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6.나무날. 맑음

조회 수 440 추천 수 0 2020.03.05 23:43:14


 

영하 15도로 내려간 아침.

, 담이 결렸다.

오른쪽 등의 날개죽지 언저리에 손이 닿지 않는 부위.

근육 전체를 혈액 덩어리라 볼 수 있는데,

근육의 깊은 속까지 피가 공급되어야 제기능을 하는 것.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근육은 제 살길을 찾는다 했다.

혈액이 많은 쪽을 찾아가기에 근육이 꼬이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또는 아주 경직시켜 버린다지.

그러니 피순환을 잘 되게 하면 풀릴.

두드려주고 마사지하고 찜질하고 스트레칭하고,

혹 스트레스라면 그걸 풀면 될.

손바닥에 침도 놓고,

등에 손이 닿진 않으니 머리를(머리도 손바닥과 함께 몸 전체 장기와 연결된) 눌러주기도 했다.

아보카도 씨에 칼날을 치려다 그만 엄지손가락을 쳤던 부위도 아직 아프고.

더 춥게 느껴지는 오늘이라.

 

그래도 볕 아래는 바람 없으니 또 그리 추운 것 같지 않은.

가습이와 제습이랑 늦은 아침에야 아침뜨락을 걸었다.

그렇게 나서면 달골 어느 귀퉁이에서 풀을 뽑기도 하고

눈에 걸리는 일을 하기도 하고.

오늘은 바위 축대의 한 바위를 중심으로 마른 풀을 뽑았네.

 

입춘

 

영하 15

마른하늘 마른 햇볕 마른 나무

말라붙은 땅에 물기 없는 몸으로 서서

푸석푸석한 풀들을 보다가

 

풀은 얼었고 풀은 죽었고 풀은 끝내 초록에 잡힐 것이나

말라붙은 풀들을 움켜잡고 꺾다가

칡넝쿨도 당기다가

오지 않는

가까워지지 않는 우리들의 사랑처럼

 

손에 감아 힘을 주자 죄여오는

손으로 얼굴로 몸으로 타고 가는 붉음

그도 나도 놓지 않는 세월

칡넝쿨은 팽팽하다가

 

끝까지 당기지 못하면 길이 없으랴

마디에서 꺾자

어느 마디에서 꺾을거나

그 마디가 살 자리더냐

 

보따리 싸들고 언니가 떠나왔던 날

 

(2020. 2)

 

(* 입춘은 4일이었음)

 

그런데, 가습이 이 녀석, 내 얼굴에 대고 트림을 했다.

강아지 키우는 일이 딱 애기 키우는 것 같다더니.

젖 멕인 뒤 세워 등을 두드려 트림 시키면 꺼억 하는 애기들처럼.

밥 먹인 뒤 얼굴 쓰다듬어주었더니만.

우습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했더랬네.

 

새로 낼 책에 대한 추천사를 셋 받기로.

몇 해 째 네팔에 머무시는 한 분은 교정지 파일을 읽고 쓰고 계시고,

산악계 한 어르신한테도 부탁을 드려놓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널리 알려진 이로 오늘은 그에게 메일을 썼다(가까운 사이도 아닌).

책 속에 들어갈 원고는 아니고 표지에 몇 줄 들어갈.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의 학교,

일과 예술과 명상을 통한 교육일상을 텍스트로 해서 행하는 학교,

나를 비롯해 모두가 자기 삶에서 열심히 살다

필요할 때마다 게릴라식으로 모인 자원봉사자들로 꾸려가는 학교라는 소개부터.

책을 읽지 않는다는 시대에,

알려진 작가인 유시민조차 책을 내며 커피 이벤트를 해야만 하는 지금에,

무명인 내 글이 아무리 미문이라한들 세상 사람들 이목을 끌 리 만무겠지.

해서 이름값을 나눠주십사 한.

이름값에 대하여 내가 혹은 물꼬가 드릴 수 있는 게 무에 있으랴.

굳이 찾자면,

가난하나 이곳에 언제든 머물 수 있는 티켓?

벗들 혹은 가족과 함께 걸음하신다면

기꺼이, 또 기쁜 마음으로 밥상을 내고 잠자리를 내다마다.

내가 이 멧골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이 그것이었다.

멧골의 누군가가 아무 조건 없이 밥을 내고 잠자리를 주었더라,

그 힘으로 세상으로 나가 한 발만 걸어 달라는 기도였던.

공을 그에게 던졌으면 이제 그건 내 공이 아닌.

기다릴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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