 두 개, 승연, 최우석,...

그거 가지러 또 와야겠다, 얘들아!”

옷가지도 몇 남은 게 있습니다.

계자 사후 통화에서 보낼 만한 건 보낼 수 있겠거니 합니다.

여러 날을 외부와 차단한 채 이쯤을 보내고 나면 바깥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아이들이 계자가 끝나갈 무렵 통닭이 날아가요, 핏자가 날아가요 하듯.

학교아저씨를 위해 하얀샘이 닭튀김을 사왔더랬네요.

 

그리고, 졸음 속에 아이들 갈무리글을 입력하고,

계자 준비위 족보를 들췄습니다.

족보 제목이 <미안한 마음>.

(처음에 이 공책이 누가 두고 간 책인 줄 알고 한참을 책꽂이가 꽂아두기만 했더라는.

함민복 산문집과 세트로 만들어진, 그래서 같은 제목이 인쇄된 공책 이름. 연규샘이 남긴.

헌데 어쩌면 우리가

늘 우리의 좋은 마음을 일으키는 일종의 빚진 마음 같은 것을 대변하는 어절이랄까요.

하여 딱 맞는다 싶은 족보 제목이 된.)

2015학년도 겨울계자 준비위원으로 며칠 먼저 들어왔던 희중샘과 연규샘을 시작으로

계자에 필요한 움직임과 마음가짐을 꼼꼼하게 기록한 공책은

지난여름에는 새끼일꾼 윤호 형님이 받아

청계(청소년 계자)에서 새끼일꾼 훈련과정으로 정리하였고,

이번에는 새끼일꾼 건호 형님이 공간별, 시간별로 정리를 했습니다.

예컨대 116일 생활면에서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는 이러하였지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기-진심이 있다면 기교적인 부분은 나중에 쌓아도 됨.

아이들에게 나를 숨기지 말자-어차피 우리의 본성을 아이는 느낀다.

아이들에게 색안경 벗고 보기-아이들은 매일매일 새로 태어난다.

이렇게 자란 새끼일꾼은 얼마나 멋진 청년이 되겠는가 싶어

벅찼습니다.

 

겨울 안에 든 봄날’, 165 계자의 제목이었습니다.

정말 그런 봄날이었더랍니다.

날이 푹해서도, 우리들의 마음이 따듯해서도.

165 계자는 그렇게 또 특별한 한 계자가 되었답니다...

 

아침밥: 된장죽, 스크램블, 어묵볶음, 쥐포채볶음, 메추리알장조림, 김치

낮밥: 짜장밥, 김치, 단무지, 요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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