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늦었어요?”

아침마다 1교시 시작 전 한 시간여 같이 노는 1학년 채밤이와 윤전이가

주차장까지 나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게 아니라...”

그 시간이라도 출근하는 다른 교사들보다 1시간이 빠른 시간.

내가 멀리 사는데...”

다른 날은 사택에서 지내니 아주 일찍 나오지만

달날 아침은 산마을에서 출발해서 오므로 늦다고 알려주었다.

아직 발이 심하게 아파 천천히 아이들과 걷는 아침.

 

오늘 순차 등교 마지막으로 중1과 초등 5, 6학년 135만 명이 등교한다고.

코로나19 여파로 등교 예정일보다 99일 늦게 등굣길에 오르는 것.

이로써 전국 약 595만 명의 학생이 모두 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되는.

그동안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계속되자 학생들이 분산해서 등교했던 상황이었다.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하는 고3을 빼고는 격주나 격일제로 원격 수업을 병행했던.

그래서 큰 학교들은 실제로 전체 학생의 3분의 1에서 3분의 2 수준이었더랬다고.

'무늬만 등교',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교과 수업 외에도 인성교육이나 진로 등의 이유로 대면 수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작은 학교인 이 제도학교는 이런 상황과 상관없이 전교생이 모두 날마다 등교 중.

 

숲교실에서 아이들과 맨발로 운동장을 걸었다.

따라 나선 어른들도 그래 본 적이 없었다고.

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걸음을 놓았다.

그리고, 병설유치원 원아 하나 특수교육대상자인가 관찰 3회차.

많은 선행학습을 하고 오는 아이들에게 익숙해서

아이들에 대한 학습수준을 너무 높게 잡거나,

그래서 교사가 너무 빠르게 혹은 너무 높은 수준으로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엄마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그 아이가

학습적인 상황에 노출되는 면이 너무 없던 건 아니었나 싶은.

 

족저근막염 쯤으로 의심되는 이유로 절뚝거리며 다니자

고단이 더했다.

오후에는 잠시 책상 앞에서 짧은 졸음의 시간이 있기도.

조금 이르게 교실을 떠나 제도학교 교장샘과 공원묘지 한 곳을 갈 일이 있었네.

산 사람의 인연으로 본 적 없는 죽은 이를 만나러 간.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들 속에 산다는 생각을 새삼 한.

죽은 자는 죽은 자의 세상에서,

그리고 산 사람은 또 산 사람의 세상을 사네...

 

한참 전에 왔던 한 젊은이의 글월이 있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나이가 벌써 36,

산다는 게 왜 이리 산 넘어 산이냐는 하소연.

20대에는 자신이 언제 안정적으로 돈을 버나 고민했고,

그게 좀 해결 되고 나니

이제는 결혼을 못할까봐 또 괴로움과 슬픔에 사로잡혀 산다고.

몇 년 동안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데, 그 마음 얻는 게 어렵다고.

언제 좋은날이 있냐, 그 날이 오긴 오냐 물었다.

 

답이 되려나. 그래도 몇 자;

서른여섯...

스물이고 서른이고 생이 참 잠깐이란 생각.

허망하므로 더 정성스럽게 살아야지 함.

사람이 짝이 있든 없든,

내 삶에 누가 있건 없건 먼저 자신이 홀로 서는 게 중요한 듯.

그래야 건강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살아가며 숱한 질문 앞에 우리가 놓임.

자기 생의 답은 자기가 찾는 것.

왜냐하면, 삶은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것이니까.

좋은 날이 내게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좋은 날을 만드는 것.

건강을 특별히 물어야 하는 때,

아무쪼록 아프지 마시고!

 

얼마 전 낸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를 읽고 쓴 서평 하나를

식구가 보내왔다;

‘300페이지가 넘는 트레킹기가 전혀 지루함이 없고

작가님의 하루하루의 트레킹길에 내가 함께 하고 있는 듯한 느낌.

여행 동안의 이야기로 인생사를 논하고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며 앞으로 어찌 살지도 생각하게 한다.’

고마웠다. 그리 읽어주어.

 

, 어제 물꼬에 다녀간 네 분 가운데 한 분이 오늘 다시 건너와

얼굴을 새기니 돌 하나를 주고 가셨더란다,

물꼬 있으면 더 빛나겠노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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